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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부족한 Fed의 위기?…글로벌 경제 '안갯속 운전' [글로벌 머니 X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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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부족한 Fed의 위기?…글로벌 경제 '안갯속 운전' [글로벌 머니 X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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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경제의 방향타를 쥔 미국 중앙은행(Fed)가 사상 초유의 ‘데이터 가뭄’에 직면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 연방정부의 셧다운(일시적 업무 정지)이 한 달째 이어지면서다. Fed의 통화 정책 결정에 필요한 핵심 경제지표 발표도 전면 중단된 탓이다. 이는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을 극대화하며 글로벌 금융시장에 예측 불가능한 파급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셧다운이 촉발한 '데이터 블랙아웃'
    미국 Fed는 29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성명을 통해 “연방기금금리 목표 범을 연 3.75~4.0%로 0.25%포인트 낮추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시장의 예상에 부합하는 결정이었다. 하지만 이런 결정이 내려진 배경은 불투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노동통계국(BLS), 경제분석국(BEA) 등 경제 데이터를 생산하는 핵심 정부 기관의 업무가 마비되면서다. Fed는 고용, 물가, 성장률에 대한 공식적인 최신 정보를 확인하지 못한 채 중대 결정을 내려야만 했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이러한 상황을 “짙은 안개 속에서 운전하는 것(driving in fog)”에 비유했다. 이어 “이럴 때는 속도를 늦춰야 한다”고 토로했다. 일각에선 Fed가 명확한 데이터 대신 불확실성에 기반한 ‘위험관리형 인하’를 선택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파월 의장은 시장의 과도한 기대를 경계하며 “12월 추가 인하가 기정사실이 아니다. 오히려 거리가 멀다(not a forgone conclusion, far from it)”고 밝혔다.


    Fed의 이런 고민은 원인은 미 의회의 2026 회계연도 예산안 처리 실패다. 지난 1일 시작된 셧다운은 미국 경제의 운영 시스템 자체를 위협했다. BLS와 BEA는 지난 1일 “셧다운 동안 예정된 모든 경제지표 공표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Fed의 양대 책무인 최대 고용과 물가 안정을 판단하는 핵심 지표들이 사라진 것이다.

    9월 고용상황보고서는 발표되지 않았고, Fed가 가장 선호하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와 3분기 국내총생산(GDP) 속보치 발표도 무기한 연기됐다. 심지어 고용시장의 단기 변화를 보여주는 노동부의 주간 신규실업수당 청구 건수 발표마저 중단됐다.


    이런 정보 공백은 10월 FOMC 성명서에서도 지적됐다. Fed는 “실업률은 8월까지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고 명시했다. 이는 마지막으로 발표된 공식 실업률인 8월의 4.3% 이후 9월과 10월의 상황을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정책을 결정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노무라증권의 데이비드 사이프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현재 당국자들과 경제학자들 모두 그야말로 눈가리개를 하고 날고 있다”며 “지금 가장 큰 물음표는 노동시장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인데, 공식 보고서 없이는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예외는 있었다.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사회보장 연금 생계비 조정 산정에 필수적이라는 법적 이유로 예정보다 늦은 10월 24일 발표됐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9월 근원 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3.0%로, 전월(3.1%) 대비 소폭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플레이션 완화 추세가 이어졌다. 로이터 통신은 "이번 CPI 발표를 끝으로 셧다운이 이어질 경우 향후 물가 지표도 공백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분열된 FOMC
    신뢰 데이터의 부족으로 FOMC 내부의 견해차가 심화했다는 지적이다. 10월 FOMC의 10대 2 표결 결과는 이례적이었다. 두 건의 반대표가 서로 다른 방향을 향했기 때문이다. 이는 1990년 이후 단 세 차례만 있었던 일이다. 제프리 슈미드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 총재로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목표치를 상회하고 경제가 강력한 모멘텀을 보인다며 금리 동결을 주장했다. 반면 스티븐 마이런 Fed 이사는 현재 통화정책이 지나치게 긴축적이라며 50bp의 '빅컷'을 주장했다.


    데이터가 끊긴 상황에서 연준 위원들의 반대표가 엇갈린 것은 단순한 의견 차이를 넘어선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식 통계라는 객관적 기준이 사라지자, 통화정책 결정이 각 위원의 경제 모델과 이념적 성향에 훨씬 더 좌우되고 있다는 뜻이다. ‘데이터 공백’은 Fed 내부의 기존 생각을 더욱 강화하는 ‘반향실’ 효과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평소라면 새로운 경제지표가 서로 다른 시각을 조율하는 ‘중재자’ 역할을 하지만, 지금은 그 기능이 마비된 상태다.

    결국 통화정책의 근거가 ‘객관적 데이터’에서 ‘주관적 해석’으로 일부 이동하고 있는 셈이다. 파월 의장도 “위원회 내에서는 매우 강력하게 다른 견해들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인플레이션은 상방 위험, 고용은 하방 위험이 동시에 존재하는 상황에서, Fed는 하나의 수단(정책금리)으로는 두 목표를 동시에 다룰 수 없다”는 난처함을 토로했다.


    크리스토퍼 월러 Fed 이사는 “민간 데이터들은 여전히 고용 둔화를 가리키지만 경제성장은 오히려 가속되는 조짐”이라는 모순적 신호를 우려했다. 경제 해석을 어렵게 만드는 현재의 '양분화된 상황/을 언급하기도 했다.
    휩쏘 리스크의 부상
    데이터 공백 속에서 Fed가 대체 지표에 의존해 정책을 결정하는 것은 정책 오류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 공식 통계가 중단된 상황에서 민간 조사나 실시간 빅데이터를 근거로 한 판단은 불안정하고, 그 결과는 시장에 더 큰 충격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Fed가 이른바 ‘데이터 포그(data fog)’, 즉 불투명한 정보 환경 속에서 섣부른 정책 신호를 내면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급격히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명확한 데이터가 없는 상황에서의 매파적 발언이나 금리 결정은 투자자 심리를 불안하게 만들고, 자산 가격의 급격한 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다.



    예를 들어, 민간 고용지표가 일시적인 착시를 일으켜 실제로는 고용이 급격히 둔화하고 있음에도 이를 파악하지 못한다면 금리 인하 시점이 늦어져 경기 침체가 장기화할 수 있다. 반대로 일부 데이터의 단기적 개선 신호에 과도하게 반응해 성급히 금리를 낮출 경우, 아직 식지 않은 물가 압력이 다시 살아나 인플레이션을 재점화할 가능성도 있다.

    결국 데이터의 불완전성은 정책 결정의 불확실성을 키우며, 작은 판단 오류가 거시경제 전체에 파급될 위험을 안고 있다. Fed의 이코노미스트를 역임했던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의 데이비드 윌콕스도 “시간이 지날수록, (Fed의) 정책 결정의 기반은 더욱 흔들리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런 불확실성은 시장에 ‘휩쏘(whipsaw)’라는 새로운 형태의 리스크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휩쏘 리스크란 불완전한 정보를 바탕으로 시장이 한쪽으로 포지션을 쌓은 뒤, 셧다운이 끝나고 공식 통계가 한꺼번에 공개되면서 기존의 전망이 완전히 뒤집히고 자산 가격이 급격히 되돌아오는 현상을 뜻한다.



    현재 시장은 각종 대체 데이터를 근거로 미국 경제가 ‘점진적 둔화’ 국면에 들어섰다고 판단하며, Fed가 완화 기조로 전환할 것이라는 기대가 이미 자산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만약 셧다운 종료 이후 공개될 9월과 10월의 고용 및 물가 지표가 예상보다 훨씬 강하게 나타난다면, Fed의 10월 금리 인하는 명백한 정책 오류로 평가될 수 있다. 그 경우 시장은 단숨에 매파적 재조정에 돌입하며 금리와 달러, 주식 모두 급격한 변동성을 겪을 수 있다.

    반대로 공식 데이터가 예상을 밑돈다면, Fed가 경기 둔화를 과소평가하고 뒤늦게 대응하고 있다는 ‘후행(behind the curve)’ 논란이 불거지며 투자자 불안을 자극할 가능성도 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라자드의 수석 시장전략가 로널드 템플은 “정책 경로가 여전히 불분명하고, 향후 몇 달간 인플레이션 흐름이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FOMC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과거와 다른 셧다운의 무게
    과거 미 연방정부 셧다운 때 금융시장은 대체로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단기적인 행정 중단은 있었지만, 정책 불확실성이 실물경제로 번지는 일은 드물었다. 그러나 이번 셧다운은 상황이 다르다는 지적이다. 단순한 예산 갈등이 아니라, 통화정책의 나침반이 사라진 시점에 발생했기 때문이다.

    과거 셧다운들은 대부분 물가가 낮고 경기가 확장세였던 시기에 벌어졌다. Fed는 그때마다 뚜렷한 경기 방향성과 충분한 데이터에 기반해 정책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현재 셧다운은 다른 조건에서 일어났다. 9월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가 3.0%로 여전히 목표치를 웃돌고, Fed 내부에서도 금리 경로를 둘러싼 견해차가 극심하다.

    이런 환경에서는 공식 통계의 부재가 단순한 불편이 아니라 정책 오류로 직결될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 ‘데이터 없는 Fed’가 내리는 결정 하나하나가 경기 침체와 인플레이션의 갈림길을 가를 수 있는 고위험 변수가 된 것이다.

    Fed의 불완전한 데이터 기반 정책은 실물경제 전반에도 복합적 영향을 미친다. 정확한 경기 방향 예측이 어려워지면 기업은 투자를 주저하고 소비자들은 지출을 망설이게 된다. 실제 Fed 보고서는 10월 들어 미국의 소비 및 비즈니스 신뢰가 다소 악화한 조짐이 포착됐다고 밝혔다. 셧다운으로 연방 공무원들의 임금 손실도 실물 경제에 직접적인 타격이다.

    일부에서는 현재 미국 경제가 경기 둔화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진행되는 스태그플레이션의 초기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패트릭 하커 전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지금 상황은 마치 스태그플레이션 같다"며 "1970년대만큼은 아니지만 확실히 그렇게 느껴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노동시장이 눈에 띄게 약해지고 있고, 공식 통계가 없어도 다른 모든 지표가 이를 보여준다"며 "동시에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정책 불확실성은 글로벌 통화질서 전반에도 파급효과를 미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BOJ)은 Fed의 정책 방향, 특히 미국 경기 흐름과 달러 가치 변동을 면밀히 주시하며 통화정책 결정을 미루거나 속도를 늦추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10월 발표한 세계경제전망(WEO) 보고서에서 "세계 경제가 미약한 회복탄력성을 보이고 있으며, 전반적인 리스크는 하방으로 기울었다"고 진단했다. IMF는 특히 미국의 정책 불확실성이 글로벌 금융 여건을 긴축시키고, 신흥국 자본 유출과 환율 불안을 자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Fed의 통화 정책은 개방경제인 한국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Fed의 예측 불가능성은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결정 공간을 제약한다.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키우는 핵심 요인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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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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