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화된 규제에 주담대 공급 ‘뚝’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지난달 30일 기준 610조2531억원으로 전월 말 대비 1조2683억원(0.2%) 늘어나는 데 그쳤다. 5대 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지난 6월엔 한 달 만에 5조7634억원 급증했는데, 월간 증가폭이 4개월 만에 20% 수준으로 줄었다.이처럼 가계대출 증가세가 크게 꺾인 것은 대출을 받을 능력이 있는 소비자도 정부의 강도 높은 대출 규제에 따라 제도적으로 대출을 받을 수 없게 된 점이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6·27 대출 규제로 수도권에서 주택구입 목적 주담대의 한도가 최대 6억원으로 제한되고, 생활안정 목적 주담대 한도가 1억원으로 막히면서 주담대 공급이 급감했다.
정부가 10·15 부동산 대책을 통해 대출을 더 옥죄면서 수도권에서 주택 구입 목적의 주담대를 받기는 더 어려워졌다. 시세 15억원 초과 25억원 이하 주택의 주담대 한도는 4억원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25억원 초과 주택은 최대 2억원까지만 주담대가 나온다.
집값이 15억원 이하인 주택의 주담대 한도는 6억원이지만 6억원의 주담대를 모두 받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의 LTV 한도가 70%에서 40%로 낮아졌기 때문이다. 예컨대 시세 8억원인 집의 주담대 한도는 10·15 대책이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5억6000만원이었지만 이젠 3억2000만원으로 줄었다.
◇ 규제 속에 빛나는 ‘솟아날 구멍’
LTV 규제 강화로 주담대를 받는 일이 ‘하늘의 별따기’가 됐지만 여전히 10·15 대책 발표 이전 기준이 적용돼 비교적 많은 주담대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은 있다. 생애최초 주택 구입 주담대를 받는 경우다. 과거에 주택 구입 이력이 없는 생애최초 주택 매수는 수도권에서 집을 구입하는 경우에도 LTV가 70%로 유지된다.생애최초 기준을 적용받기 위해선 본인뿐만 아니라 가구원 모두가 과거 주택 구입 이력이 없어야 한다. 예컨대 본인은 과거 주택 구입 이력이 없더라도 배우자가 과거에 주택을 매수한 이력이 있다면 생애최초 혜택을 받을 수 없다. 부모로부터 독립하는 사회 초년생과 같이 세대 분리 예정인 경우엔 본인만 과거 주택 구입 이력이 없어도 LTV 70%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생애최초 기준을 충족하더라도 10·15 대책으로 강화된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는 적용받는다. 정부는 10·15 대책을 통해 수도권의 스트레스 금리를 1.5%에서 3%로 높였다. 스트레스 금리는 대출 이자율엔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개인의 대출 한도를 책정할 때 부과하는 가상의 금리다. 스트레스 금리가 1.5%포인트 높아지면서 개인의 주담대 한도는 최대 14.7% 줄어든다.
◇ 고정금리형 금리가 낮아
규제 환경에서도 주담대를 받기로 결정했다면 금리 유형을 선택해야 한다. 6개월마다 금리가 바뀌는 변동금리형은 금리가 낮아질 것으로 예상될 때 유리한 유형이다. 고정금리형 주담대는 금리가 5년간 유지되는 만큼 금리가 오를 것으로 예상될 때 유리하다.금융권에선 당분간 변동금리형보다는 고정금리형 주담대를 선택하는 것이 낫다고 보고 있다. 부동산시장 과열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지 못하는 가운데 고정금리형 주담대 금리가 변동금리형 주담대보다 낮기 때문이다. 국내 1위 은행(자산 규모 기준)인 국민은행의 고정금리형 주담대 최저금리는 지난달 31일 기준 연 3.75%로, 변동금리형(연 3.88%)보다 0.13%포인트 낮다. 신한 하나 우리 등 주요 시중은행도 마찬가지다.
최근 변동금리형 주담대 금리는 상승 중이다. 은행권이 변동금리형 주담대 금리를 산정하는 기준으로 쓰이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최근 1년 만에 상승 전환했기 때문이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옅어지면서 주요 조달비용이 상승한 결과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정금리형 주담대를 우선 받은 이후 금리가 낮아지면 대환대출로 대출을 갈아타는 방법으로도 이자 부담을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