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가 대표 채권운용사 더블라인캐피털의 제프리 건들락 최고경영자(CEO)가 사모신용 시장의 급격한 위험 누적을 경고하며 포트폴리오 내 현금 비중 확대를 주문했다.
블룸버그가 17일(현지시간) 공개한 한 팟캐스트 내용에 따르면 건들락은 “현재 시장 곳곳에서 ‘쓰레기 대출’이 늘고 있다”며 “사모신용이 다음 금융위기의 진앙지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 주식시장의 건전성은 내 커리어 전체를 통틀어 가장 낮은 수준 중 하나”라며 “AI·데이터센터 투자 과열이 투기적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엔비디아 주가는 이달 들어 8% 떨어졌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도 3% 넘게 하락했다.
건들락은 시장 충격 가능성에 대비해 포트폴리오의 약 20%를 현금으로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비상장기업 대상 대출의 기준이 느슨해지고, AI 붐에 대한 기대가 과도하게 반영되면서 위험이 누적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1조7000억달러 규모로 성장한 사모신용 시장이 “2006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재포장과 유사한 패턴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파산한 자동차 대출업체 트라이컬러와 자동차 부품업체 퍼스트브랜드그룹은 이러한 위험이 현실화한 사례로 지목됐다.
건들락은 “사모신용 대출의 평가 가격은 사실상 두 가지뿐이다. 원금 100% 가치로 평가되거나, 회수 불가능한 0%가 된다”며 “겉보기에는 언제든 매각할 수 있는 안전자산처럼 보이지만, 실거래에서는 가격이 하루가 다르게 급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같은 위험은 실제 사례로도 나타났다. 블랙록은 최근 주택 리모델링 업체 리노보 홈 파트너스에 대한 사모신용 대출 가치를 ‘전액 회수 가능(원금 100%)’에서 ‘0%’로 단기간 내 조정했다.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정상 가치로 평가했던 대출이 순식간에 전액 손실 처리로 바뀐 것이다.
건들락은 사모신용 펀드를 개인투자자에게 적극 판매하는 업계 흐름도 강하게 비판했다. 유동성이 극도로 낮은 사모신용 자산을 ‘언제든 환매 가능한 상품’처럼 파는 것은 완벽한 미스매치라는 지적이다. 대규모 환매가 발생할 경우, 펀드가 기초자산을 제때 처분하지 못해 손실이 급격히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다.
다만 그는 이러한 비관적 시각을 바탕으로 금융시장에서 직접 수익을 내는 방법은 뚜렷하지 않다고 말했다. 정크본드 공매도 전략이 “지속해서 손실을 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금 투자 비중에 대해서는 올해 초 25%까지 높게 권했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포트폴리오의 15%만 배분할 것을 제안했다. 올해 금값이 큰 폭 상승한 뒤 조정 가능성이 커졌다는 판단에서다.
건들락은 “지금은 전반적인 금융자산 비중 자체를 낮춰야 하는 시기”라며 “문제는 항상 사람들이 ‘안전하다’고 믿는 자산에서 발생한다. 실제로는 안전하지 않은데 그렇게 팔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