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라질 아마존 인근 도시 벨렝에서 2주간 개최된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가 막을 내렸다. 외신을 종합하면 당사국들은 예정된 폐막일인 21일을 넘겨 22일(현지 시간)에 200여 개국이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합의문에는 석유·석탄·가스 등 화석연료 감축에 대한 언급이 빠졌고, 2년 전 두바이에서 열린 COP28에서 언급한 ‘화석연료로의 전환’을 상기하는 데 그쳤다.
다만 COP30 및 COP31 의장국이 주도하는 ‘1.5℃를 향한 벨렝 미션(Belem mission to 1.5)’을 출범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향후 화석연료 전환 로드맵을 위한 발판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의 이행 가속화를 위해 협력적이고 자발적인 이니셔티브 ‘글로벌 실행 촉진 기구(Global Implementation Accelerator)’도 출범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 이니셔티브들은 파리기후변화협약의 공식 업무 절차에 포함되지 않아 국제법의 뒷받침을 받지는 못한다.
이번 COP30은 미국의 불참으로 다자주의가 시험받는 분위기에서 최소한의 공동합의를 이끌어냈다는 평가와 함께 화석연료 퇴출 로드맵 부재로 과학이 요구하는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는 엇갈린 평가를 받고 있다. COP30의 최종 합의안은 브라질어로 집단 행동을 뜻하는 ‘글로벌 무치랑(Global Mutirao)’으로 불렸다.
COP30의 최대 쟁점, 화석연료 감축
COP30의 가장 큰 관심사는 석유·석탄·가스 등 화석연료 사용을 단계적으로 감축하고 에너지 전환에 대한 구체적 실행 계획을 합의문에 명문화할 수 있을지 여부였다. 유럽연합(EU)과 영국, 콜롬비아, 소규모 섬나라를 포함한 80여 개국이 화석연료 퇴출을 위한 시간표 마련에 힘을 모았다.
그러나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등 주요 석유 생산국은 화석연료 감축 로드맵에 완강히 반대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결국 최종 합의문에서는 화석연료 감축과 관련한 언급이 삭제됐다. 최종 합의문에는 2023년 제1차 전지구적 이행 점검, 2024년 제1차 격년 투명성 보고서 제출 결과 및 올해 2030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제출이라는 파리협정 정책 주기의 본격적 운영 등이 담겼다.
COP30 의장 안드레 코레아 두 라고는 앞으로 2가지 별도의 로드맵 이니셔티브를 마련하겠다고 각각 약속했다. 하나는 화석연료로부터의 질서 있고 공정한 전환과 관련한 이니셔티브고, 또 다른 하나는 산림벌채에 초점을 맞추는 이니셔티브다. 이 이니셔티브들은 그의 임기 동안 내년에도 계속될 예정이다.
최종 선언문에는 산림벌채 방지에 대한 중요한 언급도 빠졌다. 유일하게 실질적 언급은 문서 서문에서 ‘2030년까지 산림벌채와 산림 황폐화를 중단하고 되돌리기 위한 강화된 노력’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여러 국가가 우려를 표명했다. 파나마 대표는 최종 결과에 대해 “극도로 실망했다”고 밝혔으며, 콜롬비아는 기후변화의 주원인인 화석연료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이유로 지구온난화를 제한하는 방법을 다룬 문서에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2개의 주요 경제대국이자 역사적으로 가장 큰 배출국인 미국과 중국은 영향력이 미미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세계기후협정에서 탈퇴함에 따라 대표단 파견을 거부했고, 중국은 더 강력한 리더십 역할을 맡기보다는 무역에서 자국의 이익에 더 집중했다고 블룸버그 그린은 일침했다.
최종 합의문에는 2035년까지 기후 적응을 위한 재정을 3배로 증액해야 한다는 새로운 요구도 포함됐다. 이 2035년이라는 기간은 개발도상국들이 요구하는 일정보다 5년 더 길다. 전세계에서 기후 피해가 진행 중인 가운데 열린 올해 COP에서는 적응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었다. 브라질은 COP30에서 열대우림 보호를 위한 장기적 재정지원을 목표로 하는 열대우림보전기금(TFFF)의 출범을 공식화하기도 했다.
또 합의문에는 기후변화 대응 조치가 자의적이거나 부당한 차별 또는 국제무역에 대한 제재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이는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기후 관련 무역 장벽에 대한 중국과 인도 등 개발도상국의 우려가 반영됐다.

한국, 탈석탄동맹 공식 참여...국내 석탄발전소 단계적 폐쇄 시사
한국은 COP30에서 탈석탄동맹(PPCA)에 공식 참여하기로 했다. 지난 11월 18일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전날 회의장에서 “2040년까지 국내 석탄발전소 40기를 단계적으로 폐쇄하겠다”고 선언했다.
아시아 국가 중 PPCA 첫 가입국인 싱가포르가 애초 석탄발전을 하지 않는 국가임을 감안하면 한국의 이번 결정은 석탄발전을 가동하는 아시아 국가 중 사실상 처음으로 석탄발전 감축을 공식 약속한 사례다.
PPCA 가입 조건은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중단, 기존 석탄발전소의 단계적 폐쇄 일정 수립, 해외 석탄발전소에 대한 재정지원 중단 등이다. 우리 정부는 이번 가입으로 이러한 조건을 모두 수용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우리나라는 세계 4위 석탄 수입국으로, 석탄 대부분을 해외에 의존하며 에너지 안보에 구조적 취약성을 안고 있다. 한국의 석탄발전 설비는 39.1GW로 세계 7위 규모다. 2015년 42.5%였던 석탄발전 비중은 지난해 30.5%까지 줄었지만 여전히 최대 배출원으로 꼽힌다.
정부는 신규 석탄발전 건설을 중단하고 기존 60여 기 중 40기를 우선 폐지할 방침이다. 나머지 20여 기는 공론화와 경제성·환경성평가를 거쳐 폐지 시점을 확정한다.
그린피스 등 환경단체들은 한국의 PPCA 합류를 ‘아시아 최초의 실질적 탈석탄 약속’으로 평가하면서도 “2030년 수준의 강화된 목표와 명확한 로드맵이 뒤따라야 국제적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구현화 한경ESG 기자 kuh@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