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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콜린스 잘 보였으면"…'비하인드 더 문' 1인극 된 이유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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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콜린스 잘 보였으면"…'비하인드 더 문' 1인극 된 이유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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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류 최초로 달의 뒷면을 보았던 마이클 콜린스의 이야기가 무대 위에서 되살아났다. 화려한 영광에 가려졌던 그의 궤적은 1인극 뮤지컬 '비하인드 더 문'을 통해 비로소 빛을 냈다. 영웅적인 서사는 아니지만, 뭉근한 감동을 지닌 인간적 이야기로.

    18일 오후 서울 중구 흥인동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비하인드 더 문' 프레스콜이 진행됐다. 현장에는 김한솔 작가, 강소연 작곡가, 김지호 연출 등 창작진을 비롯해 배우 유준상, 정문성, 고훈정, 고상호가 참석했다.


    '비하인드 더 문'은 인류 최초의 유인 달 탐사선인 아폴로 11호에 탑승했던 세 명의 우주인 중 한 명인 마이클 콜린스의 이야기를 1인극 형식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닐 암스트롱과 버즈 올드린이 달에 착륙하고 온 세계가 그들을 지켜볼 때, 사령선 조종을 위해 달의 뒤편에 홀로 남았던 마이클 콜린스의 꿈과 사랑, 삶의 궤적을 깊이 있게 풀어냈다.

    작품은 2022 창작 산실 대본 공모 선정, 2023 '창작 뮤지컬 어워드 넥스트' 최종 우승, 2024 쇼케이스를 거쳐 지난 11일부터 정식 초연으로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창작 개발에는 약 5년여의 세월이 걸렸다.


    김한솔 작가는 마이클 콜린스의 실화를 작품화하기로 결심한 계기에 대해 "달 탐사 50주년 행사에 마이클 콜린스가 등장해서 스피치하는 기사를 봤다. 닐과 버즈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는데 한 명이 더 있는 줄 몰랐다. 세 번째 우주인이 있었고, 그가 홀로 달을 밟지도 못하고 뒤편으로 갔다는 걸 알고 흥미로웠다. 실존 인물, 특히 많은 분께 알려지지 않은 분들에 대해 관심이 많다"고 밝혔다.

    이어 "강소연 작곡가한테 그 기사를 보내면서 '이 인물로 뮤직컬을 쓰고 싶은데 같이 할래?'라고 물었다. 그게 2019년이었다"며 "역사적인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기억 속에서 잊힌 그의 이야기를 뮤지컬로 담아내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비하인드 더 문'은 무대 전면을 활용한 LED 영상과 달의 뒤편을 구현한 입체적인 무대, 배우의 움직임과 감정을 섬세하게 비추는 조명 등 완성도 높은 무대 예술이 인상적이다. 4인조 라이브 밴드 연주와 1명의 배우가 연기가 만들어내는 몰입감도 높다.

    김지호 연출은 "극장 구조가 특이하다. 조금 더 많은 관객에게 공평하게 장면을 나눠드리기 위해 애를 썼다"고 강조했다.


    강소연 작곡가는 "전반적으로 따뜻한 이야기라서 그에 맞춰서 작곡하려고 했다. 달에 관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사람의 이야기라고 생각해서 인물의 감정선과 장르에 따라 톤을 맞췄다. 우주적인 모멘트는 편곡적으로 해결하려고 했다. 지구에서의 장면에서는 어쿠스틱한 편곡이 나왔고, 우주에서의 장면은 사운드를 우주적으로 사용해서 썼다"고 설명했다.

    한 명의 배우가 마이클 콜린스를 주축으로 여러 배역을 소화하는 1인극 형식이라는 점은 '비하인드 더 문'의 가장 큰 특징이다.


    김 작가는 "초고는 5인극이었다. 근데 초고를 다 쓰고 나니까 마이클 콜린스가 잘 보이지 않더라. 그는 현실에서도 잘 보이지 않았는데, 이 극 속에서도 그렇게 만들고 싶진 않았다. 그가 가장 잘 보이게 하는 게 무엇일지, 내면의 여정을 어떻게 해야 가장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을지 고민한 끝에 1인극으로 바꿨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저와 작곡가, 연출 모두에게 큰 도전이었지만 그렇게 해야만 이야기가 가장 잘 전달될 거라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김 연출은 "1인극을 한다는 건, 특히 뮤지컬 1인극은 배우의 역량에 많이 의존할 수밖에 없다. 공연을 시작하면서 마음먹은 게 '배우 역량에 의존하지 않고, 그들이 많은 것들을 더 펼칠 수 있도록 옆에서 연출적으로 도와줘야겠다'는 거였다"고 털어놨다.

    이어 "씬을 표현하는 방법, 1인 다역을 연기하는 것에 대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드리려고 했다. 이전에는 하지 않았던 걸 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다행히 그 노력을 배우 네 분이 온몸으로 받아주고 믿어주고 따라줘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평소 달과 별 등 천체 관측에 흥미를 가지고 있었다는 유준상은 작품에 강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매일 달과 별을 보면서 마이클 콜린스의 외로운 순간들을 떠올렸다"고 했다. 아울러 "80세 때 나의 마지막 작품은 이거라고 생각했다. 80세까지 공연하겠다는 목표가 생겼다"면서 "열정적으로 대본을 외웠다. 아프리카 봉사활동을 갔을 때도 틈만 나면 넘버를 불렀다"고 전했다.

    고상호는 작품 속 인물에게 집중했다면서 "배경이 달일 뿐, 목표를 이루고자 하는 어떤 사람에게도 투영되는 이야기이지 않을까 싶었다. 외로움에서 사람으로 이어지는 것들을 많이 해석해서 넣으려고 했다"고 밝혔다.

    정문성은 "실컷 연기해보고 싶어서 1인극을 택했다"면서 "'비하인드 더 문'은 1인극이라고 하면 막연히 떠올릴 수 있는 콘서트, 장기 자랑, 차력쇼의 느낌이 아니다. 영웅적인 사랑의 모습도 아닐 거고, 무언가를 뽐내는 자리도 아니다. 관객들이 돌아서서 나갈 때 혹은 이 공연이 지나고 난 뒤에 '나에게 위로가 됐던 작품'으로 기억될 거 같다. 멋있었던 작품이 아닌, 나를 위로해줬던 작품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고훈정은 "창작 작품에 참여하게 되면 그 공연이 잘 올라갔을 때 느껴지는 충만함이 있다. 이건 경험해 본 스태프나 배우들만 알 것"이라면서 "열심히 준비해서 올라갔을 때의 충만함을 느껴보자고 했다"고 전했다.

    공연가에서는 유준상이 무대에 오르면 작품의 수명이 거뜬히 10년을 넘긴다는 말이 있다. '프랑켄슈타인', '벤허', '레베카', '그날들', '삼총사', '잭더리퍼' 등이 10년 넘게 사랑받았다.

    '비하인드 더 문'의 미래를 묻자 유준상은 "제 소망은 10년"이라면서 "전 세계 최초로 이런 작품을 만들었다는 데에 자부심을 느끼면서 네 배우가 계속 연습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끝으로 김 작가는 작품을 '사랑'이라는 키워드로 정의하며 그 이유에 대해 "마이클 콜린스에 관해 공부하면 할수록 그가 단단하고 용기 있다고 느꼈다. 그런 용기와 자부심, 단단함이 어디서 오는 것일지 고민했는데 그건 바로 사랑이었더라. 보이지 않는 지구에서 사랑하는 사람들이 나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는 사실이 중력처럼 안정적으로 그를 끌어당기는 힘이라고 생각했다. 외로움의 감정을 생각하고 글을 썼는데, 결국 그를 만든 건 사랑이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비하인드 더 문'은 내년 2월 8일까지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공연한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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