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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잔소리 속 사랑의 처방전, '잔소리 약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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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잔소리 속 사랑의 처방전, '잔소리 약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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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간] 잔소리 속 사랑의 처방전




    잔소리 약국

    저자 김혜선
    출판 도마뱀
    분야 소설


    서로를 닮아가는 시간, 모녀의 일상에서 피어난 이야기
    <잔소리 약국>은 약사인 엄마와 프리랜서 딸이 함께 살아가는 일상의 기록이자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다. 오랜 세월 약국을 지켜온 엄마의 삶과, 다시 그 약국으로 돌아온 딸의 시간이 교차하며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 책의 배경인 약국은 단순한 생계의 현장이 아니라 한 여성의 인생이 쌓인 공간이자 또 다른 여성이 자신을 돌아보는 거울이다. 매일같이 셔터를 올리고, 약통을 정리하고, 손님을 맞이하는 반복된 하루 속에서 엄마와 딸은 부딪히고 화해하며 조금씩 닮아간다.

    엄마의 잔소리는 걱정의 또 다른 표현이고, 딸의 짜증은 사랑의 또 다른 형태다. 작가는 그 미묘한 온도차를 놀라울 만큼 섬세하게 포착한다. “내가 약국을 안 하면 뭘 하지? 나는 무슨 쓸모가 있지?”라는 엄마의 말 속에는 평생을 일로 버텨온 한 여성의 외로움과 두려움이 숨어 있다.
    반면 딸은 오랜만에 돌아온 약국에서 엄마의 세월을 다시 바라본다. 그곳에서 느끼는 피로와 애정, 짜증과 연민이 뒤섞인 감정은 결국 ‘돌봄’이라는 단어로 수렴된다. 돌봄은 단지 따뜻함의 다른 이름이 아니라, 때로는 지치고 답답하며 서로를 흔들리게 하는 감정의 노동임을 작가는 담담하게 보여준다.


    돌봄이 끝난 자리에서 다시 시작되는 삶
    이야기의 출발점은 엄마의 고관절 수술이다. 혼자 약국을 지키던 엄마가 더 이상 일할 수 없게 되자, 딸은 자신의 일을 잠시 멈추고 엄마 곁으로 돌아온다. 그렇게 시작된 동거는 2년 11개월 동안 이어진다.
    그 시간 동안 두 사람은 끝없이 다투고, 다시 웃고, 서로의 방식으로 버틴다. 작가는 그 일상을 과장하지 않는다. 다만 있는 그대로의 시간을 보여주며, 돌봄이라는 경험이 결국 한 인간을 다시 성장하게 만드는 과정임을 깨닫게 한다.

    이 책의 아름다움은 바로 그 ‘담담함’에 있다. 감정을 억누르지도, 과시하지도 않는다. 대신 매일같이 이어지는 생활의 장면 속에서 미세한 감정의 결을 포착한다. 유머와 자기반성이 교차하는 문장은 독자로 하여금 미소와 울컥함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우리는 서로 할 일을 했다. 이제 각자의 하늘과 땅에서 열심히 놀아도 된다.” 이 문장은 돌봄의 끝이 곧 이별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임을 알려준다. 엄마의 약국 문이 닫히고, 딸은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가지만, 그 시간은 사라지지 않는다. 여전히 마음속에서 이어지는 사랑의 잔향이 남아 있다.


    <잔소리 약국>은 단지 한 모녀의 이야기가 아니다. 누군가를 돌보느라 자신을 잃었던 사람들, 관계 속에서 상처받았지만 여전히 다정해지고 싶은 사람들에게 전하는 위로의 이야기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진심이 남아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말하는 이 소설은 잔소리와 한숨, 웃음과 눈물이 뒤섞인 우리의 하루를 따뜻하게 감싸준다.

    신정은 기자 sh96144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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