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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간소음 보복 걱정했는데…"아기 소리 들리면 애국자죠" 반전 [오세성의 헌집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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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간소음 보복 걱정했는데…"아기 소리 들리면 애국자죠" 반전 [오세성의 헌집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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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파트에서 층간소음으로 인한 이웃 갈등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부상했습니다. 단순한 민원 수준에 그치지 않고 소음을 내는 윗집으로 보복 소음을 보내거나 복수심에 흉기 난동, 방화 등 강력 범죄를 일으키는 경우도 점차 늘고 있습니다.


    한국환경공단이 운영하는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 자료에 따르면 최근 4년간 접수된 민원 가운데 소음 기준을 초과한 경우는 2020년 18건에서 2024년 88건으로 5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공동주택 층간소음 관련 갈등을 조정하는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는 민원을 접수하고 1단계 전화 상담과 2단계 방문상담을 거친 뒤에도 갈등이 지속할 경우 현장을 찾아 소음을 측정합니다. 결국 층간소음 피해는 줄어들지 않고, 풀리지 않은 갈등만 누적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층간소음은 크게 △아이들의 뛰거나 걷는 등 무겁고 강한 충격에서 발생하는 '중량충격음'과 △신발을 신고 걷거나 작은 물건을 떨어뜨릴 때 발생하는 '경량충격음'으로 나뉩니다. 경량충격음은 방음매트 시공 등으로 줄일 수 있지만, 중량충격음은 건물의 콘크리트 슬래브 두께와 질량 등 구조적인 특성에 많은 영향을 받기에 사후적 조치로는 만족스러운 저감이 어렵습니다.


    정부가 주·야간 기준을 세분화해 규제를 강화하면서 신축 아파트는 진동 차단재를 추가하고 슬래브 두께를 키우는 등 다양한 설계 개선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지어진 노후 아파트에서는 건물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습니다. 물리적 한계가 명확한 탓에 노후 아파트 주민들은 층간소음 저감 기술이 발전해도 그 혜택을 누리기 어렵고, 갈등도 그만큼 커지게 됩니다.

    해결되지 않는 층간소음은 '보복 소음' 문화를 만들었습니다. 초기에는 고무망치로 천장을 두드리거나 밤에 스피커로 음악을 틀어두는 정도에 그쳤지만, 최근에는 골전도 스피커를 천장에 설치해 위층으로 소음을 보내는 방법이 주류로 자리잡았습니다. 골전도는 음파를 두개골의 뼈를 통해 내이(內耳)로 보내는 기능입니다. 보청기나 헤드셋에서 주로 쓰이던 기술이지만, 층간소음 복수 도구를 찾는 수요가 늘자 일부 업체에서 제품을 만들어 팔고 있습니다.

    SNS 등에서는 그때그때 소리를 지르거나 음악을 틀면 보복 소음의 의도성이 엿보일 수 있는 만큼 잘 시간에만 아기 울음소리나 쿵쿵대는 생활소음을 재생하는 편이 낫다거나 경찰이 찾아올 경우 문을 열어주지 말라는 등의 대응 방법도 흔하게 공유됩니다. 임의로 문을 열어주면 장치를 통해 보복 소음을 내고 있다는 사실이 발각될 수 있고, 경찰은 법원의 영장이 없는 한 강제로 집에 들어올 수 없다는 것입니다.


    최근에는 이러한 갈등이 점점 극단적으로 치달으면서 보복 소음을 내는 것은 오히려 온건한 방법으로 보일 지경입니다. 최근 의정부에서는 층간소음으로 인한 갈등이 이웃 간 흉기 난동으로 이어져 일가족이 중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부산에서는 층간소음을 주장하던 남성이 이웃집에 방화를 시도하다 적발됐고 대전에서는 층간소음을 낸다는 오해로 이웃 주민을 폭행, 중상을 입혀 살인미수 판결을 받는 사건도 발생했습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층간소음 저감 기술을 개발하고 정부도 관련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지만, 이는 새로 짓는 건물에나 해당하는 이야기일 뿐"이라며 "전국 대부분 기축 아파트와 빌라, 오피스텔 등은 층간소음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건물을 새로 짓지 않는 이상 물리적인 한계가 명확하다 보니 층간소음으로 인한 사회 갈등도 계속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내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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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물의 물리적 한계로 인해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기가 어렵다 보니 이웃간 배려가 중요하다는 의견도 힘을 얻습니다. 경기 안양시 노후 아파트에 사는 현모씨는 "지난해 이사 온 윗집이 돌쟁이 아이 둘을 키우는데, 밤마다 우는 소리가 나더니 최근에는 뛰기 시작했는지 쿵쿵대는 소리까지 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윗집이 모르쇠로 일관했다면 크게 다툼이 있었을 텐데, 잠투정이 심했던 뒤에는 주변 집들 현관에 포스트잇으로 사과를 남기기도 하고 명절이면 선물세트를 들고 온다"며 "그러다 보니 다른 이웃들도 '잠투정 없이 크는 아이가 어디 있느냐'고 웃으며 넘어가는 분위기가 됐다. 태도와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점을 새삼 느꼈다"고 설명했습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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