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남 신안 장산도 인근 해상에서 대형 카페리 퀸제누비아2호가 무인도에 좌초한 사고는 항해사가 운항 중 휴대폰을 보는 등 딴짓을 하다 낸 것으로 드러났다. 해경은 일등항해사와 인도네시아 국적 조타수 등 2명을 중과실치상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족도 100m 앞에서야 변침 시도
20일 수사당국에 따르면 퀸제누비아2호 주요 승무원을 대상으로 한 1차 조사에서 선박이 협수로 구간을 운항하던 중 항해사 등이 자동 운항을 수동 전환하지 않아 여객선이 무인도에 충돌한 것으로 밝혀졌다.
선박 조종을 맡은 일등항해사 박모씨는 당시 휴대폰을 보느라 자동항법장치에 조종을 맡긴 것으로 조사됐다. 이 때문에 선박은 변침(방향 전환) 시기를 놓쳤다. 무인도로 돌진한 선박은 선수 밑부분이 뭍에 닿으며 선체 절반가량이 해안에 걸터앉는 사고가 발생했다.
평소대로라면 여객선은 사고 지점인 족도에서 1600m가량 떨어진 지점에서 항로를 변경해야 했지만 박씨는 무인도를 100m 앞두고야 뒤늦게 알아차린 것으로 파악됐다.
여객선은 당시 22노트(시속 40~45㎞)로 운항 중이었는데 항로 변경 지점에서 2~3분가량 지난 뒤 좌초했다.
해경은 박씨와 조타수에게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보고 퀸제누비아2호가 자력으로 목포 삼학부두에 입항한 오전 5시44분께 이들을 긴급체포했다. 해경은 여객선을 좌초시켜 승객들을 다치게 하고, 자동 조타기를 수동으로 전환하지 않은 혐의를 적용했다.
해경은 두 사람의 휴대폰을 압수해 디지털 포렌식을 거쳐 이들이 사고 당시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하고 있었는지 확인할 예정이다. 포렌식 결과에 따라 이들의 구속영장 신청 여부도 판단할 계획이다. 박씨는 처음에는 조타기가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다고 진술했다가 추후 이어진 조사에서 “뉴스를 검색하다가 조타 시점을 놓쳤다”고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경은 사고 당시 휴식 중이던 선장 김모씨도 근무 시간에 근무지를 벗어나 사고를 막지 못한 책임이 있다고 보고 신병 처리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선박이 협수로 등 위험 구간을 지날 경우 선장은 조타실에서 직접 지휘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항로를 이탈한 여객선의 이상 징후를 제때 파악하지 못한 해상교통관제센터(VTS)의 책임론도 일고 있다. 김성윤 목포광역해상교통관제센터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VTS를 통해 여객선의 신고를 접수한 뒤 좌초 사실을 인지했다”며 “관제 업무를 책임지는 입장에서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객선 자력 귀항…결함 가능성 낮아”
해경은 여객선이 자력으로 귀항한 것을 고려할 때 선체 결함 가능성은 작다고 보고 있다. 선사인 씨월드고속훼리 측도 선박 고장 또는 이상 유무보다 항해사의 운항 과실을 주된 원인으로 보고 있다. 씨월드고속훼리 관계자는 “선박 운항 당시 엔진이나 조타기 고장 등은 없었다”며 “해경 수사 결과에 따라 회사 차원의 후속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여객선이 사고 당일 주된 항로인 율도의 우측이 아니라 좌측으로 운항하다 족도에 부딪힌 데 대해선 “인근을 지나는 선박이 많으면 상황에 따라 족도 쪽으로 운항하기도 한다”고 해명했다. 선사 측은 사고 조사와 선박 수리 등을 위해 오는 23일까지 배편을 모두 결항하기로 했다.퀸제누비아2호는 전날 오후 4시45분께 승객 246명, 승무원 21명 등 267명을 태우고 제주에서 목포를 향해 출발했다가 같은 날 밤 8시16분께 좌초했다. 좌초 당시 충격으로 통증을 호소한 승객 30명이 병원으로 분산 이송됐으나 큰 부상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목포=임동률 기자 exian@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