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면 많이 들어봤을 트럼펫 곡이 있다. 하이든 트럼펫 협주곡 내림 마장조다.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에서 아침에 참가자들을 깨운 소리로 귀에 익숙하다. 옛 TV 프로그램 ‘장학퀴즈’와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에서도 들었을 선율이다.국립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지난 1일 하이든 트럼펫 협주곡을 연주하는 무대에 영국 트럼페터 마틸다 로이드(사진)가 협연자로 섰다. 로이드는 최근 인터뷰에서 하이든 트럼펫 협주곡에 대해 “열다섯 살 즈음부터 15년간 매년 빠지지 않고 연주한 곡”이라며 “롤러코스터를 타듯 기승전결이 뚜렷하고 음악이 다채로워 연주할 때마다 늘 재해석하게 되는 흥미로운 작품”이라고 말했다.
로이드는 여덟 살 때 트럼펫을 배우기 시작했다. 피아니스트 어머니에게서 피아노를 배웠고 아버지의 트럼펫을 접하며 트럼펫에 입문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트리니티칼리지와 로열아카데미오브뮤직을 졸업했다. 2014년 영국 BBC 올해의 젊은 음악가 금관 부문에서 우승하며 클래식계에서 두각을 보였다.
트럼펫의 역사와 하이든의 이야기를 모르더라도 괜찮다. 소리만으로도 즐길 거리가 넘친다는 게 로이드의 설명이다. 트럼펫은 특이하다. 클래식 음악을 위해 제작된 건 다른 금관 악기들과 비슷하지만 행진곡뿐 아니라 재즈, 록, 영화 음악 등에 두루 쓰이는 팔방미인이다. 로이드는 “다채로운 장르를 넘나들 수 있다는 점”을 트럼펫의 매력으로 꼽았다.
다른 악기 연주자에 비해 유달리 트럼페터는 사교적인 사람이 많다고. 서로 통성명한 뒤 식사를 같이하거나 아이디어를 나누는 등 트럼펫 연주자들은 협업하는 데 거침이 없다. 트럼펫과 사교성,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트럼펫이란 악기를 직업으로 고르는 것 자체가 대범하고 자기 확신이 있는 성격이 아니면 어려운 일입니다. 트럼펫은 음 이탈이 생기면 악단 모두가 다 알아요. 현악기는 실수해도 주변에 묻히는 때가 있는데 트럼펫은 호흡 한 번 실수하면 바로 티가 납니다. 앞에 나설 수 있는 자신감이 필수죠.”
로이드는 ‘금관 악기 연주는 남성이 유리하다’는 세간의 인식에 선을 그었다. 폐활량과 폐 사용에 있어 남녀 차이가 없다는 얘기다. 로이드도 여성이지만 여덟 살 때 아버지가 쓰지 않던 트럼펫을 불어봤다가 소리를 매우 잘 내 트럼펫 연주를 계속했다. “앨리슨 발섬처럼 훌륭한 여성 트럼펫 연주자들이 활동해왔어요. 앞으로도 남녀 모두가 자신을 뽐낼 수 있는 트럼펫 곡을 많이 연주했으면 해요.”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