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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에 수백억달러 쏟았는데…국가 생산성은 오히려 추락? [글로벌 머니 X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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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에 수백억달러 쏟았는데…국가 생산성은 오히려 추락? [글로벌 머니 X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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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글로벌 인공지능(AI) 투자 급증으로 생산성 향상이 기대됐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AI라는 강력한 기술이 경제 전반으로 확산하지 못하면서다. 오히려 AI 기술 독점 등으로 저성장 고착화와 불평등 심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총요소생산성(TFP)의 하락
    18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메타, 아마존, 알파벳(구글) 등 주요 빅테크 기업들은 올해 AI 인프라 구축에 수천억 달러를 투입했다. 이들 기업은 지난해에도 AI 인프라 확대를 위해 수백억 달러를 투자했다. 이런 AI 투자 확대로 인간의 생산성이 크게 높아질 것이라는 예상도 잇따라 나왔다.

    하지만 국가 경제 단위에선 아직 뚜렷한 생산성 향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 9월 발표한 '생산성 지표 편람 2025'에 따르면 지난해 OECD 30개국의 평균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0.4%에 그쳤다. 사실상 정체 상태다. 이는 전년의 0.6% 증가보다 하락한 수치다.


    지역별로 보면 아시아는 0.2%, 북미는 0.2%다. 주요 7개국(G7)은 0.3% 감소로 부진했다. 유로존은 노동생산성이 9% 감소로 역성장하며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수치를 기록했다.




    OECD의 애널리스트 누옹 루우는 "챗 GPT, 제미나이 같은 생성형 AI로 생산성 점프 기대했지만 2023~2024년 통계에서는 그 효과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며 "AI의 생산성 이득은 숙련 노동, 적절한 적용 분야, 보완적 투자가 함께해야 실현되기에 시간 차가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세계 경제의 생산성 향상 부진의 배경에는 ‘총요소생산성(TFP)’이라는 개념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제 성장률 분석에선 크게 세 가지 요소로 나눠서 볼 수 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일하느냐(노동), 얼마나 많은 설비·기계·공장을 투입하느냐(자본) 그리고 이 두 가지를 얼마나 똑똑하게 쓸 수 있느냐(총요소생산성, TFP)다.



    앞의 두 요소가 양이라면, TFP는 경제 전체의 질에 가깝다. 같은 사람 수와 같은 공장 수로 얼마나 더 많이, 더 효율적으로 생산해내느냐를 보여주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TFP는 단순한 기술 수준만 뜻하지 않는다. 새로운 기술의 도입 속도, 기업의 경영 효율, 비효율적인 기업을 퇴출하고 생산성이 높은 기업으로 자원이 옮겨가는 과정, 규제와 제도의 효율성, 교육과 조직 문화를 포함한 경제 시스템 전체의 '똑똑함'이 모두 합쳐진 결과다. 장기적으로 한 나라의 삶의 수준과 성장 잠재력을 가르는 핵심 동력으로 평가된다.


    문제는 이 TFP가 지난 수십 년간 세계 곳곳에서 눈에 띄게 힘을 잃고 있다는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작년 4월 ‘세계경제전망(WEO)’ 보고서에서 지난 20년간 관찰된 전 세계 중기 성장률 전망 하락의 가장 큰 원인으로 바로 이 TFP 성장세의 둔화를 지목했다.

    IMF는 선진국이든 신흥국이든 최근의 성장 둔화 중 절반 이상은 '사람과 자본을 더 투입하지 않더라도 생산량을 끌어올리게 해주던 그 효율성'이 떨어진 데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IMF는 AI, 자동화 등 새로운 도구가 경제 전체의 생산성 향상으로 연결하는 데 실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추세가 이어질 경우 2030년 세계 실질 성장률은 2.8%에 그칠 것으로 IMF는 내다봤다. 2000~2019년의 평균 성장률 3.8%와 비교하면 1%포인트 낮은 수치다. 숫자로 보면 작은 차이처럼 보인다. 하지만 누적되면 소득 수준, 일자리, 복지 재정에 미치는 영향은 절대 작지 않다.


    상위 기업에 몰린 생산성 향상
    그렇다면 '그렇게 많은 돈이 AI에 쏟아지고 있는데, 왜 TFP는 살아나지 않는가?'라는 질문이 나오게 마련이다. TFP의 성장은 단순한 효율성 지표가 아니다. 한 국가에서 자본과 노동이 낮은 생산성 부문에서 높은 생산성 부문으로 이동하는 역동성을 의미한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이런 재배치 기능이 뚜렷하게 약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가장 핵심적인 요인은 시장 구조의 변화, 특히 독과점의 심화다.



    시카고대의 얀 드 뢰커와 UCLA의 얀 에크하우트는 이런 구조적 흐름을 계량적으로 포착했다. 두 연구자는 기업이 한계비용, 즉 추가 생산에 드는 최소 비용 대비 얼마나 높은 가격을 매기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마크업’ 지표에 주목했다.

    1980년대만 해도 전 세계 상장기업의 평균 마크업은 약 1.1배였다. 이는 기업들이 한계비용보다 약 10% 높은 수준에서 가격을 책정했다는 뜻이다. 경쟁이 비교적 활발하고 시장 지배력이 제한적이었던 시기다.

    하지만 2010년대 후반으로 오면서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평균 마크업이 1.6배까지 상승한 것이다. 기업이 제품을 한 단위 더 생산하는 데 드는 비용보다 60% 높은 가격을 받는 수준까지 시장 질서가 변했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이런 흐름을 단순한 가격 전략의 변화가 아니라, 소수 기업이 시장 지배력을 강화해 온 구조적 변화로 해석한다.

    이 변화는 산업 경쟁 구도, 혁신 유인의 분배, 장기적 생산성 구조 등 여러 영역에 파급된다. 앞으로의 시장 규범과 정책 논의에서 중요한 기준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 문제의 본질은 마크업 상승 자체가 아니라, 그로 인해 자본과 노동이 분배되는 방식이 왜곡된다는 데 있다. 시장 지배력을 가진 기업은 추가 투자나 고용 확대를 통해 생산성을 끌어올리지 않는다.



    이미 확보한 지위를 토대로 이윤을 극대화하는 지대 추구 활동에 집중하게 된다. 경쟁이 약화한 환경에서는 자본이 혁신을 향해 이동하지 않고, 해자 전략을 갖춘 기업으로 몰리는 불균형이 고착된다. 이러한 흐름이 자원 오배분이다.

    IMF는 이 왜곡이 거시 생산성에 끼친 충격을 정량적으로 분석했다. 2024년 발표된 IMF 보고서는 지난 수십 년 동안 누적된 자원 오배분이 글로벌 TFP 성장률을 매년 약 0.6%포인트씩 낮췄다고 평가한다.

    선진국만 따로 보면 중위값 기준 연간 0.5%포인트 수준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원 배분 악화가 TFP 성장의 절반을 잠식한 셈이다. IMF의 난 리 경제학자는 “효율적 분배가 유지됐다면 최근의 TFP 성장률은 50% 더 높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AI 혁명 독점?
    AI 혁명은 이런 '오배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심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AI 모델(거대언어모델)을 중심으로 한 기술 발전은 막대한 초기 자본을 요구하는 특성상 시장의 경쟁 구도를 좁히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AI 개발에는 고성능 반도체, 데이터센터, 연구 인력 등 대규모의 선투자가 필요하다. 이런 투자 규모를 감당할 수 있는 곳은 지난 수십 년간 높은 마크업과 네트워크 효과로 자본을 축적해온 글로벌 대형 기술 기업들이다.

    AI의 ‘파괴적 혁신’ 속성은 기존 기업의 우위를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다. 소프트웨어·R&D 중심 산업에서는 규모가 커질수록 단위 비용이 낮아지는 구조 때문에 선도 기업의 시장 지배력이 더 공고해진다.

    이 과정은 정부의 산업 정책과 결합할 때 더욱 심각한 오배분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가가 특정 산업을 미래 전략 분야로 지정해 보조금을 집중하면 단기적으로는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자원이 한정된 상황에서 특정 부문에 과도하게 편중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다른 산업의 성장 잠재력은 위축되고, 전체 경제의 총요소생산성(TFP)이 낮아지는 구조적 손실이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IMF는 지난달 세계경제전망(WEO)에서 중국의 사례를 들며 산업 정책에 따른 요소 오배분이 TFP를 1.2% 감소시켰다고 분석한 바 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지난달 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자원 오배분을 해소하는 구조 개혁이야말로 정체된 글로벌 성장을 되살릴 핵심 열쇠"라며 "특히 시장 경쟁을 막는 무역 장벽과 보조금은 TFP에 즉각적인 타격을 준다"고 경고했다.
    기술 확산의 단절
    AI 시대에 전 세계 TFP이 반등하지 않는 배경에는 ‘확산의 실패’라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AI 기술이 있지만 그 성과가 경제 전반으로 퍼지지 못하고 소수의 선도 기업에만 집중된다는 것이다. OECD는 올해 발표한 ‘Global Forum on Productivity at 10’ 보고서에서 “문제는 혁신의 부족이 아니라 확산의 부재”라고 규정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각 산업에서 상위 5%에 해당하는 기업의 생산성은 2000년대 이후에도 꾸준히 상승했다. 하지만 나머지 95% 기업의 생산성은 사실상 정체 상태에 머물렀다. OECD가 주요 국가 기업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도 2000년대 중반 이후 글로벌 상위 5% 제조기업의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연평균 3.5% 수준이었다. 하지만 후발 기업군은 0.5%에 미치지 못했다.

    TFP 둔화는 혁신이 사라져서가 아니다. 혁신의 성과가 경제 전체로 전달되지 못한 데서 비롯된 현상이라는 지적이다. 상위 기업이 AI를 기반으로 성과를 쌓아도 그 결과물은 더 넓은 경제 생태계로 흘러가지 않고 있다. 거시적 생산성 지표가 정체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확산 병목은 시장 구조와 제도 환경의 결합에서 발생한다는 분석이다. 먼저 시장 지배력을 가진 선도 기업이 바로 ‘프런티어 기업’이라는 점이 문제의 출발점이다. 이들 기업은 막강한 자본력과 높은 마크업을 바탕으로 AI 기술과 핵심 데이터를 선점해 왔다.

    특히 기술 확산의 핵심인 무형자산과 암묵지(암묵적인 운영 지식)를 내부에서 축적하면서 후발 기업이 이를 모방하거나 따라잡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이렇게 형성된 기술 격차는 새로운 진입 장벽이 되고, 이는 다시 상위 기업의 독점 구조를 강화하는 순환을 만든다.

    다른 핵심 요인은 제도적 장벽이다. OECD는 경쟁 촉진을 위한 개혁이 미흡했던 산업군에서 생산성 격차가 특히 크게 벌어졌다는 것을 지적한다. 낡은 규제, 경직된 노동시장, 신규 기업의 진입을 가로막는 제도적 관행이 신기술 확산을 지연시키고 있다는 뜻이다. OECD는 시장 규제가 강한 부문일수록 상위 기업과 후발 기업 간 다요소생산성(MFP) 격차가 현저하게 크게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마티아스 코만 OECD 사무총장은 지난달 "혁신의 성과가 일부 기업이나 지역에 편중되는 현상은 심각한 구조적 문제"라며 "경쟁을 촉진하고 규제를 간소화하는 구조 개혁 없이는 AI가 가져올 혜택이 경제 전반으로 확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저성장 고착화 우려
    생산성 정체가 지속될 경우 글로벌 경제에는 부정적인 장기 파급효과가 예상된다. 가장 직접적으로는 잠재성장률의 추가 하락과 장기 저성장 고착화 위험이 거론된다. IMF는 "특단의 생산성 제고 정책이 없으면 2030년대 글로벌 성장률은 역사적 평균(3.8%)보다 1% 포인트 이상 낮은 2.8%에 머물 것"으로 경고했다.

    OECD는 'Reviving Productivity Growth' 보고서에서 "많은 OECD 국가들이 역사적으로 약한 생산성 성장과 정체된 생활 수준에 직면해 있다"며 생산성 회복 없이는 고령화에 따른 재정·복지 압력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생산성 역설은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강력한 동인이기도 하다. 혁신의 과실이 소수의 상위 기업과 그곳에 종사하는 고숙련 노동자에게 집중된다. 나머지 경제 주체는 정체되면서 기업 간, 개인 간 소득 격차는 더욱 확대될 수밖에 없다.

    한국도 TFP 둔화가 우려된다. 한국은행의 지난 4월 분석에 따르면,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2000년대 초반 약 5% 수준에서 2010년대 3%대 중반까지 떨어졌다. 2024~2026년에는 2.0% 수준까지 더 하락했다. 한국의 TFP 둔화는 '창조적 파괴' 메커니즘이 사라지면서 나타난 결과라는 지적이다.

    한국은 경제 위기에도 정책적으로 기업 구조조정을 미뤘다. 그 결과 부실기업 상당수가 시장에 남아 민간투자 활력을 떨어뜨리고 생산성 상승을 막았다는 분석이다. 한국에서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생산성 격차가 벌어지는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 AI 등 신기술 투자가 일부 대기업에 집중되면서 기술 확산이 지연됐다.

    [글로벌 머니 X파일은 중요하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세계 돈의 흐름을 짚어드립니다. 필요한 글로벌 경제 뉴스를 편하게 보시려면 기자 페이지를 구독해 주세요]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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