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31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의 첫 정상회담에서 무라야마 담화를 언급하며 “침략 역사를 반성해야 한다”고 했다. 다카이치 총리도 중국이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인권 문제를 거론하며 날을 세웠다.
관영 매체 중국중앙TV(CCTV)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다카이치 총리와의 양자회담에서 중국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촉구했다. 그는 “역사와 대만 등 중대한 원칙 문제를 명확하게 규정해 중·일 관계가 피해를 보거나 근본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이날 “서로 협력 동반자가 돼야지, 위협을 만들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위협은 주일 미군기지에 배치한 중거리 미사일을 지칭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 “침략 역사를 반성하고 피해국에 사과한 무라야마 담화 정신을 널리 알려야 한다”며 우파 성향인 다카이치 총리를 견제했다.
다만 경제 부문에선 협력을 강조했다. 시 주석은 “첨단 제조, 디지털 경제, 녹색 발전, 재정 금융, 의료 양로, 제3국 시장 등 방면에서 협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정상회담 첫머리발언에서 전략적 호혜 관계의 포괄적 추진을 강조하며 “중국은 일본에 중요한 이웃이고, 양국이 지역과 국제사회 평화·번영에 중요한 책임을 지고 있다”고 밝혔다. 또 “양국 간 여러 현안과 과제가 있지만 이를 줄이고 이해와 협력을 늘려 구체적 성과를 내고 싶다”고 했다. 회담 후 취재진에게는 안보 및 경제 측면에서 여러 사항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안보 측면에선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포함한 동중국해와 남중국해 정세에 대한 염려를 전했다”고 했다. 홍콩과 신장위구르자치구 인권 상황에 대해선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대만과 관련해선 “양안 관계가 양호한 것이 중요하다”고 했고, 일본인 납치 문제를 포함해 북한 정세에 관한 의견도 교환했다고 전했다. 경제 부문에선 “희토류 수출 관리에 대한 염려를 전했다”고 밝혔다. 일본산 수산물과 소고기 수입 재개 절차를 진행해달라는 요구도 전달했다. 또 그는 중국에 거주하는 일본인 안전 확보 문제를 거론했다고 덧붙였다.
베이징=김은정/도쿄=김일규 특파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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