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S교향악단이 2026년 시즌 라인업을 공개했다.
12일 KBS교향악단에 따르면, 정명훈·엘리아후 인발·피에타리 잉키넨 등 세계적인 거장 지휘자들이 각각 말러, 쇼스타코비치, 시벨리우스를 대표 레퍼토리로 무대를 채운다. 여기에 거장 바이올리니스트 레오니다스 카바코스, 2021년 쇼팽 콩쿠르 우승자 브루스 리우, 첼리스트 스티븐 이설리스 등 세계 정상급 연주자들이 협연자로 나선다. 국내에서는 지휘자 장한나, 클라리네티스트 김한, 피아니스트 이혁·이효 형제, 김세현 등이 무대에 오른다.
거장 지휘자 총출동
정명훈의 말러, 인발의 쇼스타코비치, 잉키넨의 시벨리우스. KBS교향악단의 2026 시즌은 각 거장이 자신의 대표 작품으로 꾸미는 대규모 축제다. 말러·쇼스타코비치·브루크너·시벨리우스 등 교향악의 정수를 보여주는 대작들이 시즌 전반에 고르게 배치됐다.
정명훈은 지난해에 이어 ‘말러 시리즈’를 이어간다. 세계적인 소프라노 크리스티아네 카르크, 바리톤 마티아스 괴르네와 함께 말러의 가곡과 교향곡을 한 무대에 담는 특별한 시도를 선보인다. 또한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을 콘서트 버전으로 지휘하며 오페라 지휘자로서의 폭넓은 음악세계를 보여준다.
쇼스타코비치 해석의 대가 엘리아후 인발은 교향곡 제13번 ‘바비야르’를 통해 인간성과 시대의 비극을 묵직하게 풀어낸다. 독일 음악의 거장 마렉 야노프스키는 브루크너 교향곡 제8번으로 정통 독일 관현악의 울림을 전하며, 2024년까지 음악감독을 맡았던 피에타리 잉키넨은 시벨리우스 교향곡 제1번과 핀란디아를 통해 북유럽의 순수한 정서를 그린다. 요엘 레비는 음악감독 시절(2014~2019) 호평을 받았던 말러 교향곡 제5번을 다시 지휘한다. 이 밖에도 안드레스 오로스코-에스트라다는 차이콥스키 교향곡 제5번, 미하엘 잔데를링은 브람스 피아노 사중주 1번의 관현악 버전을 선보인다.
K-클래식의 반짝이는 별들

2026 시즌에는 세계 무대서 활약 중인 국내외 연주자들이 대거 무대에 오른다. 클라리네티스트 김한은 마렉 야노프스키가 지휘하는 무대에서 모차르트 클라리넷 협주곡 A장조를 연주한다. 그는 구스타보 두다멜의 발탁으로 파리 오페라 오케스트라 350년 역사상 첫 아시아인 수퍼 솔리스트로 활약 중이다. 형제 피아니스트 이혁·이효는 풀랑크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으로 호흡을 맞춘다. 두 사람은 2025년 제19회 쇼팽 콩쿠르 본선에 동반 진출하며 큰 주목을 받았다. 2025년 롱 티보 국제 콩쿠르 우승자 김세현은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제2번을 협연할 예정이다. 시즌의 대미는 지휘자 장한나가 이끄는 베토벤 교향곡 제9번 ‘합창’으로 장식된다.

거장 아티스트들의 협연 무대
세계적인 거장도 대거 함께 한다. 그리스 출신 바이올리니스트 레오니다스 카바코스가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시즌의 서막을 연다. 이어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제13번에서는 러시아 베이스 그리고리 슈카루파가 함께하며, 2021년 쇼팽 콩쿠르 우승자 브루스 리우는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제1번을 들려준다.
벨기에 국립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 안토니 헤르무스는 바그너의 탄호이저 서곡 등을 지휘하며, 프랑스 빅토르 뮤직 클래식 어워드 ‘올해의 솔리스트’ 수상자 네만야 라두로비치가 협연자로 나선다. 보리스 길트버그는 프로코피예프 피아노 협주곡 제2번, 프랑크 페터 짐머만은 월튼 바이올린 협주곡, 첼리스트 스티븐 이설리스는 로버트 스파노의 지휘 아래 슈만 첼로 협주곡으로 무대에 오른다.

시즌 백미는 정명훈의 ‘카르멘’
창단 70주년을 맞은 이번 시즌의 백미는 정명훈이 지휘하는 비제의 '카르멘' 콘서트 버전이다. 정명훈은 1997년 베르디의 '오텔로'로 국내 최초의 콘서트 오페라 형식을 선보였으며, 29년 만에 다시 KBS교향악단과 함께 오페라 무대에 선다. '카르멘'은 오페라 지휘자로서 그의 예술적 통찰과 오케스트라의 완벽한 앙상블이 결합된 무대로, 원작의 극적 긴장과 서정을 극대화한다. 메조소프라노 알리사 콜로소바(카르멘), 테너 갈레아노 살라스(돈 호세), 소프라노 김순영(미카엘라), 베이스바리톤 김병길(에스카미요) 등 세계 주요 오페라 극장의 성악가들이 함께한다. KBS교향악단 이승환 사장은 “2026년은 KBS교향악단이 창단 70주년을 맞이하는 뜻깊은 해로, 지난 시간을 기념함과 동시에 앞으로의 새로운 70년을 향해 나아가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조민선 기자 sw75jn@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