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미래 사업을 이끄는 사업지원실이 인수합병(M&A)팀을 신설했다. 태스크포스(TF)에서 상설 조직으로 개편된 데다 이재용 회장도 사업 리스크에서 완전히 벗어난 만큼 삼성전자가 초대형 M&A 등을 통해 미래 먹거리 발굴에 적극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1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7일 기존 사업지원TF를 사업지원실로 재편하면서 M&A팀을 새롭게 구축했다. 지휘봉은 ‘M&A 전문가’로 통하는 안중현 사장(사진)이 잡았다. 안 사장은 2017년 미국 전장·오디오 기업 하만을 9조2000억원에 인수하는 작업을 주도하는 등 삼성 M&A의 ‘키맨’으로 불린다. 안 사장은 2022년 이후 사업지원TF와 삼성글로벌리서치 미래산업연구본부장, 경영지원실 등을 거쳐 최근 사업지원실로 복귀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UBS 출신인 임병일 부사장 등 다른 M&A 전문가들도 M&A팀에 합류했다. 과거 미래전략실 전략팀이 M&A를 담당했지만, 삼성이 M&A를 팀명으로 내건 전담 조직을 세운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에선 조만간 실시할 인사에서 M&A팀 인력이 보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삼성이 M&A팀을 신설한 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려면 M&A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삼성이 하만 인수 이후 초대형 M&A에 망설이는 사이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빅테크들은 잇따른 M&A로 덩치를 불리고 인공지능(AI), 로봇 등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넓혔다. 삼성은 지난해부터 M&A 시계를 다시 돌리기 시작해 공조 사업을 벌이는 독일 플랙트그룹(2조3000억원), 마시모의 오디오 사업부(5000억원) 등을 줄지어 사들였지만 아직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업계에선 삼성이 M&A팀을 신설한 만큼 인수를 통한 미래 먹거리 발굴 작업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이 과거 바이오를 ‘제2의 반도체’로 낙점해 키운 것처럼 M&A를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 찾기에 나설 것이란 얘기다. M&A 타깃을 설정하고 최종 인수로 결실을 맺기 위해 사업지원TF, 경영지원실 등에 흩어져 있던 M&A 기능을 하나로 묶었다.
시장에선 삼성이 눈독을 들일 후보군으로 AI, 로봇,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헬스케어 등을 꼽는다. 삼성전자는 앞서 실적설명회에서 “AI, 로봇, 디지털헬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M&A 후보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신약 분야에서 초대형 M&A가 나올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M&A팀 신설로 사업지원실은 전략팀, 경영진단팀, 피플(인사)팀을 포함해 4개 팀 체제로 운영된다. 전략, 인사, 경영진단, M&A 등 삼성그룹의 핵심 업무를 아우른다. 규모도 기존 사업지원TF보다 커졌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