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정책의 적법성 여부를 심리 중인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우리가 진다면 미국에 파괴적인(devastating) 결과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글로벌 제약사들과의 비만치료제 가격 인하 합의를 발표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이번 재판은 미국 역사상 가장 중요한 사건 중 하나"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우리나라를 방어하기 위한 수단이자 국가 안보 차원에서 관세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우리는 관세 덕분에 유럽연합(EU)에서 9500억 달러, 일본에서 6500억 달러, 한국에서 3500억 달러 규모의 무역 합의를 이끌어냈다"며 "이런 돈은 관세가 없었더라면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미 양국은 앞서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대신, 한국이 3500억 달러(약 500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부 내용을 담은 팩트시트는 조만간 발표될 예정이다. 일본의 대미 투자액은 5500억 달러 수준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중 '6500억 달러' 언급은 실수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만약 대법원이 (관세 권한을) 빼앗아 간다면, 미국은 다른 나라의 관세 공격 앞에 무방비 상태가 될 것"이라며 "우리는 관세를 통해 수조 달러를 벌어들였고, 이를 잃게 된다면 수조 달러를 되돌려줘야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전날 대법원에서 진행된 정부 측 변론에 대해 "굉장히 잘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대안(game two plan)'은 준비해야 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이 최근 물가 문제를 지적하며 정부를 비판한 데 대해서는 "생활물가(affordability)에 대해 훌륭하게 해온 건 우리고, 민주당은 끔찍했다"고 반박했다. 그는 "월마트 기준 올해 추수감사절 장보기 비용이 작년보다 25% 낮아졌다"며 "소고기를 제외하면 휘발유 등 대부분 품목 가격이 바이든 정부 때보다 내려갔다"고 말했다.
한편,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대법원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를 불법으로 판단할 경우, 일부 기업에 관세를 환급해야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리어 대표는 "특정 원고들이 환급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며 "법원과 함께 환급 일정, 당사자 권리, 정부의 권한 등을 협의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법원이 관세를 위헌으로 판단할 경우, 기업들이 낸 관세를 돌려받을 길이 열리게 된다. 특히 전날 구두변론에서 보수 성향 대법관 일부를 포함해 여러 대법관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활용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권한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환급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월가에서는 이미 IEEPA 관세가 불법이라고 본 1·2심 판결 이후, 관세 부담이 큰 기업들에 관세 환급 청구권을 매입하겠다는 제안을 하는 금융사들도 등장했다.
그리어 대표는 환급 규모와 관련해 "정확한 숫자는 없지만 1천억달러를 넘을 것으로 본다. 2천억달러보다는 작거나 그 언저리일 것"이라고 밝혔다. 관세 금액이 워낙 크고 관련 기업이 많아 환급 절차는 상당히 복잡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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