윤석열 전 대통령이 20일 자신의 내란 혐의 재판에 재차 증인으로 출석한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사진)과 계엄 당일 상황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자신의 내란 우두머리 등 혐의 속행 공판에 출석했다. 홍 전 차장은 지난 기일에 이어 이날 연속 증인 자격으로 나왔다.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약 7분간 홍 전 차장을 직접 신문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 때 방첩사(국군방첩사령부) 수사관이 50% 이상 줄었기 때문에 방산에 대한 방첩 대응이라든지 이런 게 부족해서 국정원(국가정보원)이 많이 도와주라고 한다는 이야기 정무회의에서 들어봤나"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대공 수사권 이런 이야기는 국정원이 (방첩사의) 콘트롤타워로서 좀 확실하게 지원해 주라는 이야기를 들어오셨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란 생각 못 하셨냐"며 "'방첩사 역량 보강 좀 해라' 하는 것과 같은 차원이라고 받아들이진 못했나"고 물었다.
자신이 계엄 선포 당시 정치인 체포를 지시한 게 아니라, 대공 수사 역량 강화 차원에서 방첩사 지원을 주문한 것이라는 취지로 풀이된다. 홍 전 차장은 윤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과 국회 등에서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이번 기회에 싹 다 잡아들여. 싹 다 정리해. 국정원에도 대공 수사권 줄 테니까 우선 방첩사를 도와 지원해. 자금이면 자금, 인력이면 인력 무조건 도와"라고 지시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홍 전 차장은 "싹 다 잡아들이라는 건 누구를 잡아들이라는 거였나"라고 반문했다. 이에 윤 전 대통령은 "간첩이라는 말도 안 썼고, 반국가단체라는 말도 안 썼는데 내 계엄 선포 담화문을 보고 잡아들이라는 이야기를 반국가단체로 이해했다고 얘기하지 않았나"며 "반국가단체라는 것이 대공 수사 대상이 되는 사람들 아니겠나"고 반박했다.
그러자 홍 전 차장은 "거기까진 전혀 문제가 안 된다고 생각하는데, 여인형(전 방첩사령관)이 제게 소위 체포조 명단을 불러주면서 문제가 생긴 것 같다"며 "이재명, 우원식, 한동훈이 반국가단체는 아니지 않나"고 답했다.
홍 전 차장은 윤 전 대통령이 "국정원 특활비 예산을 국정원장이나 기획조정실장과 사전 논의 없이 대통령 지시만으로 방첩사에 바로 넘겨줄 수는 없지 않나"라는 취지로 묻자 "그렇게 잘 아시는데 왜 제게 그렇게 지시하셨나"라고 되묻기도 했다.
윤 전 대통령이 "인력이나 자금보다는 정보를 지원하라는 취지였다"고 관련 질의를 이어 나가자 그는 "당시 대통령께선 계엄 선포를 앞두고 방첩사령관, 특전사령관 등 여러 사람과 긴급하게 통화했지만, 저는 대통령께 처음 전화로 지시받은 것이었다"며 "여러 명과 통화한 대통령보단 대통령 한 분에게만 전화 받은 제 기억력이 더욱 정확하지 않을까요"라고 맞섰다.
이날 재판에선 홍 전 차장의 '체포조 메모'의 신빙성도 재차 도마 위에 올랐다. 윤 전 대통령 측은 "헌법재판소에 1차 메모라며 제출한 건 노란 포스트잇에 작성한 걸로 돼 있는데 맞나"라며 "하얀 종이에 적었다고 진술했는데 헌재에서는 왜 노란 포스트잇에 한 것으로 돼 있나"고 지적했다.
홍 전 차장은 "지렁이 글씨부터 시작해서 저 메모에 관심이 많은데 폐기한 자료니까 1차 메모는 없다"며 "(헌재 설명자료) 파워포인트를 작성하면서 인터넷 그래픽 다운받아서 1차 메모를 예시로 든 것이다. (글씨를) 흘려 쓴 그래픽을 다운받은 것이지 아무 의미 없다"고 설명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