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도 뉴델리 근교에 있는 구르가온은 인도의 혁신을 상징하는 도시다. 삼성전자,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대기업들이 이곳에 둥지를 틀고 있다. 사흘 일정으로 구르가온시 야스홉후니 컨벤션센터에서 지난달 31일 개막한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모바일 인터내셔널컵(BMIC) 2025’는 최고 게이머들과 이들을 응원하는 관람객의 열기로 뜨겁게 달궈졌다.
이곳에서 만난 인도 최대 통신사 릴라이언스 지오 관계자는 2일 “크래프톤 덕분에 콘텐츠와 통신이 결합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내놓을 수 있었다”며 “조만간 크래프톤과 엄청난 계약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오는 크래프톤과 함께 인도 통신업계 최초로 배틀그라운드모바일 전용 요금제를 운영 중이다.

◇신흥 ‘게임 대국’ 공략에 속도
크래프톤이 인도 모바일 게임 시장 ‘빅3’인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디아(BGMI)’를 무기로 인구 6억 명의 게임 대국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장병규 크래프톤 창업자(이사회 의장)가 구상하는 공략 전략은 기존 게임업체와는 접근 방식이 완전히 다르다. 게임이라는 콘텐츠를 판매하는 것을 넘어 인도를 게임 천국으로 만들기 위한 인프라 투자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콘텐츠-인프라 융합형’ 모델이다.대표적인 협업사는 글로벌 결제 플랫폼사 유니핀이다. 인도네시아에 본사를 둔 이 회사와 협력해 오프라인 충전과 온라인 결제를 연계하는 하이브리드 결제 시스템을 정착시키고 있다. 악셰 세티 유니핀 남아시아 총괄은 “5년 전만 해도 인도는 (게임) 다운로드 수는 많지만 매출은 낮은 시장으로 평가받았지만, 결제 인프라 확장 이후 매출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크래프톤의 전략은 은행과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단숨에 뛰어넘으려는 인도 정부의 의도에도 부합한다. 2016년 인도에 통합결제시스템(UPI)이 도입되면서 결제 허들이 낮아진 덕분이다. KOTRA에 따르면 인도의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는 2029년까지 연평균 11.45%씩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티 총괄은 “현재 인도 게이머 한 명에게서 거둬들이는 월평균 매출이 3달러 수준인데 앞으로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게임산업 육성하는 인도정부
통신 부문 파트너인 지오게임즈의 아베이 샤르마 e스포츠사업총괄은 “인도의 5세대(5G) 통신 보급률이 70%를 넘고, 데이터 이용량도 15% 이상 증가하면서 BGMI 요금제 가입자가 급증하고 있다”며 “콘텐츠와 통신이 함께 성장하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요금제는 시작에 불과하며 조만간 크래프톤과 추가 협업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현지 기업 협력에 기반해 BGMI는 2021년 인도 출시 이후 지난 9월 이용자 2억4000만 명을 돌파했다. 인도 모바일 시장에서 인기 순위 3위권을 벗어나지 않으면서 크래프톤의 최대 해외 성공작으로 자리 잡았다.크래프톤은 인도의 국민 스포츠인 크리켓을 통해 모바일 시장 선두 자리를 더욱 공고히 한다는 전략이다. 크래프톤 인도법인은 3월 크리켓 게임 ‘리얼 크리켓’을 개발한 노틸러스모바일을 인수했다. 리얼 크리켓 시리즈는 누적 다운로드 2억5000만 건을 기록하며 인도에서 가장 성공한 크리켓 게임으로 꼽힌다. 크래프톤은 인도 프로 크리켓리그(IPL) 등과 협업을 추진하며 오프라인으로도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인도 정부가 게임산업을 국가 혁신 성장의 새로운 축으로 지정하고, 해외 기업에 대한 개방을 가속화하면서 한국 게임회사에도 기회의 문이 열리고 있다. 네덜란드 시장조사업체 뉴주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지역별 게이머에서 인도가 차지하는 비중은 18%에 달했다.
구르가온=최영총 기자 youngchoi@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