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에 투자할 종목이 많다'는 게 최근 글로벌 투자업계 관계자들의 반응입니다."
정성한 신한자산운용 주식투자운용본부장은 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과거엔 한국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아무리 낮아도 모멘텀(성장동력) 문제로 자금을 수시로 뺄 수밖에 없었는데 지금은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며 "삼양식품과 에이피알 등 글로벌 무대에 오르는 기업들이 많아지면서 해외 투자자들이 10년 만에 돌아오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정 본부장은 2004년 대한생명에 입사하며 시장에 발을 들였다. 2014년 신한자산운용에 합류해 삼성전자 단일 종목에 집중하는 신한삼성전자알파펀드를 만들어 업계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가 운용하고 있는 '신한패러다임코리아펀드'는 올해 약 80% 급등해 코스피지수 상승률을 웃도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20년 넘게 운용에 손을 떼지 않고 있는 보기 드문 전문가로 꼽힌다.
○ "올해 70% 급등한 코스피...아직도 싸다"

올해 코스피는 70% 이상 급등해 니케이(33.34)와 홍콩항셍(32.02%), 나스닥(23.05%)지수를 제치고 세계 증시에서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지난달 4100선을 돌파했지만 여전히 상승 여력이 있다고 봤다. 국내 기업들의 내년 주당순이익(EPS) 성장률 전망치(15%)를 고려하면 지수가 매년 15%씩 상승할 수 있을 것이란 계산이다. 정 본부장은 "반도체·바이오·조선·방산·원전 등 5대 주도 섹터의 구조적인 성장과 기업들의 주주환원 정책, 정부의 강력한 부양책이 코스피 상승 동력의 핵심"이라며 "이 세 가지 모멘텀이 앞으로 더 강해지면 내년 6000피 돌파도 불가능한 얘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국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38배로 중국(PBR 1.8배), 일본(PBR 2.5배), 대만(PBR 3배) 대비 저평가 돼 있다고 봤다. 그는 "한국 기업들의 무대가 내수, 아시아에서 미국·유럽 등 글로벌로 뻗어나가면서 10루타짜리 종목이 쉽게 나오고 있다"며 "조선은 군함 유지·보수·정비(MRO) 신규 선종 수주, 방산은 유럽에 이어 중동시장 확대, 바이오는 비만치료제와 같은 핵심 플랫폼 기술 등이 기대되고 있는데, 5개 주도 업종에서 파생되는 중형주 모멘텀까지 고려하면 장기적으로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올해 기업들의 적극적인 자사주 매입, 소각 움직임 역시 지수를 이끄는 배경이다. 정 본부장은 "과거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이 지수를 1000에서 2000으로 이끌던 시절보다 지금 더 많은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고 있어 지수 상승의 방향성은 이미 정해져 있는 상황"이라며 "중국보다 저평가 돼 있는 국내 시장의 투자 매력은 어느 주요 국가보다 더 높다”고 강조했다.
○ 삼성전자, 내년 유망...'전력' 업종 장투할 만
'슈퍼 호황기'에 진입하고 있는 반도체주 역시 긍정적인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인공지능(AI) 시장이 학습에서 추론 분야로 확대되면서 구형 메모리 수요가 늘어나고 있어서다. 최근 AI모델이 스마트폰과 PC 등에 광범위하게 적용되면서 구형 D램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새롭게 열릴 고대역폭플래시(HBF) 시장 역시 업황 호황세를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 HBF은 고대역폭메모리(HBM)의 구조를 낸드플래시에 적용한 것으로 용량과 성능을 동시에 끌어올린 차세대 반도체다. 정 본부장은 "GPT-4가 2023년 3월에 출시됐는데 5년 주기의 산업 사이클을 고려하면 업황은 적어도 2027년까지는 지속될 것"이라며 "업황을 선반영하는 주가는 적어도 내년까지는 오름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올해 SK하이닉스는 3배(226.52%) 이상 급등하며 삼성전자(101.31%)의 수익률을 압도했으나 내년부터는 삼성전자의 투자 매력이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마이크론의 올해 말 PBR이 4배 수준으로 삼성전자(1.85배)는 여전히 이에 못 미치고 있다 "당분간 SK하이닉스 주가가 순항할 수 있겠지만 내년엔 삼성전자가 더 많이 뛸 것"이라고 했다.
장기투자할 만한 업종으로는 '전력'을 꼽았다. 그는 "반도체, 자율주행 등 분야에서 국내외 기업들의 주도권 싸움이 뜨겁기 때문에 최후 승자를 예단하기 어렵다"며 "그러나 전력 수요는 언제나 부족하다는 점에서 조정 받아도 매수할 만하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전력기기와 원전 등 관련 파생 업종의 대형주 또는 상장지수펀드(ETF)가 투자 측면에서 안정적"이라며 "강세장일 수록 조정 시 타격이 크기 때문에 레버리지 상품 투자는 신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아라 기자 rrang123@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