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기기 관련주가 거침없이 상승해 신고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구축에 필요한 변압기 수요가 급증해 실적 성장 기대가 반영되면서다. 증권가에서는 전력기기 산업이 '슈퍼 사이클'(장기 호황 국면)에 진입했다고 분석한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LS일렉트릭은 전날 2.53% 오른 38만4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27일 39만5000원까지 올라 1년 내 신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 회사 주가는 이달에만 35.15% 뛰었다. 같은 기간 HD현대일렉트릭과 효성중공업도 각각 42.91%와 44.16% 급등했다. HD현대일렉트릭은 전날 84만5000원으로 효성중공업은 지난 24일 196만7000원으로 각각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기관투자가가 이달 들어 LS일렉트릭과 효성중공업을 각각 1595억원과 622억원어치 사들였고 HD현대일렉트릭은 외국인 투자자가 116억원 순매수해 주가를 밀어 올렸다.
글로벌 빅테크(거대 기술기업)의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급증하면서 전력기기 업체들이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미국의 관세 부과에도 불구하고 전력기기 업체들이 공급자 우위 환경 속 가격 전가력을 갖추면서 주가 상승세가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전력기기 업체들의 올 3분기 실적도 양호했다. HD현대일렉트릭은 3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6.2%와 50.9% 증가한 9954억원, 2471억원을 기록했다. LS일렉트릭의 매출과 영업이익도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9.1%와 51.7% 늘어난 1조2163억원, 1008억원으로 집계됐다.
실적 발표를 앞둔 효성중공업도 호실적이 예상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효성중공업의 3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각각 1조4178억원과 1575억원으로 추정한다.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23.8%와 41.38% 증가한 수준이다.
미국의 노후 전력망 교체 수요에 더해 AI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 수요가 맞물리면서 실적 개선세가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허민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효성중공업에 대해 "관세는 50% 이상 전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초고압 변압기에 이어 초고압 차단기의 공급 부족이 확산하고 있는 상황 속 효성중공업의 경쟁력이 확인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증권가에서는 전력기기 산업이 슈퍼 사이클을 맞이한 만큼 실적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손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전력기기 산업은 일시적 호황이 아닌 명확한 장기 성장 사이클에 진입했다"며 "미국 수출 확대, 고단가 변압기 비중 상승, 국내 전력기기 업체의 기술 경쟁력이 내년 주가 상승의 핵심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봤다.
이어 "내년 고단가 수출 중심의 구조적 믹스(구성) 개선 국면에 진입하면서 질적 성장이 본격화할 것"이라며 "현재 초고압 중심의 고부가 제품 비중 확대 및 단가 상승, 증설 효과에 따른 수혜 본격화로 미국 내 한국산 초고압 변압기 점유율이 확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정삼 한경닷컴 기자 jsk@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