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배드민턴' 황금기 이끈 안세영…출연연 기술사업화 뒷받침

여자 단식 세계 1위 안세영 선수의 압도적 성적 뒤에는 개인의 피지컬 관리뿐 아니라 국내 연구기관의 기술사업화 성과가 조용히 뒷받침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국가대표의 경기력은 회복과 컨디셔닝의 미세한 차이가 승부를 가른다"며 "정부출연연의 과학적 기반 기술이 스포츠 현장에서 실증되고 성과로 이어진 점은 국내 기술사업화 모델의 확장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입을 모은다.

17일 대한배드민턴협회와 헬스 스타트업 피랩에 따르면 국가대표팀은 공식 후원 제품인 '르피랩 메이신 레드'를 선수들의 피로 회복과 근육 뭉침 완화에 활용하고 있다. 르피랩 메이신 레는 한국원자력연구원이 개발한 천연 플라보노이드 성분 '메이신'을 주성분으로 한다. 메이신은 센티페드그라스에서 추출된 성분으로 항염 및 항산화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명 르피랩 '빨간통' 스프레이는 메이신 외에도 6가지 허브 추출물 복합체인 '오리엔탈 허브바이오'를 함께 배합해 운동 후의 긴장을 완화하고 빠른 회복을 돕고 있다. 박 감독이 중간 휴식 시간마다 선수들의 어깨나 팔 부위에 직접 분사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원자력연은 정부출연 연구기관으로 원자력 및 바이오 융합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국내 최고 수준의 연구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연구원의 축적된 기술력과 신뢰도 높은 연구 환경에서 메이신을 개발했고 국가공인 연구기관의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한 성분을 국가대표 선수들이 사용하는 제품에 적용했다.

안 선수는 지난달 프랑스 세송세비녜에서 열린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프랑스오픈(수퍼750) 결승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시즌 9승을 달성했다. 안 선수는 올해 13개의 국제대회에서 63승 4패를 기록, 승률은 94%에 이른다. 남자복식 최강 조인 김원호와 서승재도 프랑스오픈을 포함해 올해에만 9승을 합작했다. 이들은 세계선수권대회와 슈퍼 1000 시리즈 말레이시아오픈·전영오픈·인도네시아오픈, 슈퍼 750 시리즈 일본오픈·중국마스터스·프랑스오픈, 슈퍼 500 대회 코리아오픈, 슈퍼 300 독일오픈에서 우승을 따냈다.

대한배드민턴협회는 지난 7월 르피랩과 공식 후원 협약식을 체결했다. 협회는 올해 들어 10년 가까이 메인 스폰서로 함께 했던 KB금융그룹과의 계약 기간 종료가 다가오면서 새로운 파트너사를 찾았고 2년간 총 18억원(현금 15억4000만원, 물품 2억6000만원 상당) 규모의 현금과 물품을 후원하기로 한 피랩과 손을 잡았다.

이상윤 피랩 대표는 "공식 후원을 시작하자마자 국가대표팀이 좋은 성과를 거둬 기쁘다"며 "앞으로도 선수들이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안정적으로 훈련과 경기를 이어갈 수 있도록 현장의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반영해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제품과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