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가능성이 제기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깜짝 회동’이 결국 무산됐다.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 방한을 앞두고 순항미사일을 시험 발사하며 김정은을 향한 트럼프 대통령의 회담 제안을 사실상 거절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29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 진심을 제대로 다 수용하지 못해 (미·북 회동이) 불발됐다”며 미·북 회담 불발을 공식화했다. 이어 “대통령께서 김 위원장과의 면담을 요청하고 언제든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씀하신 것 자체만으로도 한반도에 상당한 평화의 온기를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번에 시간이 잘 안 맞아 (미·북 회담을) 못 했다”고 밝혔다. 그는 “김정은과 노력해 모든 것이 해결되게 하겠다”며 “그게 당연히 옳은 결과, ‘상식’(common sense)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난 한반도에서 여러분(남북)이 공식적으로 전쟁 상태라는 것을 알고 있으며 그 모든 것을 바로잡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보겠다”며 한반도 정세 안정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하기 몇 시간 전에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전날 순항미사일을 발사한 사실을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소식을 접한 뒤 일본을 출발해 한국으로 향하는 전용기 안에서 “우리는 서로를 정말 잘 이해하고 있다. 어느 시점에는 그(김정은)를 만날 것”이라며 “나는 중국에도 집중하고 싶다. 이제 우리의 초점은 내일(미·중 정상회담)”이라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30일까지 예정된 방한 일정을 늘려서라도 김정은과 만나고 싶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하지만 북한은 이에 아무런 응답을 내놓지 않은 채 미사일 발사 소식을 내놨다. 고도의 정치적 의도가 담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APEC 등 정세 변화와 무관하게 핵무력 강화 노선을 견지하겠다는 메시지”라고 진단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순항미사일은 수직으로 발사돼 서해 상공의 설정된 궤도를 따라 7800여 초간 비행했다. 전문가들은 2시간 넘는 비행시간을 고려하면 사거리가 1500㎞ 이상일 것으로 추정했다. 로이터통신은 “북한이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순항미사일을 발사했다”고 전했다.
경주=이현일/배성수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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