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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경제형벌 8403개…34%가 중복 처벌·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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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경제형벌 8403개…34%가 중복 처벌·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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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동차부품사 A는 알루미늄 가격 급등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업계 간담회에 참석했다. A사 대표가 이 자리에서 “다들 납품단가를 비슷한 수준으로 올릴 수밖에 없다”고 말하자 다른 업계 관계자들도 동조했다. 누군가 이런 간담회 내용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고, 공정위는 담합 정황을 발견했다며 조사에 들어갔다. 명시적인 가격 인상 합의나 계약이 없었지만 만에 하나 담합 판결을 받으면 A사와 대표는 징역(최대 3년)과 벌금(최대 2억원)에 처하는 것은 물론 과징금과 징벌적 손해배상까지 물 수 있다.

    하나의 위반 행위를 여러 법률로 중복 처벌하는 국내 경제법 체계의 문제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한국경제인협회는 기업 활동과 관련된 21개 부처 소관 346개 경제법률을 전수 조사한 결과 8403개 위반 행위 중 34%인 2850개가 중복 처벌·제재 대상으로 확인됐다고 10일 발표했다. 법에 명시된 위반 행위의 91.6%인 7698개는 법 위반 당사자뿐 아니라 법인도 함께 처벌받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중복 처벌 비중으로는 2중 제재가 1933개였고, 3중 제재는 759개 였다. 4중·5중 제재도 각각 94개, 64개에 달했다.


    예컨대 공정거래법은 사업자 간 가격·생산량 등의 정보를 교환하는 것만으로도 담합 합의로 추정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이 경우 징역과 벌금이 동시에 부과될 수 있으며 과징금과 징벌적 손해배상이 더해지면 4중 제재가 가능하다는 게 한경협의 설명이다.

    건축법에서도 중복 처벌 조항이 있다. 서울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B씨는 점포 앞에 천막 지붕을 씌웠다는 이유로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무허가 증축’으로 고발당했다. 여기에 미신고 위반 행위가 더해지면 최대 징역 3년형에 처할 수 있다.


    단순한 행정 실수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공정거래법은 기업집단 지정을 위해 대기업에 매년 특수관계인 현황, 주식 소유 현황 등을 제출하도록 하는데, 실수로 누락한 경우에도 최대 징역 2년 또는 벌금 1억5000만원이 부과된다. 한 대기업 담당자는 “동일인(특수관계인)의 혈족 4촌과 인척 3촌 범위를 확인해 주식 소유 현황을 조사해야 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는 친족이 있었다”며 “파악 가능한 범위 내에서 자료를 제출했으나 4촌 친척 한 명이 소유한 회사가 누락돼 검찰에 송치될 상황에 놓였다”고 말했다.

    기업 현장에서는 실무자의 단순 업무 착오, 친족의 정보 제공 거부 등 의도치 않은 자료 누락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음에도 이를 형사처벌로 규율하는 것이 지나치다는 의견이 많다고 한경협은 밝혔다. 실제로 대다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은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등 중대 위반에만 형사처벌한다.



    화장품산업에도 비슷한 독소 조항이 있다. 화장품 업체가 기재·표시 사항이 훼손된 제품을 판매하거나 판매 목적으로 보관·진열만 해도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을 물리는 화장품법 조항이 그런 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중복 제재와 단순 행정 의무 위반까지 형사처벌로 이어지는 현 제도는 기업 활동의 예측 가능성을 저해하고 경영 리스크를 높이는 요인이 된다”며 “기업 활력을 높이기 위해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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