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자동차그룹이 2026~2030년 5년간 국내에 총 125조2000억원의 사상 최대 규모 투자를 단행한다. 이는 직년 5년 동안 국내 투자 금액 대비 36조1000억원가량 웃도는 수준이다. 현대차그룹은 인공지능(AI), 로봇 및 그린에너지 생태계 발전을 위한 수소 산업 등에 투자해 국가 경제 활력 제고에 나선다.
현대차그룹은 앞으로 5년간의 중장기 투자 금액 125조2000억원 중 △AI 및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 전동화, 로보틱스, 수소 등 미래 신사업 분야에 50조5000억원 △기존 모빌리티 산업 경쟁력 지속 강화를 위한 연구개발(R&D) 및 경상투자에 각각 38조5000억원, 36조2000억원을 투자한다고 16일 밝혔다.
50조5000억원이 투입되는 신사업 투자는 AI 자율주행, AI 자율제조, AI 로보틱스, 전동화 및 SDV, 수소 에너지 등 미래 산업에 전략적으로 투자를 단행한다. 신차 투입을 위한 각 지역 생산 거점 라인 고도화 및 전기차 전용 공장 신설, 서남권 PEM 수전해 플랜트 구축 등도 해당 투자의 일환이다.
R&D 투자에는 38조5000억원으로, 신제품 및 핵심 분야 기술 개발 확보에 투입된다. 현대차그룹이 개발하고 있는 후륜 기반 하이브리드 시스템 등이다. 26조2000억원의 경상 투자는 국내 생산 설비 효율화 및 제조 기술 혁신, 고객 서비스 거점 확대 등에 활용된다.
이 밖에 국내 자동차 산업 생태계 안정화를 위해 현대차·기아 1차 협력사가 올 한해 부담하는 대미 관세 전액을 지원하는 데도 투자 금액을 활용한다.

AI 데이터센터, 로봇 공장, 수전해 플랜트 등 추진
이번 현대차그룹의 향후 5년 간의 투자는 구체적으로 AI 및 로봇 산업 육성 투자로, AI 인프라 조성 및 AI 활용 로보틱스 등 첨단 밸류체인 구축 등에 초점을 맞췄다.현대차그룹은 최근 엔비디아와 협력 강화 방안을 발표하는 한편 차량 내 AI, 자율주행, 스마트 팩토리, 로보틱스 등 AI 역량 고도화에 힘을 쏟고 있다.
AI 자율주행은 센서 데이터를 기반으로 AI가 차량 주변을 스스로 인지하고 실시간으로 판단해 주행하는 기술로 현대차그룹은 엔드 투 엔드 딥러닝 모델 기반의 '아트리아 AI'로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포티투닷 및 자율주행 합작법인 모셔널과 해당 기술 구현을 가속화한다.
이와 함께 AI와 로봇, 디지털 트윈 기술을 융합해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AI 스스로 공정을 운영 및 최적화하는 미래 AI 자율제조 기술 개발에도 힘을 쏟는다.
최근 모빌리티 소프트웨어 기술 플랫폼 ‘플레오스를 발표하는 등 SDV 전환에도 속도를 낸다. 내년 하반기 차량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유기적으로 통합한 중앙집중형 전기전자 아키텍쳐를 적용한 ‘SDV 페이스카(시험차)’를 공개하고 기술 검증을 거쳐 양산차 확대 적용을 추진한다.
현대차그룹은 여기에 AI 모델 학습 및 운영에 필요한 막대한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해 고전력 AI 데이터센터 건립을 추진할 방침이다. AI 데이터센터는 피지컬 AI 로봇, 자율주행차 등에서 생성되는 AI 학습 데이터 저장이 가능한 페타바이트(PB)급 데이터 저장소를 확보한다.
피지컬 AI 생태계 발전의 중추를 담당할 현대차그룹 피지컬 AI 어플리케이션 센터 설립도 추진한다. AI를 통해 대규모 행동 데이터를 학습한 로봇의 완성도 및 안전성을 검증하고 이를 통해 실제 산업현장 투입 전 신뢰성을 최종 검증하는 혁신 실증센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차그룹은 피지컬 AI를 활용해 확보한 고객 맞춤형 로봇 기술을 바탕으로 로봇 완성품 제조 및 파운드리 공장도 조성한다. 이를 통해 사업 영역을 자체적인 로봇 제품 생산부터 제조 노하우가 부족한 중소기업 제품을 위탁 생산하는 파운드리까지 확장한다.
동시에 기존 자동차 부품 협력사의 로봇 부품 분야에 대한 연구개발도 적극 지원한다. 자동차 부품 협력사의 로봇 사업 진출을 가속화함으로써, 핵심 부품 국산화 및 고부가가치 제품 수출 등을 통한 국내 산업 패러다임 전환을 유도하기 위한 차원이다.

그린 수소 생산 위한 수전해기 개발 등 투자
현대차그룹은 또 재생 에너지가 풍부한 서남권에 1GW 규모 PEM 수전해 플랜트를 건설하며, 인근에 수소 출하센터 및 충전소 등 인프라 구축을 추진할 계획이다. 향후 정부·지자체 등과 협의해 AI·수소·V2X 등 현대차그룹이 보유한 핵심 신기술을 접목시킨 수소 AI 신도시가 조성되도록 적극 검토할 계획이다.이 밖에 차세대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양산, 수소버스 및 트럭 개발 등 기존 수소전기차 분야에서의 글로벌 리더십을 더욱 공고히 하는 동시에 다양한 사업군의 그룹사를 통한 수소 생산과 공급, 저장, 활용 등 밸류체인 전 주기에 걸쳐 수소 사회 조기 실현을 위한 생태계 구축 등 수소 에너지 사업 추진 속도도 높인다.
모빌리티 산업의 발전을 위한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나선다. 현대차그룹은 동남권(울산, 창원), 서남권(광주, 전주), 중부권(아산, 진천, 서산, 충주, 천안), 대경권(대구, 경주, 김천), 경기 지역(화성, 광명, 평택)에 완성차 공장 및 부품 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향후 5년간 수십 종의 신차 투입을 위한 라인 고도화에 지속적인 투자를 한다.
신규 공장도 건설된다. 내년 현대차 울산 전기차 전용 공장이 준공되고 2027년 가동을 목표로 울산 수소연료전지 신공장도 건설 중이다. 기아도 경기도 화성 PBV 전용 신규 전기차 거점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충남 당진제철소에 LNG 자가발전소 건립을 추진하고 있으며, 고로 효율 향상 투자에도 수천억 원을 투입한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전기차 충전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충전소 등 인프라를 전국에 확대 설치한다.

1차 협력사 관세 전액 지원 및 1~3차 협력사와의 상생 강화
현대차그룹은 현대차·기아 1차 협력사가 올해 부담하는 대미 관세를 소급 적용해 전액 지원한다. 이와 별도로 다양한 상생협력 프로그램을 마련해 1차는 물론 2~3차 협력사까지 혜택을 확대한다.현대차그룹은 현대차·기아와 직접 거래하는 1차 협력사가 부품 등을 미국 생산법인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 기아 조지아 공장에 공급하는 과정에서 실제 부담하는 관세를 매입 가격에 반영해 협력사의 관세를 지원할 계획이다.
총 지원 규모는 향후 1차 협력사의 수출 실적 집계 후 확정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1차 협력사뿐 아니라 직접 거래가 없는 5000여 개의 2·3차 중소 협력사까지 포괄해 협력사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국내 자동차 산업 생태계 안정화를 위한 신규 지원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지원 규모도 확대한다.
또 국내 자동차 산업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협력사의 원자재 구매와 운영자금 확보, 이자 상환 등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 해외 판로 개척과 수출 확대를 위한 다양한 글로벌 경쟁력 강화 프로그램도 추진한다.
현대차그룹은 이와 함께 협력사의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미래 모빌리티 부품 분야에 대한 신규 투자와 R&D, 스마트 공장 도입, 안전·보안 관리 체계 구축을 더욱 가속화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 지속 가능한 동반 성장을 도모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역대 최대 규모의 중장기 국내 투자와 끊임없는 혁신으로 대한민국 경제 활력 제고에 기여할 계획”이라며 “협력사 관세 지원과 상생협력 프로그램을 확대해 국내 자동차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도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