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가를 정하기 어려운 꼬마 빌딩과 초고가 주택의 가치를 국세청이 따로 평가해 과세하는 부동산 감정평가(상속·증여세 과세 지원) 사업 예산이 내년 30% 줄어든다. 강민수 전 국세청장이 예산을 두 배 이상 늘려 1조원 이상의 세수 증대 효과를 낸 사업이어서 의외라는 반응이 나온다.
18일 '2026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국세청 상속·증여세 과세 지원(부동산 감정평가) 사업비가 올해 96억원에서 내년 67억원으로 29억원(30.0%) 감액됐다. 부동산 감정평가는 국세청이 소규모 빌딩이나 초고가 주택에 별도의 감정평가를 거쳐 실제 가치에 맞게 상속·증여세를 매기는 제도다.
상속 ·증여세는 시가 평가로 산출하는 게 원칙이지만 꼬마 빌딩이나 초고가 주택은 거래가 활발하지 않아 시세보다 훨씬 낮은 공시가격으로 세금이 부과됐다.
같은 압구정 현대아파트인데 세금 7억원 差
그러다 보니 같은 청담동인데 크기가 4배 이상 큰 아파트(신동아빌라트 226㎡)의 신고가가 작은 아파트(청담자이 49㎡)보다 1억원 낮거나, 같은 압구정 현대아파트에서 거래가 상대적으로 적은 108㎡형의 신고가가 80㎡형보다 7억원 적은 사례도 있었다. 일부 자산가들은 이 같은 가격 구조 왜곡을 편법 증여 수단으로 악용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국세청은 2019년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을 개정해 2020년 상속·증여세 신고 이후 외부 평가를 거쳐 시세에 가깝게 과세하는 감정평가 사업을 도입했다. 2020~2024년 896건의 감정평가를 통해 5조5000억원이었던 신고가를 9조7000억원으로 75% 늘렸다. 4조2000억원의 상속·증여세를 더 걷은 셈이다.
올해부터는 비주거용 꼬마빌딩에 한정됐던 감정 대상을 초고가 아파트와 단독주택 등 주거용 부동산으로 확대했다. 감정평가 기준도 신고가액과 국세청 추정 시가의 차액이 10억원 이상일 때에서 5억원 이상 또는 차액 비율 10% 이상으로 강화했다.
지난해 51억원이었던 예산은 올해 96억원으로 늘었다. 강민수 전 청장은 지난 1월 2025년 국세행정 운영방안을 통해 "부동산 감정평가 대상을 확대하면 1조원 이상의 세수 증대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강 청장의 말대로 국세청은 올해 8월까지 298건을 감정평가해 신고액(1조4657억원)보다 1조2432억원(84.8%) 많은 2조7089억원을 과세했다. 감정평가 건수와 감정평가액, 이를 통해 확보한 세수 모두 사상 최대였다.
감정평가 대상과 기준이 강화되면서 올해는 국세청 관련 사업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됐다. 내년 예산안에서 상속·증여세 과세 지원 사업비가 30% 잘려 나간 것을 두고 의외라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2026년에는 감정평가 대상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사업 예산을 삭감할 경우 과세 형평성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우려했다.
상속세 불복청구 사상 최대
세무업계에서는 예산이 크게 줄어든 배경으로 제도의 법적 성격을 둘러싼 논쟁을 꼽는다. 납세자가 기준시가로 신고한 뒤 국세청이 보충적인 수단인 감정평가를 다시 실시해 과세표준을 크게 올리는 방식은 법적 안정성과 신뢰 보호 원칙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지병근 세무법인 가감 대표 세무사는 "부동산 감정평가 제도가 세수를 늘리는데 상당한 기여를 했다"면서도 "제도 실시 이후 '재산권 침해'라며 반발하는 납세자와 분쟁이 많이 늘어난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조세심판원에 따르면 2020년 197건이었던 상속세 관련 심판청구 건수는 지난해 391건으로 2배 늘었다.
국세청 관계자는 "감정평가는 주로 초고가 부동산을 대상으로 실시하기 때문에 기준이 5억원 이상 또는 차액 비율 10%로 강화되더라도 평가 건수는 비슷할 전망"이라며 "고액 부동산의 자발적 감정평가 비율이 70%까지 오르는 등 신고가를 왜곡하는 사례로 줄고 있어 예산이 감소해도 제도를 예년 수준으로 운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