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명품 여행용 캐리어 브랜드 ‘리모와’가 자사의 시그니처 디자인을 모방한 이어폰 케이스에 대해 디자인권 무효 판결을 받아냈다. 리모와 측을 대리한 김앤장법률사무소는 물품 종류가 달라도 브랜드의 핵심 디자인 정체성을 보호받을 수 있다는 법리를 주장해 승소를 이끌었다.16일 법조계에 따르면 특허법원 제2부(재판장 이혜진 고법판사)는 지난 12일 이어폰용 케이스 디자인권자 A씨가 독일 리모와를 상대로 제기한 심결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앞서 특허심판원은 리모와의 청구를 받아들여 A씨의 등록디자인이 무효라고 심결했다.
리모와를 대리한 김앤장(박민정 변호사, 이승희·신정훈 변리사)은 두 물품 모두 다른 물건을 외부 충격에서 보호하고 손쉽게 이동하도록 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용도와 기능의 관련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육면체 형태와 개폐 구조도 비슷해 디자이너가 여행용 캐리어에서 영감을 받아 쉽게 이어폰 케이스로 전용할 수 있다는 논리도 펼쳤다.
특히 김앤장은 리모와 ‘그루브 디자인’의 영향력을 집중적으로 입증했다. 리모와가 1950년께부터 입체적 줄무늬를 형성한 디자인을 채택해왔고, 이것이 ‘리모와 스타일’로 불릴 정도로 유명하다는 자료를 제출했다.
A씨 측을 대리한 법무법인 율촌은 두 제품 디자인의 차이점을 강조했으나 김앤장은 이런 차이가 큰 물품을 소형 물품으로 전용하는 과정에서 필요 없는 부분을 생략한 것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특허법원은 “두 제품 용도가 동일하지 않더라도 주름과 홈이 있는 육면체 형상과 기본 구조 등이 유사하고, 용도·기능의 관련성이 크다”며 “리모와 디자인이 ‘리모와 스타일’로 불리며 시중 다른 소형 물품에도 활용되고 있는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박민정 김앤장 변호사는 “디자인의 창작 비용이성 판단에서 해당 디자인이 표현된 물품이 선행 디자인의 물품과 반드시 동일·유사할 필요는 없다는 법리가 재확인됐다”고 설명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