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부산에서 열릴 예정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에 적용하고 있는 ‘펜타닐 관세’를 낮춰 줄 수 있다고 언급했다. 중국에게 대두 수입 재개와 같은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 관세 인하를 ‘당근’으로 내건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일본 하네다공항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경주로 이동하는 전용기(에어포스원) 안에서 기자들에게 “그들(중국)이 펜타닐 문제 해결에 협력할 것으로 믿고 있기 때문에 그것(관세)을 낮출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들(중국)은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통상 관계자들을 인용해 미국이 현재 20%인 펜타닐 관세를 10%로 10%포인트 낮추는 방안을 중국에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대신 중국이 올해 들어 수입을 중단한 미국산 대두 수입을 다시 시작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WSJ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펜타닐 문제가 핵심 논의사항 중 하나가 될 것”이라면서 “(대두 수출 문제 등) 농민 문제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펜타닐 관세를 10%포인트 떨어뜨리면 미국의 대중관세는 평균 55% 수준에서 45% 수준(기본관세 10%+펜타닐관세 10%+기존 관세 약 25%)으로 내려가게 된다. 대중 관세율이 낮아질 경우 한국 기업으로서는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미중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로 꼽히는 희토류 수출통제 완화조치와 관련해 양국 실무진은 통제를 강화하는 중국 측 조치를 1년 유예하기로 하는 데 합의했다. 이것이 충분한지 묻는 취재진에게 트럼프 대통령은 “시간에 대해 다시 논의하지 않았지만, 뭔가를 잘 해결할 것”이라고 답했다.
미국의 반도체 수출통제를 완화하는 문제도 거론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엔비디아의 최신 AI(인공지능) 반도체인 블랙웰에 관해 “이건 정말 엄청난 칩”이라면서 “아마 시 주석과 (블랙웰 수출 문제를) 이야기할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은 지난 7월 엔비디아의 중국 전용모델인 H20 칩을 중국에 수출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성능이 낮은 버전의 블랙웰 칩을 수출하도록 허용할 수 있다”고 했는데, 이에 대해 중국 정부는 발끈하며 엔비디아 칩 수입을 전면 중단했다.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엔비디아 개발자행사(GTC)에서 “미국산 반도체를 수출하지 않으면 중국 업체의 반도체 수요가 폭증할 것”이며 이는 중국의 기술발전을 크게 앞당기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WSJ는 중국 측 협상단이 전자설계자동화(EDA) 소프트웨어와 같은 핵심 소프트웨어 수출을 제한하는 미국 측 조치도 완화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이와 관련해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 26일 인터뷰에서 미국의 수출통제 조치에는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항만 사용료 인하도 쟁점이다. 미국은 지난 14일부터 미국에 입항하는 중국 선박에 대해 순t 당 50달러 항만이용료를 부과하고 있다. 이에 대응해 중국도 미국 선박에 대한 입항료를 부과하며 맞불을 놨다. 하지만 미중 정상회담 과정에서 서로 이 조치를 해제하거나 상당부분 완화할 가능성이 높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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