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유동성이 완화되며 주식 가치가 높아지는 시점에서 한국 증시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또한 재평가될 수 있다. 1년 후 코스피지수 6000도 가능하다.”(JP모간)
“한국 증시 역사에서 정책 효과와 기업이익 증가가 동시에 나타나는 건 매우 이례적이다. 내년 지수 목표로 5000을 새로 제시한다.”(KB증권)
코스피지수가 4000선을 돌파하자 국내외 증권사들이 한국 증시의 ‘근본적 재평가’ 가능성을 강조하며 전망치를 잇달아 상향하고 있다. 머지않아 상법 개정 등에 따른 주주가치 확대, 외국인 자금 추가 유입, 밸류에이션 상승으로 이어지는 구조적 선순환이 일어날 수 있어서다. 증권사들은 이 같은 흐름에 따라 반도체 외에 지주·금융 등 주주환원 관련주가 수혜를 볼 것으로 내다봤다. 대미 관세 불확실성이 해소된 것도 증시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정책 훈풍이 코스피 추가 상승 요인”

JP모간은 29일 보고서를 통해 “코스피지수가 최근 급등했지만 지배구조 관련 디스카운트(할인)가 해소되고 있는 점은 아직 주가에 반영되지 않았다”며 “한국 증시 상승 여력이 여전히 큰 이유”라고 분석했다. 지금까지는 메모리 반도체 랠리에 의존하며 4000을 넘어섰지만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가치 확대 효과라는 ‘뒷바람’(tailwind)이 남아 있다는 얘기다.
JP모간은 “한국 증시는 그동안 대주주와 소액주주 간 이해관계 불일치 때문에 구조적 문제를 겪었다”고 진단했다. 이 때문에 일부 기업에서 과도한 현금을 보유하며 주주환원율을 낮게 유지하거나 중복 상장 또는 과도한 설비 투자에 나섰다는 것이다. 증시 개혁 정책에 따라 ‘새로운 기준’이 정립되면 이런 할인 요소가 해소되며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는 구조 개선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관세협상 타결에…자동차·조선 큰 수혜
홍콩계 CLSA와 KB증권도 한국 증시의 근본적 재평가를 전망하고 나섰다. CLSA는 “연말을 앞두고 한국 정부 관계자들이 배당소득세율 인하를 시사하고 있다”며 고배당 기업을 중심으로 투자 매력이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기관은 “개인과 외국인 모두 추가 유입 가능성이 충분해 코스피지수의 추가 리레이팅(재평가)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KB증권은 국내 증권사로는 최초로 코스피지수 목표치 5000을 제시했다. 한국 증시 역사에서 순이익과 정책에 따른 밸류에이션 동반 상승은 매우 드물게 나타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증권사는 유망 업종·종목으로 반도체와 고배당 기업을 들었다. JP모간은 메모리 반도체와 지주·금융·산업재(조선·방위산업·원전) 업종에 ‘비중 확대’ 의견을 제시한 데 비해 2차전지와 자동차는 ‘중립’, 메모리 외 테크주와 바이오 등은 ‘비중 축소’ 의견을 냈다. 종목 중에서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차 등을 추천했다.
이날 한·미 관세협상이 타결되면서 그동안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인 자동차와 조선 관련주의 상승 여력도 커질 전망이다. 이번 협상에 한국에 대한 자동차 및 부품 관세를 15%로 인하하겠다는 내용이 담기면서 이날 애프터마켓에서 현대차와 기아 등 자동차 관련주가 큰 폭으로 뛰었다. 현대차는 전날 종가 대비 13.97% 오른 28만5500원에, 기아는 10.47% 상승한 12만5500원에 장을 마쳤다. 자동차부품주도 강세를 보였다. 서연이화는 애프터마켓에서 9% 넘게 올랐다.
한·미 양국이 1500억달러 규모의 조선 협력 투자 패키지에 합의하자 조선주도 급등했다.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은 각각 6.39%, 5.34% 올랐다. 시총 상위 종목들도 일제히 상승했다. 삼성전자(2.21%), SK하이닉스(9.02%), LG에너지솔루션(0.98%), 삼성바이오로직스(1.22%) 등이 애프터마켓에서 상승폭을 키웠다.
협상 타결을 계기로 국내 증시로 유입되는 외국인 자금도 늘어날 공산이 크다. 한국 증시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인 ‘아이셰어즈 MSCI사우스코리아’(EWY)는 뉴욕증시 개장 전 거래(프리마켓)에서 2%대 상승세를 보였다.
박한신/양지윤 기자 phs@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