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40대도 충분히 젊다'고 생각한다.
□ 새로운 도전을 망설이지 않고 시도해보려고 한다.
□ 주 2~3회 이상 운동을 하거나 규칙적으로 몸을 움직인다.
□ 정기 건강검진·체중관리·수면 습관을 꾸준히 신경 쓴다.
□ 패션·뷰티·헤어스타일에 나만의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
□ SNS, 블로그, 유튜브 등 디지털 공간에서 자기표현을 즐긴다.
□ 독서, 강의, 자격증, 취미 활동 등 배움에 투자한다.
□ 새로운 기술이나 트렌드를 배우는 데 거부감이 없다.
□ 여행, 문화생활, 힐링 타임을 일상에 적극적으로 챙긴다.
□ 가정과 나 자신을 위한 소비에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한다.
- 8개 이상 : 전형적인 영포티
- 5 ~ 7개 : 영포티 지향 중
- 4개 이하 : 전통적인 40대
최근 온라인에서는 이러한 '영포티(Young-Forty) 테스트'가 인기를 끌고 있다. 기준도 문항도 다 다르다. 한 개발자가 재미로 영포티 테스트 사이트를 만들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큰 호응을 얻는 일도 있었다.
테스트를 마치고 "재밌다"고 반응한 이들도 있었지만, '긁힌' 이들의 하소연도 쏟아졌다. "왜 내가 영포티냐"고 화를 낸 이도 있었다. 불과 5~10년 전까지만 해도 '중년이지만 젊은 감각을 유지하는 세대'였지만, 최근에는 2030세대를 중심으로 '젊어 보이려 애쓰는 꼰대' 등 부정적 뉘앙스가 담기면서다.
가장 최근엔 '영포티' 남녀의 전형적인 패션이나 정치 성향 등을 담은 인공지능(AI) 생성 이미지가 확산돼 갑론을박이 일기도 했다.
영포티는 예전의 40대와 다르다. 과거 40대는 세상 일에 흔들리지 않는 '불혹(不惑)'이었다. 지금은 흔들리지 않기는커녕 부모 봉양과 자녀 양육, 자신의 노후를 한꺼번에 챙겨야하는, 누구보다 혼란스러운 세대다.
그런 영포티를 향해 요즘 2030세대는 "왜 우리는 당신들 들어간 성(城)에 들어갈 수 없냐"고 묻는다. 언젠가는 40대가 될 이들 '넥스트포티' 세대의 메시지는 '꼰대들을 향한 단순 조롱'이 아니라 사회·경제적 기득권이 된 세대를 향한 절규로도 읽힌다. 특히 고용시장과 부동산 시장에서 박탈감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영포티와 넥스트포티의 충돌은 '경제'가 핵심 키워드다. 이전 세대 갈등이 정치나 이념 중심이었다면, 영포티와 넥스트포티의 충돌은 경제적 기회를 중심으로 한 격차에서 비롯된다는 특징이 두드러진다.
두 집단 모두 온라인 공간에서의 활동력이 왕성하기 때문에 충돌은 더 쉽고 충동적이며, 확장성은 크고 확증 편향은 세다. 이들의 격돌은 가뜩이나 심화한 세대간 불신의 골을 더 깊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이는 한경닷컴이 세대 간 갈등의 실상을 살펴보고 상호이해의 실마리를 제공해 보고자 '영포티' 세대전쟁 시리즈를 기획한 배경이다.

국가데이터처의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2024년 한국 평균 연령은 44.9세다. 한국 평균 연령이 40대에 올라선 것은 2014년부터다. 이때부터 영포티는 '한국 평균'이 됐다.
고령화 사회가 진행되면서 평균 연령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한국의 평균 연령이 40대를 벗어나는 때는 2035년(50.3세)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 일본보다는 더 젊은 영포티이고, 중국보다는 공고한 영포티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국가별로 중위 연령(median age·총인구를 연령순으로 나열할 때 정중앙에 있는 사람의 연령) 순위와 통계를 공개한다.
2024년 추정치 기준 한국은 45.5세로 229개국 중 16위에 이름을 올렸다. 아시아권에서는 일본(49.9세·3위), 홍콩(47.2세·7위)에 이어 3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중국은 40.2세로 61위였다.
◇ 꿀 빨다가 고위직 됐다고?
"산업화 세대의 후광으로 꿀만 빤 것 아니냐. 고도성장기에 대학 4년 내내 공부 한글자도 안 하고선 실력도 없이 손쉽게 취업하지 않았나. 그러고선 지금 고위직이 돼 꼰대 노릇 하고 있다."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영포티를 두고 이러한 주장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2030세대는 저성장에 취업 문도 닫혀버리고, 부동산 시장도 역대급으로 고점을 찍으며 사실상 자산 형성 기회가 박탈당했다. 그런데도 영포티에 해당하는 현 4050세대는 온갖 영화를 누리고 있다는 얘기다.
2015년 전후로 영포티라는 단어가 처음 사용됐을 시기에 영포티는 '커버린 X세대'를 가리켰다. 선배 세대가 절대빈곤과 독재를 겪었다면, 이들은 사회 진출 전까지 한국 사회의 고도성장기를 겪으며 이전 세대가 경험하지 못했던 풍요와 안정을 누렸다고 할 수 있다.
X세대는 한국 사회에 이전에는 없던 개인주의를 탄생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1965~1979년 태어난 이들은 온 가족이 함께 쓰던 집 전화, 오디오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삐삐', '워크맨'의 소유가 가능해졌고 개인 컴퓨터(PC)가 생겼다. 패션, 음악 등 문화 영역에서의 개성이 두드러지면서 처음으로 다방면에서 소비를 시작한 젊은 층이 되기도 했다.
영포티의 개념이 처음 확산했을 때 이들을 규정하는 요소는 대략 이랬다.
□ 내 집 마련에 집착하지 않는다.
□ 보수냐 진보냐의 이념보다 합리와 상식을 우선시한다.
□ 결혼, 출산에 대한 관성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 현실에 충실하다.
□ 형식과 허울, 체면치레 같은 허식을 내려놓는다.
□ 트렌드에 민감하다.
□ 왕성한 소비자이자 새로운 것에 대한 수용력이 높다.
□ 보수냐 진보냐의 이념보다 합리와 상식을 우선시한다.
□ 결혼, 출산에 대한 관성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 현실에 충실하다.
□ 형식과 허울, 체면치레 같은 허식을 내려놓는다.
□ 트렌드에 민감하다.
□ 왕성한 소비자이자 새로운 것에 대한 수용력이 높다.
많은 문항 뒤에는 X세대의 경제사회적 배경이 녹아있다. 결혼이나 출산 등을 당연시했던 선배 세대들과 달리 X세대가 이러한 생각을 하기 시작한 이유는 이들이 최근 2030세대의 저격처럼 좋은 시절만 보낸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트렌드에 민감하거나 패션에 눈을 뜬 데엔 풍요로움의 영향도 있겠지만, 불안한 미래보다 현재에 충실하자는 욜로(YOLO·You Live Only Once) 문화의 영향이 컸다는 시선도 있다.
이들은 20대, 혹은 30대 초에 국제통화기구(IMF) 사태(1997년)를 맞고, 사회 첫발을 내딛자마자 구조조정 충격을 받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주로 1970년대 중반생들이 침체된 분위기 속에 학창 시절을 보내고 취업 한파를 겪어야 했다.
통계 설계가 바뀌기 전 경제활동인구 조사의 1998년 20대 실업률은 11.4%였다. 1987년 이후 6%를 넘긴 적이 없던 실업률은 이때 이후 2년 연속 10%를 기록했다. 이후 7~8%대에 갇혀버렸다.
하지만 자산 형성의 '막차'를 탔다는 점에서 축복 받은 세대기도 하다. 결혼할 무렵인 2000년대 초·중반까지만하더라도 그나마 지금보다는 내집마련하기가 수월했다. 마침 이 때 노무현 정부가 출범하면서 전례 없는 집값 상승기를 맞이했다.
국가데이터처의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가구주 기준 2024년 40대와 50대의 자산은 각각 5억8212만원과 6억1448만원으로 집계됐다. 20대와 30대는 각각 1억4918만원, 3억6175만원이었다. 30대와 40대를 비교하면 40대가 60.9% 많다.
표본 개편으로 비교가 가능한 연도는 2017년부터다. 이 때는 40대와 30대간 자산격차가 40%를 넘지 않았다.

격차를 벌인 가장 큰 원인은 부동산이다. 2019년까지만 하더라도 30대와 40대의 부동산 자산의 격차는 1억 안팎이었다. 그런데 점차 벌어지더니 최근에는 2억에 가까워졌다. 부동산으로 인한 자산 격차만 평균 2배 뛴 것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분석 결과, 문재인 정부 시기인 2017년 5월부터 2022년 5월까지 서울 아파트 99㎡(30평형) 시세는 6억8000만원 올라 119%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노무현 정부 때는 상승률이 80%, 이명박 정부 마이너스 10%, 박근혜 정부 21%였다.
현재 나이만 놓고 봤을 때 진짜 영포티라고 할 수 있는 이들은 1980년대생부터 1985년생에 해당한다. 이들은 사회초년생 때 전후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었다. 한국 경제는 다른 주요국과 비교해 선방하면서 큰 경제 위기는 모면했지만, 수출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경제 구조에 따라 성장률이 크게 꺾이기 시작했다. 당시 이들 영포티의 나이가 20대 중후반으로 한창 취업할 나이에 해당한다. 외환위기 이후 이들은 청년 실업 위기를 오랜만에 맛 봐야하는 세대가 됐다.
현재 외국계 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임모씨(43)는 "어른들은 대학 입학하면 군대가기 전까지는 논다고들 했는데 우리는 그렇지 않았다. 입학하는 순간부터 졸업하는 순간까지 불안에 떨며 살아야 했다"며 "요즘 영포티라고 지적하면서 '너희가 무슨 고통을 겪었냐'고 하는데 억울한 소리"라고 호소했다.
아직 부모 생활비, 자녀 양육과 자신의 노후 준비까지 챙겨야 하다 보니 부채가 많아 자산 관리에 압박감이 큰 세대기도 하다. 부동산 구매 당시보다 금리가 인상돼 부담이 더 커졌다. '빚중년'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40대의 총 부채는 1억3148만원으로 연령대 중 가장 많았다.
◇ '막차' 놓치고 분노한 넥스트포티
지금의 2030세대는 '영포티가 어려웠다고 해도 우리랑 비교하는 것 넌센스'라는 생각이 강하다. 실제로 국가 성장세가 예전과 같지 않은 상황 속에서 경제적 기회가 크게 줄고 있다. 넥스트포티는 베이붐 세대의 자녀 세대인 Y세대 혹은 밀레니얼과, 1990년대 중반 이후 출생한 Z세대 상당수를 아우른다.우선 30대는 대기업의 공개채용 등이 점점 축소되는 분위기 속에서 취업 연령대는 확 높아져 취업문이 바늘구멍이 됐다. 이런 와중에 2020년엔 코로나 팬데믹까지 직격탄을 날렸다. 아울러 집값 상승에 전월세 부담까지 더해져 주거 불안이 가중됐다.
29세 이하의 지난해 경상소득은 40대(9083만원)의 절반 수준인 4720만원으로 나타났다. 30대는 7199만원이다. 40대와 50대의 부채가 대부분 부동산 담보대출로 이뤄진 것과 달리 29세 이하는 부동산 담보대출 959만원, 신용대출 576만원, 외상 및 할부 미상환 115만원 등으로 분산됐다.
과거 29세 이하의 부채는 40대의 28% 수준에 그쳤었는데 올해는 34%까지 올랐다. 그만큼 청년 부담이 가중된 것이다.
부동산 급등 현상 등을 지켜본 청년들은 대신 금융 자산에 대거 투자하기 시작했다. 40대가 지난 10여년간 금융자산 증가율이 약 40%를 기록할 동안, 29세 이하는 74%로 모든 연령대 통틀어 가장 큰 증가세를 보였다. 저축도 대부분 가구가 30% 늘릴 동안 29세 이하는 64% 불어났다. 사회에 진출하기 이전부터 생존을 위한 20대의 처절한 사투가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영포티를 향한 넥스트포티의 분노가 최근 유독 더 들끓는 이유는 최근 몇 년 동안 넥스트포티의 주머니 사정이 악화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영포티 상황은 크게 악화되지 않았다.
지난해 40대의 자산은 전년 대비 3.7% 늘었다. 29세 이하는 1.8%에 그쳤다. 심지어 30대는 6.3% 줄며 전 연령대 중 유일하게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30대는 2년 연속 6%대 감소율을 이어가고 있다. 30대의 거주주택 이외 부동산 자산이 작년에는 약 14%, 올해는 22% 떨어진 영향이다. '갭투자' 등을 했음에도 자산 가치가 하락한 영향이 큰 것으로 해석된다.
20대 거주 주택 자산 가격이 작년 5% 하락한 데 이어 올해는 24%나 떨어졌다. 반면 40대는 거주주택은 올해 1% 떨어지는 데 그쳤으나, 거주주택 외 부동산이 10% 상승했다. 경상소득도 전년 대비 40대와 50대가 각각 8%, 6% 오를 때 30대는 0.6% 떨어졌다.
이러한 영향 때문인지 30대의 신용대출이 과거와 비교해 크게 늘었다. 40대와 50대의 신용대출이 2017년 대비 각각 61%, 24% 증가할 때, 30대는 82% 급증했다. 여기에 최근 집값까지 요동치기 시작하면서 주거 부담과 불안이 한층 커진 것으로 파악된다.
넥스트포티는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삶이 팍팍해지면서 보상이나 규칙에 대해 민감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10년차 대기업 인사담당자 박모씨는 "최근 신입 공채 지원자나 신입들은 '받는만큼만, 정해진 규율대로만 일해야 한다'는 심리가 다른 세대보다 센 특징이 있다"며 "양보와 희생이 전제된 기존 기업 문화와 많이 배치돼 기업도 당사자들도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일이 꽤 있다"고 부연했다.
여기에 2030세대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인터넷, 모바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친숙해 상대적 박탈감이 더 강화되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정보를 구하고 활용하는 능력이 뛰어난 이면에, 너무 어렸을 때부터 비교에 무제한 노출되다 보니 눈높이가 비현실적으로 높아졌다는 것이다.
◇ 영포티, 이름만 다른 '글로벌 트렌드'
영포티는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다. 연령대나 세부적인 특징은 조금씩 다르지만, 유사한 현상이 일본과 중국 등 다른 나라에도 포착된다.일본은 40대보다 좀 더 연령대가 높은 층을 향해 '노해'(老害·ろうがい)라고 부르는 표현이 있다. 공해(公害·こうがい)라는 말에서 유래한 말인데, 노인이 곧 해악이라는 뜻이다. 한국의 꼰대보다 더 극단적인 표현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표현은 일본 경제의 '잃어버린 20년' 이전 버블 경제를 이끌었던 세대에게 적용되는 혐오 표현이다. 이후 등장한 현 일본의 40대에게는 취업 빙하기를 거치고 비혼이 만연하다는 등 의미로 '로스 제네'(잃어버린 세대)라는 타이틀이 붙여졌다.
한국과 비슷한 시기에 내수를 바탕으로 집약적인 고도성장을 이룬 중국에선 4050세대를 '유니중년'(油?中年·기름진 중년)이라고 한다. 자기 관리를 하지 않아 배가 나오고, 학식이나 능력이 없는데 허세를 부리는 등 언행 하는 사람을 조롱하는 의미로 중국 온라인에서 쓰인다.
이는 중국 내 경제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고공 행진할 줄 알았던 중국 경제 성장률이 5% 안팎으로 떨어지면서 중국 내 청년 실업이 구조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영국 BBC는 지난 8월 중국에서 '가짜출근 회사' 서비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고 보도했다. 취직하지 못한 젊은이들이 회사에서 일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게 사무실 공간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가짜출근 회사를 찾는 대다수는 학교나 가족에게 '직장에 다니는 척'을 하러 오는 사회초년생들이었다.
기본적으로 영포티, 노해, 유니중년은 각국의 경제 둔화와 세대 간 불평등이 빚어낸 상징적 언어라 할 수 있다. 경제 성장기에 시장의 수혜를 입은 기성세대에 대한 반감에서 비롯된 표현이라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사회 구조가 경직되고 성장의 과실이 세대 간에 고르지 않게 분배되면서 젊은 세대는 기성세대를 '자리를 차지하고 변화를 막는 존재'로 인식하기 시작한 셈이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