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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댁 다락서 느꼈던 '오감'…AI가 모르는 '기억'을 재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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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댁 다락서 느꼈던 '오감'…AI가 모르는 '기억'을 재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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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대폰 저장장치와 클라우드에 기억을 ‘외주’ 맡기는 시대다. 예쁜 풍경, 좋아하는 가수가 콘서트에서 노래 부르는 장면, 아이들의 재롱까지 모두 사진과 동영상 데이터로 바뀌어 저장된다. 하지만 다시 잘 들춰보지도 않는 그 장면들이 정말 온전한 내 기억일까. 미디어아트 작가인 이예승(고려대 디자인조형학부 교수)은 서울 서초동 페리지갤러리에서 열리는 개인전 ‘다락: 기억·구름·신기루’를 통해 이런 생각을 일깨운다.

    전시장 입구에는 색색의 실(사진)이 놓였다. 관객은 그중 한 가닥을 잘라 손에 쥐고 안으로 들어선다. 시골집 천장 밑의 어두운 다락을 재현한 공간이 펼쳐진다. 우연히 다락에 발을 들였을 때의 호기심과 약간의 두려움, 설렘이 뒤섞인 복잡한 그 느낌. 어두운 공간에서 낯선 물건들이 불러일으키는 감각은 어딘가 비현실적이다. 작가에게 ‘다락’은 이처럼 잊었던 기분과 감각, 기억이 켜켜이 쌓인 공간이다.


    다락에 쌓인 기억은 저장장치나 서버의 클라우드 속 데이터와는 다르다. 모습이 명백한 사진이나 동영상과 달리 존재감조차 희미하다. 하지만 그곳에 얽힌 기억은 분명 실제로 존재한다. 작가는 이 사실을 체험시키기 위해 전시장에 할머니 댁의 다락방을 재현했다. 그래서 전시장 한쪽 벽 뒤 수납장에는 작가의 할머니가 쓰던 자수 틀, 지붕 위에 내려앉아 지저귀던 새들의 움직임을 연상시키는 인공지능(AI) 생성 이미지, 작가가 언젠가 시골집에서 만졌던 닭볏의 낯설고도 놀라운 감촉을 떠올리게 하는 3차원(3D) 프린팅 조각 같은 것이 곳곳에 놓여 있다.

    관객은 이 공간을 자유롭게 누비며 살펴볼 수 있다. 바닥에 마련된 소파에 앉아 커튼 위로 상영되는 프로젝션 영상을 봐도 된다. 반대로 커튼을 들추고, 서랍을 열어보고, 계단을 밟고 올라서서 수납장의 높은 곳 서랍에 들어 있는 물건들을 직접 만져볼 수도 있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AI가 인간보다 더 정교한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된 세상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건 뭔지 고민하게 됐다”며 “기억 속에 있는 이야기들과 그때그때 느꼈던 오감은 AI가 온전히 만들어낼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를 보여주기 위해 할머니 집 다락의 기억을 재현했다”고 했다.


    전시장 입구에서 관객이 쥔 실은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를 자각하고 생각하게 하는 장치다. 그리스 신화 속 미궁에 들어갈 때 쥔 실이나 영화 ‘인셉션’에 등장하는 팽이와도 비슷하다. 이 실은 현실과 가상을 어지럽게 오가는 경계 속에서 늘 생각을 놓지 않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전시는 11월 29일까지.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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