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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비우량(서브프라임) 자동차담보대출 연체율이 지난달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차량 가격 급등과 금리 인상으로 저소득층의 상환 부담이 커진 영향이란 분석이 나온다. 서브프라임 자동차대출 업체도 잇달아 파산하는 가운데 신용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부실 위험이 확산하고 있다.
12일(현지시간) 신용평가사 피치레이팅스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서브프라임 자동차대출 상환을 60일 이상 연체한 비율은 6.65%로 집계됐다.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94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전달(6.5%) 대비 늘었으며 지난해 같은 달(6.23%)보다도 웃도는 수준이다. 서브프라임 대출은 신용점수가 낮거나 신용 이력이 짧은 소비자에게 제공되는 고위험 대출로, 높은 금리가 적용된다. 반면 프라임(우량) 대출을 받은 차주 연체율은 0.37%로 전월, 전년 동월과 같다.서브프라임 자동차대출 업체 프리마렌드와 트라이컬러의 연쇄 파산도 시장 불안을 키우고 있다. 신용 취약층에 차량 판매와 금융을 동시에 제공한 프리마렌드는 지난달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트라이컬러도 미국 남서부의 저소득 히스패닉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차량 판매·대출을 제공해 왔으나 올해 9월 파산했다.
금융위기 이후 약 15년가량 자동차대출 연체율은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신용평가사 밴티지스코어에 따르면 미국 자동차대출 연체율(60일 이상 연체 기준)은 2010년 1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51.5% 증가했다. 신용카드, 개인대출, 주택담보대출 등의 연체율은 같은 기간 감소했다.
자동차대출 규모 자체도 크게 확대됐다. 같은 기간 평균 자동차대출 금액은 57% 늘어 주담대를 포함한 다른 대출보다 증가 폭이 컸다. 리카르드 반데보 밴티지스코어 수석이코노미스트는 “2010년 당시 자동차대출은 가장 안전한 금융상품이었지만, 현재 학자금대출을 제외하면 가장 위험한 신용상품이 됐다”고 평가했다.
연체율이 급증한 배경으로는 차량 가격 상승과 금리 인상이 꼽힌다. 특히 최근 5년간 상승 속도가 두드러졌다. 2019년 이후 신차 가격은 25% 이상 뛰어 평균 5만달러(약 7300만원)를 넘어섰다. 월평균 할부금은 767달러(약 112만원)로, 차주 5명 중 1명은 월 1000달러(약 147만원) 이상 내고 있다. 신차 대출금리는 최근 연 9%를 넘어섰다.
미국 개인금융 컨설팅사 뱅크레이트의 스티븐 케이츠 애널리스트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신차와 중고차 가격이 급등했으며 아직도 하락하지 않고 있다”며 “높은 차량 가격 때문에 더 많은 소비자가 대출을 통해 구매하고 있고, 이 과정에서 더 높은 금리를 부담하고 있다”고 말했다.
월 납입금을 낮추기 위해 대출 기간을 7년 이상으로 늘리는 차주가 증가하자 차량 가치보다 대출 잔액이 높은 사례도 많아지고 있다. 케이츠 애널리스트는 “상환 속도보다 차량 가치가 빠르게 떨어져 차주 자산 대비 부채가 더 늘어날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포천지는 “미국 소비자가 더 비싼 차량을 구매하고 완성차 업체는 저가 모델 생산을 줄이고 있어 자동차대출 연체율이 당분간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임다연 기자 allopen@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