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심포니 오케스트라가 다음 달 1일 하이든 트럼펫 협주곡을 연주한다. 트럼펫 협연자는 마틸다 로이드. 영국 매체인 BBC 뮤직 매거진이 “비범하다”고 묘사했던 영국 음악가다. 그는 29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하이든 트럼펫 협주곡에 대해“15살 즈음부터 15년간 매년 빠지지 않고 연주했던 곡”이라며 “롤러코스터를 타듯 기승전결이 뚜렷하고 음악이 다채로워서 연주할 때마다 늘상 재해석을 하게 되는 흥미로운 작품”이라고 말했다.
“하이든의 재치, 통통 튀는 울림으로 느끼세요”
하이든 트럼펫 협주곡엔 재미난 역사가 있다. 바로크 시대 이전의 트럼펫은 지금처럼 여러 음계를 다채롭게 낼 수 있는 악기가 아니었다. 3개뿐인 구멍으로 팡파레를 울리는 단조로운 악기였다. 호흡량과 조절력이 특출나지 않고선 음높이를 조절하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 18세기 오스트리아 궁정의 트럼펫 연주자였던 안톤 바이딩거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자 반음계를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는 트럼펫을 만들었다. 이 새로운 트럼펫의 진면목을 처음 알아보고 작품을 쓴 게 하이든이었다.
그렇게 1800년 처음 공개된 하이든 트럼펫 협주곡은 당대 관객들에게 충격이었다. 1악장에선 다소 단조로운 팡파레 소리가 나온다. 음조를 자유롭게 다루는 새 트럼펫의 매력은 2악장에서야 등장한다. 로이드는 “당시 사람들이 처음 이 곡의 1악장을 들었을 땐 ‘그러려니’하고 트럼펫 소리를 들었다가 2악장에서 트럼펫의 화려함에 깜짝 놀랐을 것”이라며 “(이러한 대비는) 하이든의 재치와 위트가 돋보이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펫의 역사와 하이든의 이야기를 모르더라도 괜찮다. 소리만으로도 즐길 거리가 넘친다는 게 로이드의 설명이다. “1악장이 웅변하듯 주제를 이야기한다면 2악장은 악기들이 사람 목소리로 노래부르는 것처럼 서정성을 아름답게 드러냅니다. 마지막 3악장에선 불꽃이 튀고 발랄하고 통통한 느낌으로 축제의 끝을 맞이하죠. 작품 연주시간은 16분으로 짧은 편인데요. 그 시간 동안 이러한 변화들을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
“트럼펫 연주에 남녀 차이 없어”
트럼펫은 특이하다. 클래식 음악을 위해 제작된 건 다른 금관 악기들과 비슷하지만 행진곡뿐 아니라 재즈, 락, 영화 음악 등에서도 두루 쓰이는 팔방미인이다. 로이드가 “다채로운 장르를 넘나들 수 있다는 점”을 트럼펫의 매력으로 꼽은 이유다. 그는 트럼펫 연주자들의 매력도 소개했다. 다른 악기 연주자에 비해 유달리 트럼페터는 사교적인 경우가 많다고. 서로 통성명을 한 뒤 식사를 같이하거나 아이디어를 나누는 등 트럼펫 연주자들은 협업하는 데에 거침이 없단다. 로이드도 간담회 전일인 28일에 일본에서 한국으로 입국했지만 이미 한국인 연주자들과 소통했단다.
트럼펫과 사교성, 둘은 어떤 연관이 있을까. “트럼펫이란 악기를 직업으로 고르는 것 자체가 대범하고 자기 확신을 가진 성격이 아니면 어려운 일이에요. 트럼펫은 음이탈이 생기면 악단 모두가 다 알아요. 관객도 알죠. 현악기는 실수해도 주변에 묻어가는 경우가 있는데 트럼펫은 입술 움직임 한 번, 호흡 한 번 실수하면 바로 티가 난다니까요. 자존감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악기에요. 그런 성격인 사람들이 트럼펫을 하는 건지, 트럼펫을 하다가 성격이 그렇게 바뀌는 건지 모르겠지만 트럼펫 연주자에겐 단단하고 밝은 성격으로 앞에 나설 수 있는 자신감이 필수죠.”

로이드는 ‘금관 악기 연주는 남성이 유리하다’는 세간의 인식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영국 군악대나 광부촌에서 남성들이 트럼펫을 연주하곤 했지만 폐활량과 폐를 어떻게 쓰는지에 대해선 남녀 차이가 없다는 얘기다. 로이드 자신도 여성이지만 아버지가 쓰지 않던 트럼펫을 8살에 불어봤다가 소리를 매우 잘 내서 트럼펫 연주를 계속하게 된 경우라고. 그의 재능을 보고 피아니스트였던 어머니도 투자를 아끼지 않았단다. “이미 앨리슨 발섬처럼 훌륭한 여류 트럼펫 연주자들이 활동해 왔어요. 앞으로도 남녀 모두가 자신을 뽐낼 수 있는 트럼펫 곡들을 많이 연주했으면 해요.”
국립심포니와의 첫 협연에 대해서도 기대감을 드러냈다. 로이드가 한국을 방문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15살에 아시아 투어를 돈 적이 있지만 한국이 아닌 홍콩, 마카오 등의 도시를 돌았다. 이번 협연의 지휘자인 롤렌스 르네스와는 소속 기획사가 같다. “전 클래식 음악을 하는 집안에서 자랐기 때문에 앞으로도 클래식 음악에서 벗어나진 않을 거예요. 그렇지만 조지 거슈윈이나 레너드 번스타인이 다양한 장르에서 영향을 받았던 것처럼 언젠가는 저도 탱고, 살사와같은 장르를 클래식 음악이란 범주 안에서 보여주고 싶습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