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인은 평균 61세부터 적자 인생에 접어든다. 은퇴 후 소득은 뚝 끊기는데 의료 지출이 빠르게 늘어나며 적자에 허덕인다. 행복한 노후는 그렇게 멀어진다. 퇴직 이후에도 돈이 들어오는 ‘제2의 월급 통장’을 지금부터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신간 <일확연금 노후부자>는 퇴직·국민·주택연금과 대체투자로 은퇴 후에도 끊이지 않는 현금 흐름을 설계하는 방법을 알기 쉽게 풀어쓴 책이다. 연금·금융·복지 등의 분야를 집중 취재해 온 한국경제신문 기자 여섯 명이 지난해 4월부터 한경닷컴 등에 연재해 누적 조회수 3100만 회(지난 10월 말 기준)를 기록한 온라인 시리즈를 현시점에 맞게 보완해 출간했다.
첫 장에서는 많은 직장인이 방치해 둔 퇴직연금 계좌를 똑똑하게 활용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국내 퇴직연금 적립금의 80%는 예적금 등 연 2~3%대 수익률에 불과한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묶여 있다. 포트폴리오를 직접 짜야 한다는 부담이 크다면 생애 주기에 맞춰 자산 비중을 자동으로 조절해 주는 타깃데이트펀드(TDF)가 대안이 될 수 있다. 젊을 때는 주식 등 위험자산 비중을 높여 수익을 늘리고, 은퇴 시기가 가까워지면 채권 등 안전자산 비중을 키운다.미국 배당주 투자로 매달 월세를 받는 효과를 낼 수도 있다. 미국에는 50년 넘게 배당금을 인상해 온 기업만 49곳에 이른다. 한국과 달리 분기 배당이 일반적이어서 배당 지급일이 다른 종목을 조합하면 더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창출할 수 있다.
노후 자산의 한 축인 국민연금 역시 아는 만큼 수령액을 불릴 수 있다. 소득이 없어 국민연금 의무 가입 대상이 아니어도 ‘임의가입’을 통해 가입 기간을 늘리고 그만큼 연금을 많이 받을 수 있다. 60세 이후 보험료 납부 의무가 끝난 뒤에도 ‘임의계속가입’ 제도를 활용하면 가입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연금 수급 시기를 최대 5년 늦출 수 있는 연기연금도 눈여겨볼 만하다. 수급 시기를 1년 뒤로 미룰 때마다 7.2%포인트씩 연금이 늘어난다. 유의해야 할 점도 있다. 연기연금 등으로 소득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잃을 수 있다. 2022년 건강보험 부과체계 개편으로 피부양자 인정 기준이 연소득 3400만원 이하에서 2000만원 이하로 강화되면서다.
주택연금을 통해 부동산을 현금 흐름 자산으로 전환하는 방법도 있다. 주택연금은 주택 소유자가 집을 한국주택금융공사에 담보로 제공하고, 집에 살기만 하면 주택 가격에 준하는 금액을 평생 월마다 받을 수 있는 제도다. 책에선 제도 설명에 그치지 않고 부부 공동명의, 상속, 중도 인출, 건강보험료 문제 등 실제 가입자 입장에서 가질 수 있는 궁금증과 해답을 짚어주며 집이 월급이 되는 기술을 알려준다. 이 밖에 비트코인, 금, 리츠(부동산투자회사) 등 대체투자를 통해 기존 연금체계를 보완하는 방안도 자세히 담겼다. ‘일확천금’보다 든든한 ‘일확연금’을 만드는 방법을 한 권의 책에서 만날 수 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