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푸드 열풍 등으로 북미 시장에서 한국 식품업체에 밀린 일본 업체들이 반격을 모색하고 있다. 내년 K푸드 전장이 라면과 만두를 넘어 과자, 소스에 이르기까지 본격적으로 확대되면 이 시장을 선점했던 일본 식품업체들과 곳곳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韓에 밀린 日 식품사
18일 도쿄증권거래소에서 일본 최대 식품사 아지노모토 주가는 4.0% 하락한 3650엔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10거래일간 17.8% 급락했다. 지난 7일엔 하루 낙폭이 16.2%에 달했다. 전날 발표한 3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7.5% 급감한 190억엔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환율로 원재료 수입 비용이 높아진 데다 북미 시장에서 냉동식품이 부진해 실적이 악화했다.아지노모토의 북미 냉동식품 판매 실적은 2023년부터 올해까지 2년 연속 감소했다. 중국 생산 물량의 관세 부과 영향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전부터 CJ제일제당 ‘비비고’ 등에 밀리는 흐름이 뚜렷했다. 아지노모토는 3분기 실적 발표 후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판매 프로모션에 들어갔다”며 “물류 확장을 위해 비용 투자를 늘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루찬 라멘’으로 유명한 도요수산도 K라면 진격에 대응하고 있다. 마루찬 라멘은 미국 대형마트 코너에서 한국 라면과 나란히 진열돼 있는 경쟁 제품이다. 도요수산은 7월부터 현지 판매가를 조정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올해 초 불닭볶음면 등에 밀려 히스패닉계 매출이 줄어들자 반격에 나섰다. 도요수산은 최근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일본 라멘업체 닛신식품은 10일 실적 발표에서 “한국 제품이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트렌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반성했다. 국내 라면업체 관계자는 “최근 일본 라멘업체들이 매운맛 제품을 잇달아 내놓은 것은 한국 제품을 의식한 결과”라고 말했다.
◇ 공격적 투자로 반격 모색
일본 식품사들은 대미 투자도 대폭 늘리고 있다. 아지노모토는 냉동식품 분야에서 새로운 유통 채널 확보에 나섰다. 닛신식품은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제3공장을 건립 중으로 올해 말 가동할 예정이다. 간장으로 유명한 깃코만도 북미 물류센터를 확대하고, 내년 가동을 목표로 북미 제3공장을 건설하고 있다.한국과 일본 식품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경쟁 카테고리도 다양해지고 있다. 과거 경쟁 품목이 라면, 만두, 즉석밥으로 제한적이었다면 최근엔 소스, 과자 등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대상, 삼양식품, 오뚜기 등 한국 식품업체들이 K소스를 앞세워 북미 시장에 진출하면서 간장·데리야키 중심의 일본 소스와 고추장·BBQ 등 한국식 소스가 미국 마트에서 맞붙게 됐다. 칼비 등이 강세인 미국 과자 시장에서도 오리온 꼬북칩 등이 선전하며 경쟁하고 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일본 식품업체들이 내년부터 공격적으로 마케팅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렇게 되면 한국 식품사도 대응에 나서 마케팅 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