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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화장품 사업 최적지…창업하거나 화장품 ETF를 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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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화장품 사업 최적지…창업하거나 화장품 ETF를 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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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페셜] K-뷰티 대항해 시대 - 박종대 메리츠증권 연구위원 인터뷰




    “화장품 제조 인프라는 한국이 압도적인 넘버원입니다. 전방 산업과 후방 산업이 완벽하게 갖춰진 환경이죠.”

    박종대 메리츠증권 연구위원(이사)은 최근 미국, 유럽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K-뷰티 산업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박 연구위원이 생각하는 K-뷰티의 본질은 그야말로 ‘오래된 미래’다. 한순간 뜨고 지는 유행이라기보다는, ‘준비된 자가 좋은 운을 맞았다’는 쪽에 가깝다.


    K-뷰티는 20년에 걸쳐 쌓은 탄탄한 산업적 역량과 강력한 제조 인프라, 혁신적인 유통 시스템으로 폭발력을 갖게 된 산업이다. 여기에 최고의 인재들의 발휘하는 기획력과 마케팅까지 더해지며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인 미국에서 성공 케이스를 만들고 있다. 때마침 한류라는 거대한 문화적 바람이 불어준 것도 큰 도움이 됐다.

    박 연구위원은 앞으로 K-뷰티가 성장할 수 있는 여력이 무궁무진하게 남아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는 “K-뷰티의 글로벌 수요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크다. 수요 위축을 걱정할 단계가 전혀 아니다”라며 “K-뷰티의 성장은 아직 20%까지밖에 안 왔다는 것을 믿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박 연구위원과의 일문일답.

    K-뷰티 산업의 히스토리가 생각보다 오래됐습니다. 그 시작점이 궁금합니다.
    “보통 2003년을 한국 화장품 산업의 새로운 시작으로 잡습니다. 카드 사태가 발생하고 로드숍이 망해 가던 시기였어요. 그때 미샤가 엄청난 가격의 저가 화장품을 출시합니다. 가격 거품을 모두 빼고 퀄리티 높은 내용물로 채운 화장품을 제시했죠. 이후 더페이스샵 등 원브랜드숍이 잇따라 진출하면서 화장품 시장이 커졌습니다. 생산과 브랜드가 분리되기 시작하고, 자연히 제조자개발생산(ODM) 산업이 성장하게 됩니다. ODM은 트렌드를 따라 제품을 개발하는 데 역점을 뒀고, 브랜드는 트렌드를 선도하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놨습니다. 이런 일들이 계속해서 교차하면서 20년 동안의 성장을 이룬 것입니다. 결국 K-뷰티의 가성비와 퀄리티는 전 세계에서 가장 치열한 시장에서 ODM 업체들이 경쟁하며 신제품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쌓인 내공이라고 할 수 있죠.”


    특히 최근 몇 년 사이 미국 등 해외에서의 성공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그 배경은 무엇인가요.
    “지난 20년 동안 성장해 온 K-뷰티의 역량이 마치 풍선처럼 터지기 일보 직전인 상태였다고 봅니다. 다만 그동안은 세계로 나갈 수 있는 기회가 적었어요. 고작 해봐야 중국 시장 정도였는데 중국 또한 한한령 등으로 인해 시장이 닫혀 버렸죠. 그런데 코로나19가 한국 화장품 산업에는 굉장히 큰 기회로 작용했습니다. 미국이라는 나라가 굉장히 특이한 게, 색조 제품 비중이 굉장히 높습니다. 통상적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화장품 시장을 보면, 색조 제품의 비중이 28% 정도거든요. 그런데 미국은 46%가 색조입니다. 포인트 메이크업이 대세였던 거죠. 메이크업을 하고 밖으로 나가서 놀아야 하는데, 코로나19로 인해 밖에 못 나가고 집에 있게 됐잖아요. 그러면서 예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잡티, 주름, 여드름과 같은 피부의 단점들이 보이기 시작했겠죠. 마침 K-드라마와 K-팝이 미국에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미국 소비자들이 한국 연예인의 좋은 피부와 K-뷰티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됐죠. 특히 화장품은 문화 상품적인 경향이 강합니다. 기본적으로 한류의 영향력이 바닥에 깔려 있다고 봅니다. 같은 시기 틱톡을 통해 스킨1004, 조선미녀, 아누아 등 한국 화장품 브랜드들이 엄청난 마케팅을 시작했어요. 아마존을 통해 화장품 판매도 시작했죠. 마치 우주의 기운이 K-뷰티의 성공을 향해서 모인 것 같은 느낌도 듭니다. 한국 화장품이 미국 시장에서 이렇게 성공하기까지는 여러 우연적인 요소들이 결부된 면이 있다고 봅니다.”

    미국 시장에서 성공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갖나요.
    “미국에서 성공하면 세계 어느 지역으로도 다 들어갈 수가 있습니다. 2015년에도 K-뷰티가 중국 모멘텀으로 상당히 좋은 상황이었습니다. 중국은 내수 시장이 크기 때문에 의미가 있었던 거였지, 중국에서 성공한다고 해서 다른 나라로 진출할 수 있는 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미국은 다르죠. 세계 1등을 하려면 뉴욕으로 가라는 말도 있잖아요. 패션, 영화, 음악, 화장품, 모든 영역이 마찬가지입니다. 미국에서 성공하니 유럽, 남미 시장으로도 자동으로 들어갈 수가 있게 된 거예요. 또 유럽에 진출하면 중동으로 자연스럽게 들어갈 수 있고요. 중동에 들어갈 수 있다면 독립국가연합(CIS), 러시아, 인도까지 수출이 가능합니다. 이렇게 지구를 한 바퀴 돌 수가 있는 셈이죠. 2024년에 미국에서 큰 성장을 이뤘다면, 2025년에는 유럽에서의 성장이 눈에 띕니다. 2026년에는 중동, 중남미 지역에서 또 하나의 큰 판이 열린다고 보고 있습니다.”


    앞으로 중동, 중남미 지역에서 또 다른 기회를 찾을 수 있겠군요.
    “실제로 그쪽 지역의 수출이 200%씩 증가하고 있거든요. 다만 지금은 모세혈관을 통해 수출이 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상황입니다. 최근 실리콘투가 멕시코 법인을 설립했고, 물류센터 계약도 하고 있습니다. 그 과정이 완료되면 본격적으로 수출이 시작될 텐데요. 큰 대동맥 하나가 새로 생긴다고 보면 됩니다. 특히 브라질, 멕시코의 화장품 시장 규모가 굉장히 큽니다. 브라질이 전 세계 3위 규모로, 일본보다 크죠. 그래서 내년에 굉장히 큰 시장이 또 하나 열린다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성장세가 정체되지는 않을까요.
    “저는 K-뷰티의 성장세가 현재 20%까지 왔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처럼 정보기술(IT)에 밀려서 수급적인 이슈로 주가가 떨어졌을 때가 기회예요. 제가 최근 중소 화장품 기업인을 대상으로 강의를 했는데요. 한국에서 태어난 것이 정말 행운이라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워런 버핏이 그런 말을 했죠. 자신이 투자에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 중에는 미국에서 태어났다는 부분이 깔려 있다고요. 마찬가지로 한국에서 화장품 사업을 시작했다면 일단은 성공한 거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한국만큼 화장품 제조 인프라가 완벽하게 갖춰져 있는 지역이 없습니다. 그리고 한류가 문화적인 기반이 돼주고 있습니다. 실리콘투를 통해 전 세계를 대상으로 유통까지 가능해졌고요. 전방 산업과 후방 산업이 완벽하게 갖춰진 환경입니다. 화장품 사업을 하기에는 한국이 최고의 입지라고 봅니다. 결론은 화장품 상장지수펀드(ETF)를 매수하라, 그리고 화장품 사업에 도전하라는 겁니다.(웃음)”





    -인디 브랜드들이 도약한 점도 최근 K-뷰티의 특징인데요. 수많은 인재가 화장품 브랜드 창업에 도전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실제로 화장품 산업을 긍정적으로 보는 이유 중 하나가 최고의 인재들이 이 산업으로 오고 있다는 점입니다. 어느 시대에나 창업의 DNA를 가진 0.1%의 인재들이 있거든요. 그 인재들이 30대 초중반일 때 시대의 흐름이 어땠느냐가 중요하죠. 1960년대생들이 30대 초중반이었을 때는 2000년이거든요. 당시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변화는 전국에 광케이블이 깔렸다는 것이었습니다. 창업 인재들이 전부 코딩을 했어요. 이들이 IT 산업에 뛰어들었고, 네이버, 엔씨소프트 등이 탄생했습니다. 그럼 1970년대생이 30대 초중반이었던 2010년은 어땠을까요. 가장 큰 변화는 스마트폰 보급률 확대로 인한 온라인화였습니다. 소비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넘어갔고, 창업의 DNA를 가진 친구들은 플랫폼을 만들었어요. 쿠팡, 배달의민족, 당근마켓 창업자가 모두 1970년대생입니다. 이어 1980년대생이 30대 초중반이 되는 2020년이 왔습니다. 이 시기의 큰 변화는 한류입니다. 한류에 편승해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생각해본 결과 이 친구들이 떠올린 것은 당연히 소비재죠.”

    소비재 중에서도 왜 하필 화장품이었을까요.
    “패션, 푸드도 있지만, 화장품이 진입장벽이 제일 낮아요. 설비를 갖출 필요가 없고 아이디어만 있으면 됩니다. 제조는 전 세계에서 가장 화장품을 잘 만들어주는 코스맥스, 한국콜마가 맡아주고, 유통은 실리콘투에서 직매입으로 해외와 연결해주죠. 브랜드는 마케팅만 잘하면 됩니다. 또 화장품이 레버리지가 가장 큽니다. 식품은 중소기업에서 히트 상품을 내도 돈을 못 벌어요. 전체 생산 캐파에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제조공장에서 슬롯을 얻어내야 하는데, 이미 풀캐파여서 얻어낼 수가 없죠. 주문이 5만~10만 개가 들어온다 해도 재고를 입고할 수가 없습니다. 식품이 히트했을 때 품절되는 일이 잦은 이유죠. 반면 화장품은 세계에서 가장 큰 생산 캐파가 한국에 2개나 있죠. 코스맥스와 한국콜마에서 제품 100만~200만 개도 만들어줍니다. 덕분에 매출이 드라마틱하게 증가하고 사업이 순식간에 커질 수 있는 게 화장품 사업이에요. 올해 아마존 신인왕 톱3가 닥터엘시아, 닥터멜락신, 이퀄베리인데요. 지난해 매출이 500억~700억 원밖에 안 됐습니다. 그런데 올해 매출이 3000억 원이에요. 이런 매출이 가능한 이유는 코스맥스, 한국콜마가 있기 때문입니다. 저도 화장품 사업을 15년 이상 분석했지만 어느 시점까지 이 사실을 몰랐어요. 생산 인프라가 이렇게 중요하다는 걸요.”

    그럼 이름 없던 화장품 회사들이 그만큼 성장할 수 있었던 가장 큰 배경은 마케팅 실력일까요.
    “빠르게 바뀌는 트렌드를 잘 포착해서 제품을 빠르게 내놓고, 마케팅을 뾰족하게 해내는 브랜드들이 성공하는 거죠. 어차피 제조 면에서의 퀄리티는 다 안정화된 상황이니, 제품 콘셉트와 마케팅이 제일 중요해집니다. 그래서 요즘은 마케터 출신 화장품 창업자가 많습니다.”

    최근 중국 화장품 브랜드에 대한 관심도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C-뷰티가 K-뷰티의 대항마가 될 수 있을까요.
    “그건 아니라고 봅니다. 일단 화장품 산업에 대해서 좀 이해를 해야 되는데요. 예컨대 요리 같은 것은 개발도상국의 요리든 선진국의 요리든 맛있게 먹을 수 있죠. 반면 패션이나 화장품은 후진국에서 나온 상품을 웬만하면 사용하려 하지 않습니다. 호기심에 한 번 정도는 사볼 수 있겠지만요. 미국에도 C-뷰티 시장이 있어요. 하지만 규모가 굉장히 작습니다.”

    결국 한국이라는 나라의 긍정적인 이미지, 그리고 한류라는 문화적 맥락과 맞닿아 있는 거네요.
    “그렇죠. 뉴욕에서 성공을 할 수 있는 게 그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한국이 추구하는 글라스 스킨(유리처럼 투명하고 매끈한 피부)이 미국에서 조롱거리였어요. 화장품을 하나만 바르면 되지, 5~6개씩 바를 필요가 있느냐는 이야기를 했죠. 그런데 K-콘텐츠가 확대된 이후에는 분위기가 달라졌잖아요.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한류가 더 오래 갈 것이라는 분석도 있어요. 지금의 한류는 의식주의 영역에 두루 영향을 끼치고 있는데요. 일단 갓, 한복과 같은 패션에 열광하는 외국인들이 많죠. 아파트도 예전에는 해외에서 조롱거리였지만, 지금은 최첨단 설비를 갖고 있는 안전한 주택이라는 이미지가 커졌죠. 과거에 부정적으로 여겨졌던 영역이 이제는 호의적으로 바뀌고 있는 겁니다. 한 사람의 의식주를 다 둘러싸게 되면 그 문화는 굉장히 오래 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 모든 이야기의 전제는 화장품의 품질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는 거겠죠.
    “물론이죠. 1만5000원 정도의 가격대로 5만~10만 원대 제품만큼의 성능을 선보이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한국에서 시작된 독특한 제품이 많잖아요. K-뷰티는 지금까지 한 번도 기존에 존재했던 제형으로 미국 시장에 진출한 적이 없어요. 아마존에서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아마존 입장에서도 새로운 소비자를 자극할 수 있으니 카테고리를 다양화하는 게 좋은 거죠. 그래서 저는 한국 화장품 산업의 성과를 ‘오래된 미래’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지난 20년간 쌓아 온 내공이 지금의 미래를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미국 관세 정책의 영향은 어떤가요.
    “한마디로 ‘낫 배드’입니다. 일단 관세의 영향이 그렇게 크지 않습니다. 관세율 15%는 리테일 가격의 약 7% 정도 영향을 받는 수준이거든요. 이 부담을 벤더사와 제조사가 절반씩 나눠서 집니다. 실질적으로 약 3% 정도의 영향을 받는 겁니다. 제품 가격에 전가하지 않고도 내부적으로 흡수할 수 있는 수준이죠. 또 환율 상승분으로도 충분히 커버가 가능합니다. K-뷰티 모멘텀은 원·달러 환율이 1200원대였을 시기부터 시작했거든요. 지금 1400원이 넘어갔으니, 환율만 가지고도 10% 이상의 마진을 취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K-뷰티 산업의 장애물은 없을까요.
    “우선 대외적인 불안 요인으로 동남아 시장을 꼽을 수 있습니다. C-뷰티의 미국 수출이 30~40% 감소하자, 중국 화장품 공장들이 가품을 굉장히 많이 만들고 있어요. 그 물량이 동남아에 풀리고 있고요. 이 때문에 동남아 익스포저가 큰 업체들의 실적이 최근에 안 좋아졌습니다. 더군다나 이런 가품이 한국과 유럽에도 다 들어가고 있죠. 다만 가품 이슈는 화장품 브랜드라면 한 번씩은 건너야 하는 산이에요. 패션의 경우 가품에 대한 수요가 존재하지만, 화장품은 가품을 공급하더라도 수요가 없습니다. 그래서 아주 큰 위협으로 보지는 않습니다. 또 다른 변수는 미국과 프랑스의 규제 가능성입니다. 미국과 프랑스가 K-뷰티에 밀린 지 이제 1년 정도 지났거든요. 아마 홈그라운드 내에서 반격을 시도하겠죠. 앞으로는 절차와 규정에 따른 정확한 준비가 더 중요해질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럼 K-뷰티 내부의 과제는 무엇인가요.
    “앞으로는 럭셔리 브랜드가 생겨야겠죠. 지금은 한국 화장품 브랜드가 마케팅을 워낙 잘하다 보니, 틱톡에서 3초 만에 후킹하는 것으로 소비자를 끌고 있습니다. 브랜드 빌드업보다는 퍼포먼스 마케팅만 하고 있는 상황이에요. 이런 흐름이 앞으로는 바뀌어야 할 것 같습니다. ‘메디큐브에서 새로운 제품이 나왔다는데, 여기는 믿을 만하잖아. 한 번 사볼까’ 이런 반응이 나올 정도로 브랜드력에 대한 인지도가 생겨야 합니다. 아직은 단기적인 실적에 치중하고 있어요. 브랜드 빌드업을 넘어 럭셔리 브랜드를 구축해야 한다는 과제가 남아 있죠. 또 하나의 과제는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회사가 나와야 된다는 겁니다. 한 개의 브랜드로 계속해서 30~40%씩 성장하는 브랜드는 없습니다. 특정 브랜드가 쉬어갈 때 다른 브랜드가 성장을 메워주는 모습이 나와야 합니다.”

    화장품 기업도 대형화하는 게 유리하겠네요.
    “그래서 인수합병(M&A) 시장이 활발해지는 게 중요한 겁니다. 벤처기업을 창업하는 것과 중견기업을 운영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거든요. 그만큼 M&A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게 좋습니다. 한국 시장에서 화장품 사업을 하기 좋다고 말씀드리는 이유 중 하나가 M&A 수요가 많다는 겁니다. M&A 없이 상장까지 바라봐야 한다면 갈 길이 너무 멀잖아요.”

    주목하고 있는 화장품주 종목을 꼽아준다면.
    “우선 화장품 ETF에 투자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또 저는 제조 분야를 굉장히 좋게 봐요. ODM 업체인 코스맥스, 한국콜마, 그리고 용기 업체인 펌텍코리아가 없었다면 K-뷰티는 이렇게까지 성장할 수 없었다고 보거든요. 특히 제조 업체는 굉장히 안전합니다. 주가의 상승률이나 실적의 개선 폭은 브랜드가 크겠지만, 1등 브랜드는 계속해서 바뀌기 마련이거든요. 따라서 브랜드 업체에 대한 투자는 굉장히 타이트하게 폴로업(follow up)을 해야 돼요. 언제 어떤 일이 터져서 해당 기업이 사그라들거나 신규 브랜드가 치고 나올지 모르기 때문이죠. 반면 제조업에 대해서는 조금은 의자를 뒤로 젖히고 지켜봐도 되죠. 그다음으로 실리콘투를 말씀드리고 싶어요. 실리콘투가 물류센터를 세우는 곳마다 한국 화장품의 수출 지표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현재도 계속해서 지역을 확장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브랜드 중에서도 주목하는 곳이 있다면.
    “아모레퍼시픽이 최근 다이어트도 다 끝냈고, 중저가 브랜드 라인업이 상당히 좋은 상황이거든요. 아모레퍼시픽이 다시 컴백하는 모습이 내년에 보일 수 있겠다고 생각합니다. 코스알엑스라는 마지막 아픈 손가락이 있는데, 이 부분까지 치유된다면 올해 4분기부터 내년도에 상당히 좋을 것으로 보입니다. 한한령까지 해제된다면 금상첨화죠. 현재 바닥에 있기 때문에 사볼 만하다고 판단합니다.”

    K-뷰티 투자 전략이 궁금합니다. 화장품주에 관심을 갖고 있는 투자자들에게 조언한다면.
    “브랜드를 볼 때 세 가지를 중요하게 여겨야 합니다. 첫째는 그 브랜드가 온라인에 얼마만큼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가를 살펴야 합니다. 인디 브랜드의 공통적인 특징이에요. 아마존에서 먼저 성과를 낸 이후에 오프라인으로 진출해야 오프라인 스토어 MD 담당자들도 환영합니다. 왜냐하면 제품에 대한 검증이 끝났기 때문이죠. 처음부터 오프라인에 주력한다면 속도가 안 나올 겁니다. 둘째는 마케팅비에 대한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를 봐야 합니다. 과거에는 마케팅비를 낮추면서 수익성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한 투자 지표였지만 요즘은 바뀌었어요. 마케팅비를 쓰지 않으면 그 기업은 성장할 마음이 없다고 판단합니다. 레거시 브랜드들은 매출의 10% 이내로 마케팅비를 지출 해 왔죠. 반면 신세대 브랜드는 20%를 마케팅비로 쓰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실리콘투를 활용하는지가 중요합니다. 그만큼 굉장히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강조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향후 K-뷰티 산업의 전망은.
    “K-뷰티의 성장은 아직 20%까지밖에 안 왔다는 것을 믿어야 합니다. 화장품주의 주가가 하락할 때마다 세 가지를 기억하길 바랍니다. 첫째로, K-뷰티의 글로벌 수요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큽니다. 수요 위축을 걱정할 단계가 전혀 아닙니다. 우리가 작은 우물에서만 살다 보니 기업 매출이 1000억 원만 가도 불안해지곤 하거든요. 그런데 외국 바이어들 만나보면 K-뷰티는 이제 시작입니다. 미국은 땅덩어리가 너무 넓어요. 아직도 K-뷰티 제품이 안 들어가는 지역이 80% 이상입니다. 둘째로, K-뷰티의 국내 공급 역시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저변이 확대돼 있습니다. 화장품 산업에 최고의 인재들이 오고 있죠. 마지막으로 화장품 제조 인프라는 한국이 압도적인 넘버원이라는 점입니다. 미국에는 화장품 연구개발(R&D) 거점과 공장이 없습니다. 이런 인프라로 화장품을 만들 수 있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는 점을 기억하세요.”

    정초원 기자 ccw@hankyung.com | 사진 이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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