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서트와 스포츠 암표를 두고 영국 정부가 칼을 빼들었다. 이런 소식이 전해지자 티켓을 재판매하는 플랫폼 기업의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17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영국 정부가 정가 이상으로 콘서트와 스포츠 등 입장권을 재판매하는 행위를 불법화하는 조치를 오는 19일에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재판매자(리셀러)가 벌어들이는 막대한 이익은 작년 수천 명의 영국 록 밴드 오아시스 팬들이 티켓 구매 비용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면서 주목받았다.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오아시스 공연 티켓이 4000파운드(약 770만원) 이상에 거래되며 정가를 훨씬 초과했기 때문이다.
영국 정부와 집권 여당이 마련 중인 새 법안은 온라인 티켓 판매 플랫폼이 부과하는 서비스 수수료에도 상한선을 설정해 티켓에 숨겨진 비용이 추가되면서 가격 제한이 무력화되는 현상을 막을 예정이다.
또, 정부는 대량으로 이뤄지는 암표 판매 근절을 위해 초기 판매에서 구매할 수 있는 권리보다 많은 티켓을 재판매하는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할 계획이다. 업자들이 '봇(bot)'을 활용해 대량의 티켓을 사재기하는 암표 판매 방식을 차단했기 때문이다.
이번 암표 단속 개정으로 주요 온라인 티켓 플랫폼 업체들이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북미 지역에서는 스텁허브(StubHub), 그외 지역에서는 비아고고(Viagogo) 브랜드를 통해 티켓을 재판매하는 스텁허브의 주가는 전날 하루 만에 거의 14% 하락했다.
티켓 재판매 업체들은 가격 인상 제한 조치가 불법 암시장 형성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스텁허브 관계자는 "티켓 거래가 암시장으로 변하면 소비자들에게는 나쁜 일만 생길 것"이라고 비판했다.
영국 정부는 당초 세운 계획보다 더 강도 높은 제재를 하기로 했다. 지난 1월 티켓 재판매 단속 방안 마련을 위한 협의에 착수했다. 초기에는 티켓 정가의 30%를 초과하는 가격 상한선을 설정하는 방안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조만간 발표될 조치는 콘서트, 스포츠, 코미디, 연극 티켓에 대해 원가 초과 판매 자체를 금지할 계획이다. 새롭게 발표되는 규정으로 재판매 티켓 평균 가격을 최대 40파운드(약 7만7000원) 낮춰 매년 팬들에게 수천만파운드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FT는 내다봤다.
인기 가수들도 암표 사이트 단속을 촉구하고 나섰다. 지난주 콜드플레이, 라디오헤드, 두아 리파, 모과이 등 인기 아티스트들은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에게 티켓 재판매 상한제 도입과 암표상들이 이용하는 사이트 단속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