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일 방문한 충남 홍성 일진전기 변압기 1·2 공장. 탱크 2~3대를 쌓아놓은 듯한 크기의 초대형 변압기들이 공장내 줄지어 서있다. 그 옆에서 일하고 있는 근로자들은 누군가 가까이 온 것도 인지하지 못 할정도로 바삐 일하고 있었다. 전세계에서 주문이 몰려들며 공장 가동률이 ‘풀가동’에 가깝게 되자 근로자들 역시 쉴틈없이 바빠졌기 때문이다. 각 변압기 옆 주문고객을 표시해놓은 ‘CUSTOMER’ 태그에는 미국, 중동, 유럽 등이 적혀있었다. 김정찬 일진전기 변압기사업부 상무는 “해외 주문량이 몰려 가동률이 계속해서 올라가고 있고, 내년도 95%까지 올라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AI 데이터센터 확장, 노후 송배전망 교체, 미·중동 대형 전력 프로젝트로 글로벌 변압기 수요가 치솟으며 HD현대일렉트릭, LS일렉트릭, 효성중공업 등이 먼저 주목을 받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변압기 4강’으로 일진전기를 빼놓지 않는다. 초대형 변압기를 만들수 있는 국내 4곳중 하나이면서 기술력도 뒤쳐지지 않아서다.
◆변압기 4강, 가동률로 증명

일진전기 홍성 공장은 2013년부터 초고압 변압기를 만들던 주력 기지다. 회사는 주문량이 넘치자 지난해 말 682억원을 투입해 2공장을 증설했고 현재 생산능력은 연 3만MVA(메가볼트암페어), 물량으로는 약 240대까지 끌어올렸다. 생산능력이 500대 이상인 경쟁 대기업 대비 규모는 작지만 기술력은 밀리지 않는다. 한 경쟁사 관계자는 “오랜 기간 변압기 한우물만 판 회사로 기술력은 다른 회사들을 긴장시키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기술력을 증명하는건 가동률이다. 해외 바이어들은 브랜드보다는 검증된 기술력과 그동안 쌓아놓은 레퍼런스를 더 중시한다. 85%를 넘긴 가동률은 내년도 95% 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김 상무는 “95%는 이론적으로 가능한 최대수치인데, 실제 이에 가깝게 가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 현지 전력 업체의 가동률 평균은 70%, 미국 업체가 60% 수준인 걸 감안하면 몇 단계 높은 수치다. 국내 경쟁사와 비교해도 뒤쳐지지 않는 수치다.
변압기가 다른 업종보다 회사별 기술력이 중요하다는 점도 주문량 폭주에 이유가 됐다. 변압기는 99% 수작업으로 만들어진다. 변압기의 크기, 무게, 절연 수준, 온도 등 고객마다 원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이다. 사막, 지하, 영하 등 환경에 따라 요구하는 바가 크게 다르다. 회사입장에선 설계 3개월, 제작 3개월이 걸리는 ‘고급 수제 명품’을 만들어야 한다. 명품을 만들기 위한 공장 설계, 엔지니어 인력 등이 특히 회사의 소중한 자산이 되는 이유다.
제품은 완성되면 다시 분해작업에 들어간다. 워낙 크기가 크고 무거워 해체한 후 해외로 수출해야 한다. 공장 옆에는 부산·마산항으로 보내기 위해 대기중인 분해된 변압기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일진전기 분해 관련 작업자는 “작지 않은 운송비용을 고려해도 한국 제품의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외서 관련사업 쏟아져”
회사는 앞으로를 더 기대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변압기를 포함한 중전기 부문 매출이 2066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70% 넘게 뛴 데는 북미향이 결정적이었다. 회사는 4300억원 규모 미국 텍사스 지역 프로젝트 장기공급 계약도 새로 확보했다. 영국 데이터센터용 132kV 변압기 초도 물량을 따냈고, 영국 전력청 계약도 가시권에 뒀다. 중동에서는 쿠웨이트 400kV, 사우디 380kV 납품 레퍼런스를 쌓으면서 오만·카타르·UAE로의 확장을 노리고 있다. 업계가 말하는 ‘전력 슈퍼사이클’이 실제 수주잔고(1조7000억원 이상)로 환산돼 있는 셈이다. 중국은 기술력, 안정성 등의 이유로 아직까지 글로벌 경쟁자가 아니다. 미국 관세 문제 역시 공급자 우위 시장인만큼 고객사와 유리한 협상이 타결될 가능성이 높다. 국내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사업 입찰도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서해안 지역에 대규모의 변압기, 전선 등이 투입되는 송전망을 건설하려고 하고 있다. 이미 일진전기와 HD현대일렉트릭, LS일렉트릭, 효성중공업 4사가 실증 사업자로 선정돼있다. 정부는 내년도 실제 사업 입찰을 본격화할 예정인데, 일진전기는 강력한 ‘다크호스’다.

회사는 국내외 변압기 슈퍼싸이클이 10년 이상은 갈 것으로 보고 있다. 주식시장에선 기대가 반영되고 있다. 2020년 1000원대였던 주가는 현재 6만원을 넘어섰다. 약 5년만에 60배가 오른 셈이다. 유상석 일진전기 대표는 “수요 대비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구간이 최소 10년은 갈 것으로 보고 있다”며 “단순 기대를 넘어 데이터 기반으로 그렇게 판단하고 있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퍼레이션·디자인·엔지니어 인력을 다수 확보해놨다”면서도 “추가 투자까지 고려하면 현재는 주문을 걱정하기보다는 오히려 인력난을 걱정해야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홍성=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