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치러진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은 국어, 수학, 영어 모두 지난해와 비교해 변별력이 높아진 것으로 평가됐다. 작년보다 수준이 더 높은 고난도 문제가 일부 출제돼 상위권과 최상위권을 가르는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어, ‘독서’ 난도 높았다

EBS현장교사단 총괄을 맡은 윤윤구 한양대사범대학부속고 교사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출제 경향 브리핑에서 “전체 난도는 작년 수능과 유사한 수준으로 평가했으나, 최상위권 변별을 위한 문항들이 전년도 수능에 비해서 다소 어렵게 출제됐다”며 “수험생이 2025학년도 수능과 비교해 다소 어렵다고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어는 ‘독서’ 난도가 작년보다 높아지고, ‘문학’과 선택과목들의 난도는 낮아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2025학년도 수능 국어 영역은 표준점수 최고점이 139점으로 역대 가장 어려웠던 2024학년도(150점)와 비교해 평이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가장 까다로운 문제로는 ‘열팽창’과 관련한 여러 개념의 의미와 관계를 파악해야 하는 독서 12번이 꼽혔다. 학생들이 이 문제를 ‘킬러문항’이라고 느낄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EBS 대표 강사인 한병훈 덕산고 교사는 “국어에서 킬러문항은 지문에서 아무런 근거를 주지 않고 과도한 추론을 요구하는 문항”이라며 “독서 12번은 문제를 풀 수 있는 근거가 명시적으로 지문에 있다”고 말했다.
◇상위권 변별력 강화한 수학
수학도 작년 수능과 비슷한 난이도를 보이면서도 상위권과 최상위권을 가르기 위한 고난도 문제가 곳곳에 포함됐다. EBS 대표 강사인 심주석 인천하늘고 교사는 “전체적으로 작년 수능과 비슷하지만 상위권 변별력은 강화됐다”며 “선택과목보다 공통과목에서 학생들이 어려움을 느꼈을 것”이라고 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지난 9월 모의평가와 지난해 수능보다 다소 어렵게 출제됐다”고 평가했다. 작년 수능 수학 표준점수 최고점은 140점이었다.EBS와 입시업계는 변별력 높은 문항으로 공통과목 22번(수학Ⅰ)과 21번(수학Ⅱ), 확률과통계 30번, 미적분 30번, 기하 30번을 공통적으로 꼽았다. 상위권과 최상위권을 구분하기 위한 고난도 문항이다.
수학 영역에서는 매년 선택과목에 따른 표준점수 유불리 문제가 제기돼왔다. 이과생이 주로 선택하는 미적분이 확률과통계와 비교해 표준점수 최고점이 높게 나와 이과생에게 유리한 시험 구조라는 지적이 있었다. 2024학년도 수능 때는 그 격차가 11점까지 벌어졌다. 통상 표준점수 최고점은 시험이 어려우면 상승하고 쉬우면 하락한다.
선택과목 간 유불리 격차를 최소화하기 위해 확률과통계 난도를 상대적으로 높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남윤곤 메가스터디교육 입시전략연구소장은 “확률과통계 28번 문항은 조건부확률의 심화 성질을 이용하는 최고난도 문항으로 6, 9월 모의평가보다 어렵게 출제됐다”고 설명했다.
◇“응시생 특수성 반영…난도 조절”
절대평가로 치러지는 영어도 작년 수능보다 어려웠다고 평가됐다. EBS 대표 강사인 김예령 대원외국어고 교사는 “올해 영어는 작년 수능보다는 다소 어렵게, 9월 모의평가와는 비슷하게 출제됐다”며 “선택지의 오답 매력도를 전반적으로 높여 변별력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작년 수능에선 1등급(원점수 90점 이상)을 받은 수험생 비율이 6.22%였는데, 올해 9월 모의평가에선 4.50%로 내려갔다.‘황금돼지띠’ 해에 태어난 고3이 치른 올해 수능 응시생은 7년 만에 가장 큰 규모다. 반면 의대 모집 인원은 2025학년도에 ‘반짝 증원’됐다가 다시 ‘원점 복귀’되면서 최상위권 입시 관문이 더 좁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능을 출제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상위권과 최상위권을 가르기 위한 고난도 문제를 곳곳에 포함한 배경으로 해석된다.
심 교사는 이번 수능 난이도 조절과 관련해 “평가원이 황금돼지띠 재학생이 많다는 특성을 정밀 조준한 것 같다”며 “상위권과 최상위권 변별에 영점 조준한 수능으로 보인다”고 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