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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동의 없어도…" 경기도교육청, 정서행동특성검사 '실적 압박'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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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동의 없어도…" 경기도교육청, 정서행동특성검사 '실적 압박'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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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이 원치 않아도 무조건 외부기관에 연계하랍니다. 숫자를 채우라는 거죠.”

    경기도 내 한 중학교 전문상담교사의 말이다. 최근 경기도교육청이 ‘정서행동특성검사 관심군 학생’을 대상으로 '10월 말까지 100% 연계율을 달성하라'는 지침을 내리면서 현장이 술렁이고 있다. 교육부 매뉴얼에는 ‘학생과 학부모의 동의를 전제로 연계하라’고 명시돼 있지만, 도교육청의 방침은 정반대로 나탔났다.


    6일 한국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도교육청은 지난달 각 교육지원청에 공문을 보내 “10월 17일, 24일, 31일 세 차례에 걸쳐 연계율을 주 단위로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문서에는 ‘학교 입력은 자율’이라 적혀 있었지만, 실제로는 “모든 학교가 반드시 제출해야 한다”는 지시가 업무메신저로 내려왔다. 이에 대해 교사들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후 일부 지역에서는 ‘꼼수 연계’가 등장했다. 경기 북부의 한 지원청은 연계율이 낮은 학교의 상담교사들을 ‘현장지원단’으로 묶었다. 이들은 자신이 근무하는 학교 학생의 상담 내용을 외부 위센터 담당자에게 전달해 ‘컨설팅’을 받은 것으로 처리했다. 학생이 실제로 상담을 받은 적이 없어도 통계상 ‘연계 완료’로 보고됐다. 학생 동의 없이 상담 내용을 외부에 공유한 셈이다.


    한 교사는 “평생건강과에서 ‘이름은 다루지 않으니 동의가 없어도 된다’고 안내했다”며 “상담기록 자체가 민감정보인데, 이는 명백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상황의 배경에는 평가 체계가 있다. 교육지원청의 기관평가 항목에 ‘전문기관 연계율 80% 이상’이 포함돼 있어 연계율이 낮으면 실적이 떨어진다. 한 교육지원청 관계자는 “평가 지표가 걸려 있으니 독려 공문을 보낼 수밖에 없다”며 “학교의 어려움을 알지만 제도가 바뀌지 않는 이상 구조적 한계가 있다”고 털어놨다.



    전문가들은 상담의 질적 평가와 현장 중심의 자율적 지원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상담을 단순한 ‘행정 실적’이 아닌 ‘학생 변화와 회복’의 과정으로 바라보는 관점 전환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교육 현장의 상담과 정신건강 지원이 ‘실적 중심’으로 평가되는 관행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유금란 가톨릭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상담의 본질은 얼마나 많이 했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변화했는가에 있다”며 “근거기반 심리치료의 핵심은 내담자의 변화 정도에 있다”고 강조했다.


    유 교수는 “현재 교육청과 교육부의 평가는 행정적 성과 위주로 설정돼 있다”며 “상담의 전문성과 과정의 질을 반영할 수 있도록 ‘잘했다’의 기준을 다시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상담전문성을 가진 장학사와 관리자가 평가 기준 수립에 참여해야 한다”며 “현장의 전문성을 반영하지 않은 평가는 상담의 본질을 왜곡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전문상담교사들은 다른 상담직군보다 소진이 심각하다”며 “교육기관이 상담을 단순한 행정업무로 이해하고, 의사결정 과정에서 상담교사가 배제되는 구조가 근본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양적 실적을 채우기 위해 편법을 강요하는 현실도 문제로 꼽았다. 유 교수는 “이런 현실은 상담자에게 비윤리적 선택을 강요하고, 학생의 마음 건강을 우선해야 할 상담의 본래 목적을 훼손한다”며 “결국 그 피해는 학생에게 돌아간다”고 경고했다.

    현장 교사들은 실질적 지원이 가능한 제도 개선을 요구한다. '연계율보다 중요한 건 학생이 얼마나 회복됐는가'라는 것이다. 실제로 외부기관에 동의해도 대기 기간이 두세 달에 달한다. 한 상담교사는 “6월에 신청했는데 10월에서야 정신과 연계가 됐다”며 “도교육청은 대기자 지원 예산을 늘리고, 찾아가는 상담서비스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 교육청 관계자는 “평가와 실적에 연결되다 보니 현장 교사들이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교육청과 교육부 평가에는 지표가 반영되지만, 중요한 것은 숫자가 아니라 학생 한 명 한 명의 마음을 살피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기도 대부분 지역이 평균 80% 이상의 참여율을 보이고 있지만, 실적보다 ‘1%의 위기 학생’을 놓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자살 등의)1%의 가능성 때문에라도 아이들을 세심히 돌봐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해당 공문은 실적이 목적이 아니라, 위기 학생이 반드시 상담 전문가를 만날 수 있도록 연결해주는 것이 핵심”이라며 “현재 관련 예산이 없는 상태여서 예산 지원에 대한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원=정진욱 기자 crocu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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