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은 속도와 효율의 도시다. 빨간불이 켜진 횡단보도를 아랑곳하지 않고 한손엔 커피를, 다른 손엔 스마트폰으로 들고 통화하며 걸어가는 뉴요커의 모습이 대표적이다. 미슐랭 레스토랑 예약부터 아마존 무인 편의점에서의 쇼핑까지, 이 도시의 일상은 편리함으로 가득하다. 역설적이게도 사람들은 여전히 사람을 찾는다. 오늘의 뉴욕이 던지는 무언의 메시지인지도 모른다.맨해튼의 한 헬스클럽에서 체험한 인공지능(AI) 마사지 로봇 ‘에이스케이프(Aescape)’는 지금 시대를 상징하는 장면이었다. 차가운 로봇 팔은 사람의 근육을 정밀하게 스캔하며 고르게 압력을 가한다. 하지만 정작 고객의 평가는 냉정했다. “좋기는 한데, 사람의 따뜻한 손길과 말이 없으니 허전해요.” 결국 그들이 돌아 간 곳은 인간 치료사의 방이었다. 하이데거가 인간을 ‘세계-내-존재’라 부른 것도 이런 맥락일 것이다. 기계의 정밀함보다 우리가 익숙한 건, 타인의 손길이 건네는 연결감이다.
브루클린의 좁은 골목에서는 이런 장면들을 볼 수 있다. 맥낼리 잭슨 서점의 고객들은 알고리즘 추천보다 점주의 한 마디 권유가 더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바버숍 퍼슨스 오브 인터레스트에서는 이발사의 농담 한마디가 앱 속 스타일링보다 더 오래 기억된다. 이는 결국 우리가 모두 상품이나 서비스를 소비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관계와 교감을 소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미국 전문 리서치 기관에 따르면, 서비스 업종에서 소비자 70% 이상이 여전히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을 선호한다. “사람이 더 빨리 이해한다”(78.3%), “사람이 더 정확하다”(84.0%)는 답변은, 인간적 경험이 기술적 효율보다 비즈니스 성과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음을 보여준다.
‘사람 중심 산업’은 이미 성장세다. 코로나 팬데믹 동안 미국의 심리상담 시장은 연간 6%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주요 상담사와의 예약은 몇 달전에 이미 꽉 찬 상태였다. AI 상담앱 와이사(Wysa)와 같은 서비스도 등장했지만 미국 정신의학협회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0% 이상이 전통적인 대면 상담을 선호했다. 교육시장도 마찬가지다. AI 기반 학습 도구가 늘고 있지만, 뉴욕 학부모들은 여전히 개인 교사를 선호하며, 미국 사교육 시장은 2028년까지 매년 8% 이상 성장이 예상된다.
이러한 흐름은 한국 기업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자동화된 AI가 시장을 빠르게 재편하고 있지만 반대편에서는 사람 중심 경험이 소비자의 선택을 좌우한다. 상담, 교육, 맞춤형 서비스처럼 인간적 접촉이 오히려 주목받으며, 하나의 비즈니스 모델로 자리 잡고 있다.
한국 기업은 단순히 ‘AI를 얼마나 잘 도입했는가’를 넘어, 기술과 인간적 경험을 어떻게 결합할 것인지에 집중해야 한다.
첫째, 서비스 과정에서 사람이 개입하는 순간을 남겨야 한다. 아무리 AI와 자동화가 편리해도, 결국 마지막에 누군가를 만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어야 고객은 안심한다. 둘째, ‘사람의 손길’을 브랜드 가치로 끌어올려야 한다. 뷰티 제품은 단순 진열 대신, 현장에서 피부를 직접 진단하고 상담해주는 과정을 프리미엄 서비스로 내세울 수 있다. 식품 기업 역시 포장 제품만 파는 것보다 셰프의 조리 시연이나 시식 체험을 통해 정성을 전달할 때 경쟁력이 생긴다. 셋째, 소비자를 단순한 사용자에서 참여자로 만들어야한다. 제품 리뷰를 넘어 디자인 제안이나, 브랜드 스토리에 참여하게 하면, 기술로는 대체할 수 없는 공동체적 연결이 만들어진다. 기술은 어디까지나 출발점이다. 앞으로 경쟁력은 기술적 발전이 아닌 인간적인 교감을 어떻게 구현하느냐에 결정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