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프트뱅크그룹(SBG)의 시가총액이 요동치고 있다. 인공지능(AI) 훈풍을 타고 10월 하순에 연초 대비 세 배까지 급등했지만, 불과 1주일 만에 20% 하락했다. 일각에선 ‘AI 버블’을 우려하고 있다. SBG가 다시 주가를 올리려면 AI 사업 투자 회수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SBG 주가는 지난달 29일 한때 주당 2만7695엔으로 상장 이후 최고가를 기록했다. 시총은 일본 2위인 40조1529억엔에 달해 한 달도 안 돼 10조엔을 늘렸다. 오랜 선두인 도요타자동차와 시총 격차는 10조엔 수준까지 좁혀졌다.
SBG 주가 상승을 이끈 것은 미국 오픈AI에 대한 기대다. 양사는 미국에 AI 전용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손정의 SBG 회장과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인공초지능(ASI)’ 실현을 위해 손을 잡았다.
SBG는 지난해 9월 이후 오픈AI에 여러 차례 출자했다. 연내 추가 출자도 실행될 전망이다. 이 보유주를 두고 시장은 SBG를 주목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오픈AI가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기업가치가 1조달러에 달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SBG가 10%만 보유해도 15조엔의 시장가치가 붙게 된다.
과거 SBG 주가는 버블을 겪었다. 2000년 SBG 전신인 소프트뱅크는 보름가량 도요타 시총을 넘어선 적이 있다. 그러나 버블이 터지자 통신주는 대폭락했다. 20조엔이던 소프트뱅크 시총은 2002년 2796억엔까지 떨어졌다.
이후 SBG는 비즈니스 모델을 크게 바꿔나갔다. 2000년대에 브로드밴드(고속 대용량) 통신 확산으로 모바일 인터넷 보급을 예상하며 보다폰을 인수했다. 이후 스마트폰 두뇌에 해당하는 반도체 설계를 독점하는 영국 ARM을 인수해 AI 시대 교두보를 마련했다.
1999년 소프트뱅크의 주요 사업은 소프트웨어 판매, 매출은 4232억엔이었다. 그런 기업에 20조엔의 가치를 붙인 것이 ‘IT 버블’이었다. 지난해 SBG는 통신과 반도체, 글로벌 투자 사업을 기반으로 매출을 7조2437억엔까지 늘렸다. 그러나 10일 종가 기준 시총 31조엔을 AI 버블로 보는 투자자도 있다.
그러나 미국 기업과의 격차는 크다. AI 반도체를 장악한 미국 엔비디아는 최근 시총 5조달러를 돌파했고,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도 4조달러에 육박한다. 미·일 빅테크 기업 간에는 20배의 격차가 존재한다. 다만 이는 SBG 주가의 성장 여력으로 볼 수도 있다.
니혼게이자이는 “높은 이익률을 자랑하는 ‘글로벌 AI 종목’ 반열에 오르려면 막대한 투자를 수익화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해야 한다”며 “데이터센터 투자 수익 확보와 함께 지난달 인수를 발표한 스위스 ABB의 로봇 사업에 AI 기술을 접목한 성과도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쿄=김일규 특파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