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은 3일 민주당이 추진을 예고한 재판중지법을 두고 "오늘이라도 다시 이재명 대통령의 재판을 시작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장동혁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12개 혐의로 기소돼서 5개 재판받았고 그중 공직선거법 사건은 이미 대법원에서 유죄로 인정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장 대표는 "내일이라도 재판을 다시 시작한다면 올해가 가기 전에 이 대통령은 대통령이 아니라 그냥 '이재명'이 될 것"이라며 "법원은 대장동 개발 비리가 성남시 수뇌부 승인 하에 이뤄졌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경기도지사 시절 국정감사에서 대장동 설계자는 '내가 맞다'고 자신 있게 밝혔다"며 "법원이 대장동 개발 비리가 성남시 수뇌부 승인 하에 이뤄졌다고 인정했다면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재명에게 가장 중한 형이 선고돼야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장 대표는 이 대통령의 5개 혐의에 대한 재판을 중지시킨 각 법원 판사들의 이름을 낱낱이 호명하며 "그대들을 역사가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고 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기어이 이 대통령의 재판중지법을 이달 안에 처리하겠다고 선언했다"며 "우리는 이 법을 '이재명 유죄 자백법' 또는 '헌법파괴법'이라 부르겠다"고 했다.
그는 "헌법 제84조의 해석만으로 현직 대통령에 대한 재판이 중단된다고 주장한 건 민주당이다. 이제 와서 새로운 법을 만들겠다는 건 그동안 자기주장이 잘못이었음을 인정하는 것"이라며 "결국 민주당은 이 대통령이 유죄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유죄임을 스스로 자백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했다.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법원은 판결문에서 지역주민이나 공공에 돌아갔어야 할 막대한 택지개발 이익이 민간업자에게 배분됐다며 배임죄 성립을 인정했다"며 "공공이익을 외면하고 사익을 챙긴 대장동 비리의 실체가 확인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재명 정권과 민주당은 피고인 이재명에 대한 법적 책임이 불가피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그렇기에 피고인 이재명 한 사람을 구하려고 대법원장 사퇴, 검찰 해체, 배임죄 폐지 등 헌정 질서를 문란케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배임죄 폐지를 기업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한 경제활성화법이라고 포장하고 있다. 알다시피 배임죄 폐지는 기업을 위한 게 아니라 기업 오너, 경영진을 위한 법"이라며 "피고인 이재명 한 사람을 구하려고 근로자와 투자자, 즉 국민을 저버리는 배신행위를 하고 있다"고 했다.
김 정책위의장은 "진정으로 경제를 살릴 마음이 있다면 배임죄 폐지 주장을 즉각 철회하기를 바란다"며 "대신 노란봉투법을 폐지하고 중대재해처벌법부터 합리적으로 고쳐라"고 했다.

진중권 광운대학교 특임교수는 2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을 통해 "이런 걸 완곡어법 (euphemism)이라고 한다"면서 "정치적으로는 전체주의자들이 자신들의 악행을 감추기 위해 종종 사용했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진 교수는 "예를 들어 나치는 고문을 '강력심문'이라 부르고, 유태인 강제수용소행은 '대피조치'라 부른 바 있다"면서 "스탈린은 '언어를 혼란시키라'고 한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또한 의심스러운 정치적 목적을 감추기 위한 언어학적 전술이라 할 수 있다"며 "보통은 이런 기동은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 하기 마련인데, 민주당에선 아예 드러내놓고 앞으로 그렇게 부르겠노라 선언까지 한다. 재미있는 현상"이라고 꼬집었다.
앞서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이제부터 민주당은 재판중지법을 '국정안정법', '국정보호법', '헌법 84조 수호법'으로 호칭하겠다"고 밝혔다.
박 수석대변인은 "현재까지는 이 대통령에 대한 5대 재판을 재개하라는 국민의힘 주장에 따라 민주당 의원 개인 차원으로 국정안정법 처리 주장이 방어적으로 자연스럽게 분출됐다"며 "그러나 대장동 일당의 재판에서 법원이 이 대통령 배임죄 기소와 관련해 무리한 조작 기소임을 분명히 했기 때문에 이제부터는 지도부 차원의 현실적 문제가 된 형국"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정안정법(재판중지법) 논의가 지도부 차원으로 끌어올려질 가능성과, 이달 말 정기국회 내에 처리될 가능성이 모두 열려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민주당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자당 주도로 이 재판중지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의결한 뒤 6월 12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계획이었으나, 당시 본회의 직전 처리를 연기했다.
이 대통령 방탄 입법 논란이 제기되자 일부 속도 조절을 했던 것이나, 최근 국정감사 기간 사법부에서 이 대통령 재판을 재개할 수 있다는 발언이 나오자 당내에서 처리해야 한다는 견해차가 커져 왔다.
지난달 31일 이른바 '대장동 의혹' 사건의 본류 재판에서 개발 비리가 있었다는 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법원은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재명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성남시 수뇌부'가 주요 결정 과정에 있었다고 지적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조형우)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 대장동 민간업자들에 대한 1심 선고공판에서 이 대통령과 민간업자들의 연결고리를 시사했다. 재판부는 "이재명 성남시장 재선에서 민간업자의 조력이 있었고, 성남시 및 공사 관계자들 사이에 유착 관계가 형성됐다"고 했다. 재판부는 유 전 본부장이 배임 행위를 주도한 책임자라고 지목하면서도 그의 역할이 성남시 수뇌부와 민간업자의 의견을 조율하는 '중간 관리자'였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성남시 수뇌부가 누군지 지목하지는 않았다.
재판부는 유 전 본부장에게 징역 8년과 벌금 4억원, 추징금 8억100만원을, 김만배씨에게 징역 8년에 추징금 428억165만원을, 남욱 변호사에게 징역 4년을, 정영학 회계사에게 징역 5년을, 정민용 변호사에게 징역 6년과 벌금 38억원, 추징금 37억22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4년간 재판이 이뤄지고 충분히 공방이 이뤄진 상태에서 중형이 선고된 상황이기 때문에 피고인들에 대해 도망의 염려가 인정된다"면서 이들을 모두 법정구속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