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이 상승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실적 개선·원전 사업 기대감이 커지면서다. 개인 투자자들은 10만원대 주가도 멀지 않았다며 꿈을 키우고 있다. 다만 한국전력이 역사적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을 넘어 재평가받으려면 전기 요금이 인상돼야 하고, 원전 사업 성과도 가시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국전력, 9년 만에 5만원대 돌파
18일 한국전력은 전일 대비 200원(0.41%) 오른 4만9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가 하루 만에 3.32% 하락한 점을 고려하면 선방한 셈이다. 이날 한국전력은 코스피 시가총액 20위 이내 기업 중 유일하게 상승 마감했다.장중에는 한때 5만2000원까지 치솟았다. 한국전력이 장중 5만원대를 웃돈 것은 2016년 10월 28일 이후 약 9년 만이다. 2017~2024년 한국전력은 내리막길을 걸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주가가 146% 급등하는 등 연일 고점을 경신하고 있다. 수정주가 기준 한국전력의 역사상 최고가는 2016년 5월 30일 기록한 6만3000원이다. 현재 주가에서 28% 오르면 도달할 수 있는 수준이다.
포털 한국전력 종목 토론방에 모인 개인 투자자들은 "'10만전력'(한국전력 주가 10만원)도 멀지 않았다"며 희망을 품고 있다. NH투자증권을 통해 한국전력에 투자한 4만6826명(14일 기준)의 평균 수익률은 49.41%에 달한다. 수익 투자자 비율도 87.86% 수준이다.
현재 증권사들이 제시한 한국전력의 평균 목표가는 6만167원 수준이다. 증권가에서도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며 호평을 내놓고 있다. 3분기 한국전력의 영업이익은 5조651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6.43% 증가했다. 증권사 추정치도 10.69% 웃돌았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5.63% 늘어난 27조5724억원으로 집계됐다. 2016년 이후 처음으로 영업이익률은 20%를 웃돌았다.
유재선 하나증권 연구원은 "에너지 가격 하락 영향으로 발전자회사들의 석탄 및 액화천연가스(LNG)발전단가, 민간발전사(IPP) 전력구입단가 등이 하락해 한국전력의 이익이 늘었다"며 "전력판매량도 전년 동기 대비 1.1%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4분기에도 실적 개선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증권사들은 한국전력의 4분기 영업이익이 3조276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45%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허민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은 올랐지만, LNG와 석탄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며 "전력도매가격(SMP)도 하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MP는 발전사들이 한국전력에 판매하는 도매가격이다.
원전 사업 기대감도 주가 상승을 뒷받침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산업 발달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자 미국은 원자력 산업을 키우고 있다. 한국이 핵심 파트너로 거론되는 가운데 양국은 '마누가'(MANUGA·미국 원전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향후 한국전력과 자회사가 미국 대형 원전 프로젝트를 진행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며 주가도 날아올랐다.
SK證 "기대감, 주가에 선반영"
다만 증권가에선 한국전력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주가가 단기간에 급등했기 때문이다. 또 실적이 장기간 개선되려면 전기 요금이 올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나민식 SK증권 연구원은 "한국전력은 실적 개선 및 원자력 사업에 대한 기대감으로 올랐다"며 "과거 한국전력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최대 0.6배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주가에 기대감이 충분히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SK증권은 한국전력에 투자의견 '중립'을 제시했다.
류재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한국전력이 재평가받으려면 요금 인상, 원전 수출 모멘텀(상승 동력) 재개 등 새로운 재료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요금 인상 방법으로는 차등 요금제 도입을 제시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