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1월 05일 15:53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HLB그룹이 글로벌 자산운용사로부터 2069억원 규모의 전략적 투자를 유치했다. 외국 운용사가 비상용화 단계의 한국 바이오 기업에 단독으로 투자하는 건 보기 드문 일이라 업계의 주목을 받고있다.
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LMR파트너스는 HLB가 발행하는 1998억원 규모 신주인수권부사채(BW)와 HLB생명과학의 72억원 규모 교환사채(EB)에 단독으로 투자했다. 투자주관사는 UBS다.
신약개발 기업은 상업화 이전까지 막대한 연구개발비가 투입된다. HLB는 항암 신약 리보세라닙을 비롯해 여러 후보물질의 임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아직 상용화된 제품은 없다. 신약 임상과 허가 절차에 대부분의 자금을 투입해 적자 상태다. 회사는 올해 상반기 매출 333억원, 영업손실 518억원을 기록했다.
시장에서 자금난 우려가 있던 상황에서 HLB는 대규모 외자 유치에 성공하면서 건재함을 과시했다. 해외 투자사가 대규모 자금을 투입한 것은 향후 임상 성과에 대한 기대를 반영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HLB 주가는 투자 유치 사실을 공시한 직후 4일 주가가 15.80% 급등한 데 이어 이날도 1.49% 오르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HLB의 손을 잡은 LMR파트너스는 2009년 설립된 영국계 글로벌 자산운용사다. 운용 규모(AUM)는 약 20조원이다. 2009년 UBS 출신 트레이더 벤 레빈과 슈테판 레놀드가 설립했으며 영국 런던을 포함 전세계 7개 사무소에 350여 명의 운용 인력을 두고 있다. 현재 주식, 채권, 크레딧, 변동성, 원자재 등 6개 자산군에서 55개 세부 전략을 병행한다. 특히 헤지펀드 전략으로 인지도가 높다.
LMR파트너스는 한국 시장에서 IPO, 블록딜 등 여러 투자에 꾸준히 참여해왔지만 이번처럼 성과 연동형 투자는 처음이다. 이번 투자는 BW와 EB를 결합해 투자 안정성을 높였다. BW의 경우 15%는 즉시 납입됐지만 나머지 85%는 임상 진전 등 조건 충족 시 순차적으로 지급되는 구조다. BW의 전환가액은 주당 4만8917원으로 2026년 11월 13일부터 2030년 11월 13일까지 행사할 수 있다. 전환권이 모두 행사될 경우 LMR파트너스는 약 3%의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72억원 규모의 EB는 HLB생명과학이 보유한 HLB 보통주 14만5900주(교환가 4만8917원)를 대상으로 한다. 교환 청구 기간은 2025년 12월 23일부터 2030년 11월 3일까지다.
HLB 미국 자회사 엘레바 테라퓨틱스는 주력 파이프라인인 ‘리보세라닙’ 간암 1차 치료제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절차를 진행 중이다. 글로벌 임상 3상까지 마치고 2023년 5월 신약허가신청(NDA)을 제출했다. 지난해와 올해는 FDA로부터 보완요청서를 받아 이에 대응중이다. 이번 투자금 역시 추가 임상, 생산라인 구축, 상업화 마케팅비 등에 대부분 사용될 예정이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LMR파트너스는 성장 잠재력이 큰 저평가 상장 기업에 투자하기로 유명한 운용사”라며 "이번 HLB 투자도 그 전략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말했다. 이번 투자에는 당초 여러 기관이 공동 참여를 검토했으나, LMR파트너스가 적극적으로 나서 단독 투자로 방향을 주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