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 9월 건설·토목 공사 실적인 건설기성은 전달에 비해 11.4% 증가했다. 7월(-0.9%)과 8월(-5.3%) 두 달 연속 감소했지만 9월엔 두 자릿수 반등에 성공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올라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경기 평택, 이천 등에서 반도체 공장 증설에 속도를 내며 건축 공사가 활기를 띠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건설기성은 지방 부동산 경기 위축으로 감소세가 이어져왔다. 최근 반도체 공장 건설 현장이 빠르게 돌아가며 모처럼 부진을 털어내는 모습이다. 여전히 전년 동기 대비로는 4.3% 줄었지만 1월부터 8개월 연속 두 자릿수 마이너스를 기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감소세도 둔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반도체 공장 건설과 함께 반도체 노광장비, 식각장비 등의 설비가 들어서자 9월 반도체 장비 투자가 전월에 비해 28% 늘었다. 반도체 훈풍은 생산 지표에도 영향을 미쳤다. 9월 생산은 자동차가 18.3% 감소했지만 반도체가 19.6% 늘어 전체 생산을 끌어올렸다. 이두원 국가데이터처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자동차 생산이 큰 폭으로 줄어든 것은 8월 21.2% 급증한 데 따른 기저효과”라고 설명했다.
다만 반도체 호황이 가계 씀씀이 증대로 이어지진 않고 있다. 소매판매액지수는 전월 대비 0.1% 감소해 8월(-2.4%)에 이어 두 달 연속 줄었다. 스마트폰·컴퓨터를 비롯한 내구재 판매가 전달에 비해 3.9% 늘었지만 의류를 비롯한 준내구재(-5.7%)와 차량 연료 등 비내구재(-0.1%) 판매가 감소했다. 7월 지급된 소비쿠폰의 소비진작 효과가 단기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긍정적 전망도 제기된다.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주가가 크게 올라 ‘자산효과’가 소비심리를 자극할 것이라는 평가다. 경기를 나타내는 종합지표도 호전되고 있다.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전달보다 0.2포인트 상승했다. 향후 경기를 예측할 수 있는 선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도 0.1포인트 올랐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