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나치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가 성적 발달에 필요한 호르몬이 부족한 '칼만증후군'을 앓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3일(현지시간) AFP 통신과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투리 킹 영국 배스대 밀너진화연구소장이 이끄는 국제 연구팀이 오는 15일 방영될 영국 채널4 다큐멘터리 '히틀러의 DNA'를 통해 이 같은 연구 결과를 공개한다고 보도했다.
히틀러의 시신은 자살 직후 불태워졌지만 로스웰 로즌그렌 미군 대령이 히틀러가 자살한 벙커 소파에서 피 묻은 천 조각을 잘라내 가져갔고, 이것이 히틀러의 DNA를 분석할 수 있게 된 단서가 된 것으로 전해졌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 사이에서는 '히틀러의 고환은 하나뿐'이라는 제목으로 그의 남성성 부족을 조롱하는 노래가 퍼졌지만, 과학적 근거는 없었다.
나치 독일 전문가인 앨릭스 케이 포츠담대 역사학과 교수는 "히틀러가 평생 여성 앞에서 불편해하고 친밀한 관계를 맺지 못한 이유는 오랫동안 수수께끼였다"면서 "칼만증후군이 우리가 찾던 답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칼만증후군은 성선 자극 호르몬을 생산하는 기관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희귀 질환으로, 성기 발달 이상, 낮은 테스토스테론 수치, 후각 상실이나 이차성징 이상 등을 특징으로 하는 유전 질환이다.
다큐멘터리 제작진에 따르면 연구팀의 검사 결과 히틀러가 칼만증후군을 앓았을 가능성이 높고 자폐증과 조현병, 양극성 장애 위험도가 모두 상위 1%에 해당할 만큼 높게 나왔다.
히틀러는 평소 사람들 앞에서 옷을 벗는 것을 극도로 꺼렸고, 동거인이었던 여성들과도 육체적 관계를 맺지 않았다는 증언이 다수 존재한다.
또 그의 주치의였던 테오도어 모렐(Dr. Theodor Morell)의 진료기록에는 히틀러에게 정기적으로 테스토스테론 주사를 투여했다는 내용이 남아 있는데, 연구팀은 이를 칼만증후군의 증상 치료로 추정했다.
다만, 히틀러의 이 같은 유전적 특징이 그의 전쟁광 측면이나 인종주의 정책을 설명하거나 변명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히틀러의 할머니가 유대인 고용주의 아이를 임신해 히틀러에게 유대 혈통이 있을 것이라는 소문도 있었지만, DNA 분석 결과 히틀러의 Y 염색체 데이터는 히틀러 부계 혈통 DNA와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투리 킹 교수는 히틀러의 신체적 결함과 정신적 불안이 그가 집착했던 '우생학 이데올로기'와 정면으로 충돌하는 점과 관련 "히틀러가 본인의 유전자 결과를 볼 수 있었다면 우생학 법에 따라 본인부터 가스실로 보냈을 게 거의 확실하다"고 말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