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미국 전기차 판매량은 3834대로 전년 동기 대비 61.6% 급감했다. 현대차(2503대)는 58.5% 줄었고, 기아(1331대)는 66.4% 감소했다. 특히 아이오닉 5가 이 기간 63.5%, EV6가 70.7% 감소하며 현대차와 기아 대표 전기차 판매가 크게 줄었다.
현대차·기아만의 현상은 아니다. 미국에서 인기 있는 혼다의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프롤로그는 지난달 1년 전보다 81% 급감한 806대만 팔렸다. 시장조사업체 JD파워는 지난달 미국 전기차 판매가 전년 같은 달보다 43.1% 줄어든 5만4673대에 그쳤을 것으로 추산했다.
미국 완성차 업계는 미국 정부가 9월 말 전기차 보조금 지급을 종료한 영향이 예상보다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전기차 보조금 지급 중지는 지금 같은 상황에선 변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전기차 수요 감소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1위 점유율의 제너럴모터스(GM)는 내년 1월부터 전기차 공장에서 일하는 직원 약 3300명을 감원하기로 결정했고, 포드는 내년 200만 대로 잡은 전기차 생산 목표를 철회했다. 닛산 역시 2028년부터 미국에서 양산하려던 신형 전기차 2종의 생산을 보류하기로 최근 결정했다.
미국 소비자들은 전기차 대신 하이브리드카를 선택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달 미국에서 전년 동기(2만1680대) 대비 43.5% 늘어난 3만1102대의 하이브리드카를 팔았다. 지난달에만 미국에서 3만1000대가 팔린 혼다의 CR-V는 전체 판매의 52%가 하이브리드카 모델이었다. 미국에서 하이브리드카를 팔지 않던 폭스바겐도 지난달 “앞으로 하이브리드카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기아에는 이런 상황이 나쁘지만은 않다. 현대차·기아는 내년까지 팰리세이드와 텔루라이드 등 대형 SUV에 하이브리드카를 추가해 모든 차급(세그먼트)에 하이브리드 모델을 선보인다. 전 차급에 하이브리드카를 갖춘 업체는 현대차그룹과 도요타 정도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