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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차인 신용카드 연체까지 확인하는 일본 [더 머니이스트-김용남의 부동산 자산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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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차인 신용카드 연체까지 확인하는 일본 [더 머니이스트-김용남의 부동산 자산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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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의 임대차 시장이 조용하지만 뚜렷한 구조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전세 비중이 빠르게 줄고 월세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면서, 기존의 보증금 중심 리스크 관리 체계만으로는 시장 흐름을 설명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전세라는 제도적 완충 장치가 약해지자, 임대인의 보증금 반환 능력보다 임차인의 월세 지급 능력이 시장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제 한국 시장은 새로운 위험 구조에 맞는 제도적 장치를 갖출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과 일본은 이미 이러한 변화를 앞서 경험하고, 임차인의 지불능력을 정량적으로 평가하는 체계를 정착시켰습니다. 미국의 임대차 시장은 임차인이 일정 수준의 신용 기준을 충족하는지를 우선적으로 평가합니다. 신용평가 모델에 따른 점수, 연체 이력, 부채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확인한 뒤 월소득이 월세의 두세 배 수준인지 여부를 판단합니다. 신용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공동서명인, 추가 보증금, 선납 임대료 등이 요구됩니다. 이는 위험도를 시장이 스스로 조정하는 구조로 이어집니다. 여기에 임대료 채무 불이행 보험이 도입돼 있어, 임차인의 연체가 발생해도 임대인은 최대 6~12개월까지 월세를 보전받을 수 있습니다. 금융 상품과 계량적 기준을 결합해 리스크를 분산하는 체계가 자리 잡은 것입니다.


    일본 역시 보증회사 중심의 제도를 통해 임차인 리스크를 제도적으로 관리합니다. 연대보증인 제도를 대체한 임대보증회사는 임차인의 소득 수준, 고용 형태, 세전 연봉, 신용카드 연체 기록 등을 면밀하게 검증합니다. 일반적으로 월세의 3~4배 수준의 소득이 있어야 심사가 통과되며, 연체 발생 시 보증회사가 임대료를 대신 납부하고 이후 임차인에게 구상권을 행사하는 구조입니다. 보증료는 임차인이 부담하지만, 이를 통해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가 예측 가능한 계약 환경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일본의 시스템은 시장의 신뢰를 높이는 실용적 장치로 자리 잡았습니다.

    반면 한국은 전세 제도의 특수성으로 인해 임차인의 월세 지불 능력을 평가하는 정량적 표준이 사실상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동안 한국의 시스템은 임차인의 위험이 아니라 임대인의 위험을 공공부문이 흡수해주는 구조였습니다. 주택도시보증공사가 임대보증금보증 제도를 통해 전세보증금을 보호하는 공적 안전망 역할을 수행해왔지만, 최근 들어 깡통주택 증가, 전세사기, 대위변제 확대 등으로 부담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HUG가 보증한 주택의 약 절반이 깡통주택 위험군에 속한다는 사실은 단순한 경고를 넘어 제도적 재정비가 필요함을 의미합니다.


    더 큰 변화는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임차인 보호 정책 강화로 임대인의 불안 심리가 높아지면서, 임차인에게 신용정보조회서, 소득금액증명원, 세금완납증명서, 범죄기록회보서 등을 요구하는 비공식적 검증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국회에는 ‘임차인 면접제’ 도입 요구가 등장했고, 일부 고액 월세 시장에서는 임차인의 직업·소득·신용 상태를 사실상 필수적으로 확인하는 흐름이 보편화되고 있습니다. 이는 한국 임대차 시장이 이미 ‘임차인 관리 체계’를 필요로 하는 단계에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움직임입니다.

    한국도 이제 월세화 시대에 맞는 새로운 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임차인의 신용도, 소득 대비 임대료 비율, 과거 연체 이력 등을 정량적으로 평가하는 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보완할 보증 상품과 보험 제도를 민간 영역에서 확대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구조가 갖춰지면 임대인은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확보하고, 임차인은 계약 과정에서 보다 투명하고 공정한 기준 속에서 주거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부동산 관리회사(PM) 역할도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임차인 심사, 서류 검증, 법률 준수 모니터링, 보증 상품 연계 등 전문화된 기능을 수행하는 관리회사가 시장 안정성을 좌우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전세의 월세화는 단순한 임대 방식의 변화가 아니라 새로운 위험을 동반한 큰 전환입니다. 이 변화가 혼란으로 번질지, 새로운 질서로 정착할지는 지금 우리가 어떤 인프라를 마련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월세 중심으로 재편되는 시장에서는 더 이상 과거의 방식만으로는 안정적인 관리가 어렵습니다. 이제는 임차인 관리 시스템을 제도적으로 갖춰 임대인과 임차인이 함께 보호받는 균형 잡힌 시장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김용남 글로벌PMC(주) 대표이사 사장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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