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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라이프이스트-박영실 칼럼] 현빈과 손예진, '청룡영화상의 10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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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라이프이스트-박영실 칼럼] 현빈과 손예진, '청룡영화상의 10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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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부 동반 주연상, 왜 이렇게 큰 서사로 다가왔나<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제46회 청룡영화상에서 가장 강렬한 장면은 트로피가 아니라 두 사람이었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 어쩔수가없다가 작품상과 감독상 등 7관왕을 휩쓴 밤, 남우주연상은 하얼빈의 현빈에게, 여우주연상은 어쩔수가없다의 손예진에게 돌아갔다. 한 시상식에서 법적 부부가 동시에 남녀 주연상을 거머쥔 것은 청룡영화상 사상 처음이다. ‘사랑의 불시착의 드라마 커플이 실제 결혼과 출산을 거쳐 다시 영화제의 주인공으로 서기까지, 관객은 이미 이 부부의 연애와 결혼, 육아의 일부를 뉴스와 SNS를 통해 지켜봐 왔다.


    그 오랜 감정의 축적 위에 '생애 첫 청룡 남우주연상'과, 결혼 후 공백을 깨고 돌아온 손예진의 '복귀 첫 여우주연상'이 포개지면서, 이 수상 장면은 한 편의 로맨스이자 커리어 다큐멘터리처럼 읽혔다. 레드카펫 위에서 현빈은 클래식한 블랙 턱시도와 각진 안경, 정제된 헤어스타일로 차분한 카리스마를, 손예진은 섬세한 비즈 장식과 등을 시원하게 드러낸 드레스로 우아하면서도 성숙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 순간 두 사람은 단순한 스타가 아니라 한국 영화 산업의 한 시대를 함께 통과해 온 동료이자, 일과 가족을 동시에 짊어진 동세대의 얼굴로 보였다.

    현빈, ‘하얼빈의 영웅에서 책임감 있는 가장으로<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현빈의 수상 소감은 의외로 화려한 수사가 아니라 무게를 전면에 세우는 방식이었다. 일제강점기 하얼빈을 배경으로 독립운동가 안중근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에서 그는 영화 이상의 많은 것을 느꼈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헌신한 이들 덕분에 이 자리에 설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서 그는 자신을 스타보다 역사를 연기한 배우로 위치시킨다. 개인의 성취보다 작품의 역사성과 선배 세대의 희생을 먼저 호명하는 태도는 그가 오랜 기간 쌓아 온 묵직한 남성 리더 이미지를 강화한다. 동시에 이 거대한 역사 서사를 아주 사적인 한 문장으로 수렴시키는 지점이 있다. 객석에 앉아 있던 아내를 향해 존재만으로 힘이 되는 와이프 예진 씨, 그리고 아들에게 고맙고 사랑한다고 말한 대목이다.


    이 한 줄은 그의 이미지를 단숨에 국가를 지키는 남자에서 가족을 지키는 남자로 확장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 문장이 전략적으로 과장되지도, 그렇다고 차갑게 절제되어 있지도 않다는 것이다. 가족 이름을 직접 언급하면서도 감정 표현은 짧고 단단하다. 미디어 연구에서 셀럽이 SNS 등에서 가족이나 일상처럼 친밀한 영역을 적절히 드러낼 때 팬들이 느끼는 진정성과 신뢰가 높아지고, 그 인물과의 심리적 거리가 줄어든다고 분석했다. 수상소감 역시 일종의 공개된 자기 노출이다. 현빈이 국가, 역사, 스태프에 대한 감사 이후 마지막에 아내와 아들을 가져오는 순서는 그가 연기자로서의 공적 역할과 사적인 정체성을 어떤 우선순위로 배치하고 있는지를 조용히 드러낸다. 관객 입장에서는 이 균형감이 연기는 날카롭지만 사생활은 단단한 가장이라는 이미지를 강화하며, 그가 향후 맡게 될 역할 선택에도 신뢰를 부여한다.

    손예진, 감정의 마라톤을 뛰어온 배우가 말하는 좋은 어른<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손예진의 수상 장면은 조금 다른 결을 가진다. ‘어쩔수가없다에서 그녀는 갑작스러운 해고와 경제적 위기에 직면한 남편 옆에서 일상과 가족의 붕괴를 조용히 견디는 아내 미리를 연기한다. 영화가 실업과 경쟁, 중년 가장의 절망을 블랙 코미디 형식으로 해체하면서도 결국 가족의 얼굴을 향해 돌아오는 이야기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여우주연상은 단순한 연기력 평가를 넘어 한국 중년 가족의 초상을 인정받은 셈이다. 수상소감에서 손예진은 20대 시절 처음 청룡에서 상을 받던 순간을 떠올리며 결혼하고 아이의 엄마가 되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좋은 어른, 좋은 배우로 남고 싶다고 덧붙이며, 마지막에는 너무 사랑하는 두 남자, 김태평 씨와 우리 아기 김우진과 함께 이 기쁨을 나누겠다고 남편과 아들을 직접 호명했다.


    여기에는 세 가지 이미지가 동시에 겹쳐져 있다. 첫째, 데뷔 이래 멜로와 장르를 넘나들며 감정의 아이콘으로 사랑받아 온 배우로서의 시간, 둘째, 결혼과 출산 이후 불가피하게 경력 단절과 불안정성을 경험한 여성으로서의 시간, 셋째, 다시 촬영장으로 돌아와 좋은 어른이자 동료 배우로 서고자 하는 현재의 시간이다. 그녀가 남편을 본명으로 부르고 아이의 이름까지 언급한 대목은 가족을 일종의 숨은 서포터즈가 아니라 자신의 연기 인생과 함께 가는 동행자로 공식 선언하는 효과를 낳는다. 동시에 이는 경력 단절 후 돌아온 워킹맘이라는 동시대 여성들의 현실과 맞닿으면서 손예진 개인의 이야기를 많은 관객의 집단 서사로 확장시킨다.

    두 트로피 사이의 눈맞춤, 부부 서사가 만든 감정의 파장<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이번 청룡영화제에서 현빈, 손예진 부부의 동반 수상은 시상식의 클라이맥스를 넘어 한국 대중문화에서 부부 서사가 어떤 방식으로 소비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었다. 두 사람은 이미 드라마 속 커플에서 실제 부부가 되었고, 결혼식과 출산, 일상 사진까지 여러 차례 화제가 되며 이상적인 스타 부부의 전형을 구축해 왔다. 여기에 이번에는 각자의 작품으로, 그것도 역사 영화와 사회풍자 블랙코미디라는 묵직한 장르에서 최고 연기상을 받았다. 그들이 무대 위에서 포옹하고 서로를 향해 웃는 몇 초의 장면은 로맨스의 결말이 아니라 각자의 일을 통해 다시 만난 동료라는 새로운 부부 이미지를 제시했다.


    마케팅 연구에서는 셀럽과 그가 참여한 작품 또는 브랜드의 이미지가 서로 얼마나 잘 맞는지에 따라 대중의 태도와 몰입도가 달라진다고 말한다. '하얼빈' 속 독립운동가와 책임감 있는 가장, '어쩔수가없다 '속 위태로운 중년 가족과 실제 워킹맘으로서의 손예진, 그리고 현실의 부부 서사가 이들에게는 높은 수준의 일치감을 만들어낸다. 그 결과 관객은 작품을 볼 때 배우 개인의 삶을 떠올리고, 배우의 일상 뉴스에서 작품의 장면을 다시 떠올리는 순환 구조 속에 들어간다. 최근 연구들은 이런 감정적 유대감과 자기 동일시가 팬들의 충성도와 지지 행동을 강화한다고 보고한다.

    청룡영화제 동반 수상이 바로 그 감정 투자에 강력한 보상처럼 작동한 셈이다. 동시에 부부 서사는 언제든 취약해질 수 있는 양날의 검이다. 부부 관계나 가족 이슈는 본질적으로 사적인 영역이지만, 한 번 공적 서사의 일부가 되면 대중은 그 일관성을 기대하게 된다. 이번 시상식이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기 위해서는 이들이 향후 작품 선택과 미디어 노출에서 지금과 같은 절제와 균형을 얼마나 유지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다.


    청룡 이후, 우리가 기억하게 될 두 사람의 얼굴<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이번 청룡영화제에서 현빈과 손예진은 화려한 스타일링보다 태도로 더 오래 남았다. 현빈의 단정한 블랙 턱시도와 차분한 미소, 손예진의 반짝이는 드레스와도 묘하게 어울렸던 약간 떨리는 목소리, 그리고 서로를 향한 눈맞춤과 포옹까지, 모든 장면이 우리는 아직도 일하고 성장하는 중년 배우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한편으로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서로의 커리어를 응원하는 동료로서, 또 한편으로는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그들은 2025년 한국 대중문화가 이상적으로 상상하고 싶은 중년의 얼굴을 구현해냈다.

    이번 동반 수상은 행운의 우연이 아니라 오랜 시간 쌓아 온 작품 선택, 사생활 공개의 수위, 인터뷰에서의 언어와 태도, 그리고 이번 시상식 무대에서의 수상소감까지 이어지는 장기적인 서사의 결과다. 관객이 이 장면을 잊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역사와 가족, 일과 사랑, 개인과 시대가 한밤의 시상식 무대에서 잠시 한 점으로 포개졌기 때문이다. 앞으로 이 부부가 어떤 작품으로, 어떤 방식의 성숙함을 보여줄지에 따라 오늘 우리가 목격한 청룡영화제의 한 장면은 가장 아름다운 정점이 될 수도, 새로운 2막의 첫 페이지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한경닷컴 The Lifeist> 박영실
    퍼스널이미지브랜딩랩 & PSPA 대표
    숙명여대 교육학부 겸임교수
    명지대학교 교육대학원 겸임교수
    [성공하는 사람들의 옷차림]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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