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캄보디아 프놈펜에 거점을 둔 피싱 조직 '마동석팀' 조직원들이 법원에서 잇따라 실형을 선고받고 있다. '마동석'으로 불리는 외국인 총책이 이끌던 이 조직은 로맨스스캠, 투자 리딩방 등 수법으로 피해자들에게 수억 원을 뜯어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한국경제신문은 이 조직에서 '몸캠피싱' 업무에 동원된 한국인 조직원을 언론 최초로 만나 당시 상황을 들었다.
구독자 10만 명이 넘는 인플루언서인 20대 유모씨는 지난해 초 마동석팀이 운영하던 범죄단지에 감금된 채 일하다 가까스로 귀국했다. 지난달 서울시청 9층 카페에서 만난 유씨는 "캄보디아에서 살아 돌아온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며 "폭행과 욕설, 감금이 반복된 환경에서 공포와 후회만 남았다"고 말했다.
▷어떻게 캄보디아에 가게 되셨습니까.
회사에서 알게 된 동료가 캄보디아에서 DJ 파티가 열린다고 해서 따라갔어요. 비용은 전부 주최 측에서 낸다고 비행기표도 끊어주고 숙소도 있다고 해서 별 의심 없이 갔습니다. 프놈펜 공항에 내리니까 현지인이 마중 나와서 기다리고 있었어요. 거기서 차를 타고 한 시간 정도 들어간 것 같아요. 시내가 아니고 외곽으로 계속 갔어요. 도착하니까 철문이 있는 단지가 나왔는데, 입구에 총을 들고 군복 입은 사람이 두 명 있었어요. 그때부터 이상하다고 느꼈어요. 철문이 닫히니까 '밖으로는 못 나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는 이미 제 여권과 휴대폰도 빼앗긴 상태였어요.
▷단지 안에서는 어떤 구조로 운영됐습니까.
기숙사가 있는 회사 같아요. 7층짜리 건물이었는데 층마다 대략 10개 정도 팀이 있었어요. 몸캠피싱반, 보이스피싱반, 투자리딩반 등으로 나뉘어 있었어요. 전체는 400명 정도 된다고 들었어요. 그중에 중국인이 절반쯤 되는 것 같고 나머지가 한국인이었어요. 밖에는 거의 못 나가고, 기숙사 생활을 하듯 같은 건물 안에서만 생활했습니다. CCTV도 엄청 많았어요.
▷어떤 일을 하라고 했습니까.
저는 몸캠피싱반에 들어가라고 했어요. 아침마다 관리 총책 같은 사람이 와서 엑셀 파일을 보내줘요. 한국인 연락처가 100개 정도 들어있는데, 이름과 나이와 사는 지역이 적혀있죠. 하루에 이 100명 전부에게 연락해야 했어요. 이걸 다 돌려야 밥을 제대로 줬어요. 100명을 못 채우면 그날은 맞았어요. 전기충격기도 가져와서 위협했어요. 한 명 한 명에게 연락해서 상대가 응답을 하면 그 사람을 집중해서 파는 구조였어요. 100명 중에 대개 1명이나 2명만 실제로 대화를 해줬어요. 한 놈만 걸려라, 이런 방식이죠..
▷실제 접근은 어떻게 했습니까.
기본은 카카오톡이었어요. 엑셀로 받은 전화번호를 카톡에서 불러와요. 예쁜 여자 사진을 프로필에 걸어 놓고 말을 걸어요. '나 누구인데 알죠' 이런 식으로 자연스럽게요. 바로 '사랑한다' 이런 얘기를 하는 게 아니라, 어느 정도 말이 통하면 모바일 게임을 같이 하자고 해요. 게임을 깔면 그 사람 휴대폰에 있는 연락처와 사진이 제게 전송됐어요. 그 다음부터는 야한 사진을 조금씩 주고받는 척 해요. 마지막에는 영상까지 확보하고 그 상태에서 "돈을 보내지 않으면 너 연락처에 있는 사람들 전부에게 사진과 영상을 전송한다"고 협박해요. 이게 기본 시나리오였어요.
▷성과를 내면 더 위험한 타깃을 줬다고 했는데 구체적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그쪽에서는 VIP 리스트라고 불렀어요. 잘 벌어오는 애들한테만 줬어요. 돈 많은 사업가나 정치인 자녀 같은 고위직 연락처가 담긴 리스트였어요. 연예인 지인 연락처도 있었어요. 제 옆자리에 있던 분은 한 유명 연예인 아들을 몸캠피싱해서 7억 원 정도를 받아냈다고 자랑했어요. 그렇게 돈을 뜯어내면 인센티브를 주는 다단계 방식이었습니다.
▷폭력은 어느 정도였습니까.
매일 있었어요. 말을 안 듣거나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바로 맞았어요. 남자들은 몽둥이로 때리는 게 기본이었어요. 총을 팔이나 다리에 쏘고 다시 치료해주기도 하고, 전기충격기를 옷 위로 대기도 했어요. 제가 있을 때 한국인 한 명이 계속 맞다가 못 버티고 다음 날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했어요. 그 사람은 현지에서 바로 죽었는데, 일당이 그 시신을 쓰레기 소각장에서 태우는 영상을 찍어서 직원들에게 보여줬어요. '도망가면 이렇게 된다'는 경고였어요. 그걸 본 다음부터는 너무 무섭고 팔다리가 떨려서 다들 도망갈 생각을 못 했죠.
▷생활은 그래도 먹고 자는 건 보장이 됐습니까.
밥은 잘 줬어요. 한국 음식을 잘하는 이모님들이 단지에 상주해 있었어요. 김밥, 불고기, 된장국 같은 걸 해줬어요. 마치 초등학교 급식소처럼 운영됐어요. 먹는 걸로 불만이 생기지 않게 하려는 의도였던 것 같아요. 대신 일을 안 하면 밥을 줄을 세워서 늦게 주거나 양을 줄이기도 했어요. 그러니까 밥을 먹으려면 시키는 대로 해야 했어요.
▷경찰이나 한국에 있는 가족에게 도움을 청하지는 못했습니까. 휴대폰과 컴퓨터가 있었다고 하셨는데요.
연락을 할 수 있는 모바일 기기는 있었어요. 그런데 제가 한국 집 주소도 다 빼앗겼고 부모님 번호도 그쪽에서 알고 있었어요. "너 한국 가도 찾아가서 가족 다 죽인다" 이렇게 협박했어요. 실제로 저한테 '귀국하고 좋냐' 이런 식으로 한국어로 메시지를 보냈어요. 그러니까 기계는 있어도 신고를 못 하겠는 거예요. 나만 다치면 신고했을 텐데 가족 얘기가 나오니까 쉽게 못 했어요.
▷결국 어떻게 귀국하셨습니까.
안에서 계속 빠져나갈 방법을 찾다가 대사관이랑 연결되는 통로를 겨우 만들었어요. 구체적인 방식은 말하기 어렵지만 대사관 도움으로 한국에 들어왔어요. 그런데 한국에 와서도 협박 메시지가 계속 왔어요. "너 어디 사는지 안다", "가족도 안다" 이런 식이었어요. 그리고 한국에 오니까 경찰 수사가 바로 시작됐어요. 지금은 서울동부지법에서 재판을 받고 있어요. 저는 감금과 협박이 있었다는 걸 계속 설명하고 있어요.
▷본인도 범죄에 가담한 건 사실인데 그 부분은 어떻게 보십니까.
제가 잘못한 건 맞아요. 한국 사람들한테 실제로 연락을 보냈으니까요. 그 사람들 입장에서는 제가 가해자죠. 그 부분은 피하지 않으려고 해요. 다만 제가 그 일을 선택해서 한 게 아니었어요. 맞으면서 했고, 도망가면 죽는다는 걸 본 상태에서 했어요. 이런 경우는 수사나 재판에서 따로 고려해 줬으면 좋겠어요. 그래도 처벌은 받겠습니다. 그건 어쩔 수 없어요.
▷동남아에서 한국인이 비싸게 거래된다고 했는데 이유가 뭡니까.
거기 사람들은 한국인을 돈이 빨리 도는 사람으로 봐요. 온라인 뱅킹도 다 하고 송금도 빠르고 휴대폰도 좋은 거 쓰고 SNS도 매일 하니까요. 그러니까 한국인으로 구성된 팀을 비싸게 팔아요. 여자 팀은 700만 원, 800만 원 이런 식으로 들었어요. 남자는 500만 원대라고 들었어요. 한국인이 그만큼 범죄 조직 입장에서는 활용도가 높다는 뜻이에요.
▷기술 변화 얘기도 했는데 실제로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했습니까.
제가 있을 때도 얼굴을 조금 예쁘게 보이게 하는 장치는 있었어요. 영상통화할 때 필터처럼 쓰는 거요. 그런데 목소리는 아직 어색하다고 했어요. 그래서 일부는 실제 한국 여자를 비싸게 사와서 쓰기도 한다고 했어요. 기술이 더 좋아지면 피해자는 더 잘 속을 거예요.
▷수사와 제도 개선에 바라는 점이 있습니까.
한국에서 몸캠 피싱 얘기가 나오면 보통 "왜 그런 데 속냐" "왜 이상한 걸 받았냐" 이렇게 피해자만 탓하잖아요. 그런데 제가 있었던 곳처럼 해외에서 조직적으로 굴리는 곳이 있어요. 이건 개인 일탈이 아니라 산업처럼 돌아가요. 그래서 한국 대사관이랑 경찰청이랑 외교부가 한 번에 움직이는 시스템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신고하면 바로 현지 경찰까지 연결돼서 사람을 빼올 수 있는 구조요. 또 금융기관도 이상 거래가 나오면 빨리 막아줘야 피해자가 줄어들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한국에서도 "통장 빌려주면 한 달에 200만 원 준다" 이런 광고가 많잖아요. 제가 본 바로는 이런 광고는 거의 다 캄보디아에서 돈 세탁하려고 구하는 거예요. 계좌를 빌려주면 실제로는 범죄단체 자금 세탁에 사용됩니다. 그러면 한국 와서도 범죄 혐의를 피하기 어려워요. 쉬운 돈이라는 말은 다 이유가 있는 거니까 안 했으면 좋겠어요. 저처럼 한 번 잡혀가면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오기 진짜 힘들어요.
김다빈/권용훈 기자 davinci@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