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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로 뻗는 K-컬처, 티켓 유통 시장만 '갈라파고스' 고립 자초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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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로 뻗는 K-컬처, 티켓 유통 시장만 '갈라파고스' 고립 자초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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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야흐로 K-컬처의 전성시대다. 한국의 콘텐츠가 글로벌 표준이 되고, 전 세계 팬들이 한국의 공연을 보기 위해 몰려든다. 그러나 정작 이들을 맞이하는 티켓 유통 시장만큼은 세계적 흐름에 역행하여 ‘갈라파고스’ 규제에 갇힐 위기에 처해 있다. 최근 정치권에서 매크로 이용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웃돈 거래를 전면 금지하겠다는, 이른바 ‘암표 3법’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학적 관점에서 공급이 제한된 재화에 초과 수요가 발생하면 가격이 오르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때 거래 자체를 인위적으로 막는다고 해서 수요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대신 가격이 더 오르고 시장은 지하로 숨어든다. 판매자는 처벌 위험에 따른 프리미엄을 가격에 전가하고, 구매자는 사기 위험을 감수한 채 더 비싼 비용을 치르게 된다. 이는 1980년 전두환 정권의 7·30 교육개혁이 과외를 전면 금지했지만, 오히려 과외비를 끌어올리고 부유층만 음성적으로 더 비싼 과외를 받는 구조를 만들어 소비 양극화만 키웠던 ‘규제의 역설’과 다르지 않다. 수요가 존재하는 한 거래는 멈추지 않는다. 그저 우리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이다.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는 2차 티켓 거래가 암표나 폭리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이는 시장의 한쪽 면만 본 해석이다. 한국벤처창업학회의 연구보고서(2025)에 따르면, 미국 메이저리그(MLB) 2차 시장에서는 오히려 비인기 경기의 티켓이 정가보다 훨씬 저렴하게 거래되기도 한다. 시즌권 소유자는 가지 못하는 경기 티켓을 팔아 손실을 보전하고, 구단은 빈 좌석을 채워 매점 수익 등을 올리며, 팬들은 저렴하게 관람할 기회를 얻는 ‘윈-윈’ 구조다.

    이처럼 주요 선진국은 2차 티켓 거래를 규제의 대상이 아닌 ‘관리 가능한 산업’으로 보고 제도권 안으로 편입하고 있다. MLB는 티켓 재판매 플랫폼인 스텁허브(StubHub)를 ‘공식 재판매 파트너’로 인정해 1차와 2차 티켓 거래를 단일 플랫폼에서 수행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연동했고, 구단이 2차 거래 수수료의 일부를 돌려받는 상생 모델을 구축했다. 과거 음성적으로 흘러가던 수익을 산업계로 환원해 다시 콘텐츠와 선수단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 것이다.


    규제 방식 또한 무조건 금지보다는 유연한 관리를 택하고 있다. 호주 정부의 ‘규제 영향 분석 보고서’ 는 재판매 전면 금지가 오히려 암시장을 키울 위험이 크다고 지적하며, 정보 공개 강화와 봇(Bot) 차단에 집중하고 있으며, 영국 역시 가격 상한 규제의 부작용을 우려해 시장 자율과 투명성 확보에 주력한다. 미국 뉴욕·뉴저지 주가 2차 티켓 판매 금지 대신 액면가의 특정 비율까지만 프리미엄을 허용하는 가격 상한제를 운영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무엇보다 공정한 시장 질서를 만드는 열쇠는 기술에 달려있다. ‘봇’을 돌려 대량 매집하는 전문 암표상과 개인간의 양도를 구분하는 것은 법보다 고도화된 기술이 훨씬 정확하다. 미국은 머신러닝으로 트래픽 패턴을 분석해 매크로 공격을 실시간으로 차단하고 있으며, 일본은 철저한 본인 확인(KYC) 기술과 에스크로 결제를 통해 불공정 매집을 원천 봉쇄하고 있다. 한국 역시 뛰어난 IT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 만큼, 플랫폼들이 고도화된 모니터링 기술을 도입하도록 장려하고 1차-2차 시장 간 데이터 연동, 플랫폼 간 기술 협력 등을 통해 ‘생태계 연합 모델’을 구축한다면, 투명한 유통 구조를 만드는 일은 충분히 실현 가능한 과제다.


    K-컬처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티켓 유통 시장을 바라보는 관점의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하다. 2차 티켓 거래는 버려질 티켓을 순환시켜 새로운 소비를 창출할 뿐만 아니라, 산업과 지역경제, 글로벌 팬덤을 연결하는 유통 인프라로 기능한다. 정부는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합법적 재판매 모델을 실험하고, 필요하다면 초과 수익을 주최사와 공유하는 상생 구조도 검토해야 한다. 시장의 현실적 수요를 제도권으로 포용해 그 결실을 창작 생태계로 환원하는 선순환 구조가 또 다른 해결책이 될 수 있다. 그래야만 국내 티켓 시장이 갈라파고스를 넘어 K-컬처의 위상에 걸맞은 글로벌 혁신 생태계로 도약할 수 있다.

    글 강신형 충남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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