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 위에서 부는 바람 서늘한 바람, 그 바람은 좋은 바람 고마운 바람.”
한국인이라면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동요 ‘산바람 강바람’의 한 소절이다. 작곡가 박태현의 동요들이 오페라로 탄생한다. 11월 14~15일 경기 성남아트리움 대극장에서 열리는 성남문화재단의 창작 오페라 ‘바람의 노래’ 초연 무대다. 윤정국 성남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지난 30일 경기 성남아트리움에서 열린 제작 발표회에서 “‘바람의 노래’는 동요의 서정성과 오페라의 예술성이 만나는 새로운 시도”라며 “순수한 동심의 세계는 갈등과 대립이 격화하는 한국 사회에서 어려움을 겪는 많은 어른에게 깊은 울림과 위로를 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람의 노래’는 1950년대 한국을 배경으로 전쟁의 폐허 속에 남겨진 소녀 ‘강바람’과 인형 ‘달’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산바람 강바람’ ‘깊은 밤에’ ‘자장가’ ‘다 같이 노래 부르자’ 등 박태현의 대표작들이 등장해 극에 활기를 더한다. 세계적 클래식 음반사 도이치그라모폰(DG)에서 역사상 최초로 녹음된 한국 가곡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를 쓴 작곡가 김주원과 오페라 ‘사막 속의 흰개미’ ‘레테’ 등을 무대에 올린 극작가 황정은이 협업했다. ‘라 트라비아타’ ‘돈 조반니’ 등을 작업한 조은비가 연출을 맡고, 김덕기 전 서울대 교수가 지휘봉을 잡는다.
황 극작가는 “동요가 역사상 가장 성행한 시기는 전쟁 때였다는 기록이 남아있다"며 "가장 암울한 시기에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한줄기 소망의 빛이 바로 동요였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치유의 힘을 지닌 이야기를 만들고자 했다"고 말했다. 김 작곡가는 "박태현 선생님의 원곡 의도를 최대한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화성이나 박자, 편성 같은 부분에 변화를 주는 방식으로 작업했다"며 "교과서에도 담길 만큼 유명한 선율이 계속해서 등장하기 때문에 남녀노소 모두가 쉽게 즐길 수 있는 오페라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번 오페라 공연에선 2011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성악 부문 아시아인 최초 우승자인 소프라노 홍혜란이 산골 소녀 강바람 역으로 출연한다. 그의 벗인 인형 달 역은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등 유럽 주요 무대에서 활약 중인 테너 최원휘가 맡는다. 이외에도 베이스바리톤 우경식 등이 참여한다. 성남시립교향악단과 성남시립합창단, 성남시립소년소녀합창단 등이 무대에 함께 오른다.

작곡가 박태현은 일제강점기 이완용 저격 사건에 가담했다 체포돼 7년간 옥고를 치르고 순국한 독립운동가 박태은 선생의 동생이다. 박태은 선생의 항일 애국정신에 영향을 받은 그는 동요 작곡을 통해 우리의 말과 글을 말살하는 일제에 저항해왔다. 박태현은 87세로 작고할 때까지 '코끼리 아저씨' '산바람 강바람' '달 따러 가자', '태극기' 등 우리에게 친숙한 동요 200여 곡을 작곡했다. 광복 이후엔 정부의 요청으로 '한글날 노래' '3.1절 노래'를 작곡하기도 했다.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